사람이야기
1997년06월12일 제 161호 한겨레21

미국서 벗은 무명의 설움

레인보우, 딥퍼플, 저니, 오지 오스본, 하트, 키스, 무디 블루스, 토토. 굳이 록마니아가 아니라도 그 이름만으로도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그룹들 이다. 이들의 앨범을 제작하거나 멤버로 활동하던 세션맨들이 한 한국 여 성가수의 앨범제작에 발벗고 나서 공동으로 참여했다면, 그것도 정식데뷔 도 하기 전의 무명 여가수였다면.

하니(본명 허은주·26)의 데뷔앨범 는 그래서 화제다. 오빠부 대의 함성 속에 여가수들이 기를 못 편지는 오래됐다. 기껏해야 인형처럼 예쁜 외모를 무기로 삼거나 아니면 남자 래퍼, 댄서들 사이에 깍두기처럼 끼여 눈길을 끄는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하니는 더욱 선명한 인상 을 준다.

부산이 고향인 그의 음악인생은 꽤나 길다. 초등학교 때 친척오빠한테서 선물로 받은 아바의 앨범을 통해 팝음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이후 소울 , R&B에 칸초네, 가곡, 오페라 곡까지 두루 섭렵해 나갔고 목소리의 힘을 키우기 위해 판소리도 배웠다. 그러면서 서서히 록음악에 빠져들어 고교 졸업 뒤 서울로 올라와 보컬그룹을 결성하고 대학로, 신촌 등지에서 언더 그라운드 인생을 시작했다. 그동안 주변 동료들이 앨범을 제작하고 기성 가수 대열에 오르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에게도 여러 음반 제작자들이 손을 내밀었지만 그는 음악적 타협을 거부했다.

권태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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