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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
1997년06월12일 제 1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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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백50여년 전 아편전쟁을 치렀던 중국이 또다시 ‘마약전쟁’을 벌이고 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예전의 적이 서구열강이었던 데 반해 현재의 적은 개방정책으로 도입된 시장경제체제라는 것뿐이다.
중국 지도부는 마약 인구의 증가가 중대한 사회 문제로 부상됨을 중시해 올해를 마약과 전쟁의 해로 선포했다. 또 이미 지난 3월 마약 추방을 위 한 회의를 소집한 바 있다. 이 회의에서 중국 당국은 마약 확산에 따른 가정·사회 파탄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최근 공개된 자 료에 따르면, 지난 91년에서 96년까지 전국적으로 확인된 마약사범 건수 만 이미 23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마약 사범은 90년대 들어 크게 늘어나 해마다 52.6%의 폭발적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 95 년까지 등록된 중국의 마약 중독자는 52만명에 이르며, 비공식 통계는 이 를 3백만명까지 높게 잡는다. 이 자료는 특히 전국적으로 이미 발견된 5 천1백57명의 에이즈 환자 가운데 60∼70%가 마약 주사기를 통해 감염된 것으로 보고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유통되는 마약의 종류는 상당히 다양하다. 지난 91년부터 96년까지 중국 당국은 전국적으로 헤로인 2만2천㎏, 아편 1만2천㎏, 대마 8천5백㎏, 필로폰 4천4백㎏ 등을 압수했다. 하지만 정작 큰 문제는 이조 차도 현재 중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전체 마약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중국의 필로폰 가격이 한국의 10% 정도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중 국의 마약 시장이 얼마나 큰 규모인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이처럼 마약이 극성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중국인들의 마약에 대한 인식 은 지극히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8일자 <중궈칭녠바오>(中國靑年報)는 베이징 시민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실시 한 마약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를 싣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의 72%는 마약을 금지하는 법률에 대해 전혀 무지하고, 심지어 마약 흡입 이 불법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30%에 이르고 있다. 응답자의 67% 는 마약을 끊는 것이 가능하다고 여기고 있고, 66%의 사람들은 마약 중독 의 증상에 대해 모른다고 답하기도 했다.
중국에서도 교육·문화 수준이 가장 높은 베이징 시민들의 마약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인데, 교육 수준이 낮고 문화적 혜택을 거의 못 받는 지방 의 의식 수준은 더 말할 것도 없다. 21세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벌어지 는 중국의 마약과의 전쟁은 지난 19세기 아편전쟁만큼이나 쉽지 않을 것 으로 보인다.
베이징=김성환 통신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