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1997년06월12일 제 161호 한겨레21

동심에 흐르는 ‘고전음악’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 퇴근 뒤 샤워를 하고 오디오에 CD 한장을 걸어 모차르트의 음악에 빠져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삶은 그런대로 풍요 롭다. 오늘날 삶과 감정을 표현하는 데야 대중음악의 순발력을 따를 순 없겠지만 수백년의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클래식 음악은 영혼의 울림과 안식을 동시에 제공한다.

하지만 생전 클래식 음악과 담쌓고 지내다 학교 졸업하고 나이가 들어(?) 클래식과 친해지기란 정말 어렵다. 하지만 클래식과 상관없는 사람들도 어린 시절 우연히 접한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브람스의 자장 가, 모차르트의 <엘비라마디간>, 쇼팽의 <강아지 왈츠> 등을 들으면 아련 한 향수와 함께 정서적 안정을 얻게 된다. 기억 속 클래식 음악이 나무의 나이테처럼 가슴속에 알게 모르게 각인돼 우리 삶의 중요한 자산으로 남 은 것이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은 어릴 때부터 들어야 하는 거다.

이를 간파한 때문인지 최근 클래식 음반시장에 어린이용 음반붐이 일고 있다. 서울음반의 <EQ를 높여주는 금난새의 클래식 음악동화- 내 사랑하 는 아이를 위하여>, 삼성클래식스의 <Classics for Kids>, EMI의 <Kids c lassics>가 거의 동시에 음반시장에 등장해 선두주자인 폴리그램의 <스쿨 클래식>과 함께 4파전이 치열하다.

<EQ를…>는 재미있는 동화와 함께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는 음반으로 지휘 자 금난새씨와 전문 성우가 음악 해설자와 동화 내레이터로 나온다. ‘파 랑새를 찾아서’,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공주’, ‘호두까기 인형’ 등 4종 한 세트다. 동화적 커뮤니케이션과 음악적 상상력을 원활 하게 맞춰 소리로 듣는 그림동화책 같은 느낌이다. <Classics for Kids> 는 클래식곡을 들으면서 악기의 특성과 음색을 공부하는 음반이다. ‘현 악기 이야기’, ‘관악기 이야기’, ‘타악기 이야기’, ‘국악기 이야기 ’, ‘세계의 자장가’, ‘세계의 민요’ 등 6종으로 이뤄져 있는데 평소 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 타악기, 국악기 소리까지 다양하게 들을 수 있다 는 것이 장점이다. 어린이뿐 아니라 음악감상을 하려는 초보자에게도 매 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브람스의 <헝가리안 댄스>(바이올린), 바흐의 <시칠리아노>(플루트), 라틴 타악기 앙상블, 가야금 산조, 슈베르트의 자 장가, <클레멘타인> 등이 수록돼 있다. <Kids classics>는 ‘동물들’, ‘자연’, ‘환타지’, ‘자장가’, ‘장난감’ 등 주제별로 음악을 선곡 해 5장의 CD에 나눠 담았다.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스메타나의 <몰 다우>, 드뷔시의 <쉬링크스>,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하이든의 <장난감 교향곡> 등 어린이를 주제로 하거나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소품곡들을 모아놓았다. <스쿨클래식>은 초·중·고등학교 음악교과서에 감상추천곡 으로 실린 곡들을 골라담은 음반이다. 3종의 이 시리즈는 발매 한달 만에 2만장이나 팔렸다.

이같은 어린이용 음반붐은 심한 불황에 시달리는 음반사가 학부모라는 가 장 확실한 ‘봉’에 편승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긴 하나 미래 음악 애호가들인 어린이들에게 양질의 클래식 음악을 보급한다는 측면에서 긍 정적인 부분이 많다. 이들 음반을 굳이 구분하자면 동화를 다룬 <EQ를…> 는 미취학 아동~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Classic for kids>는 초등 학교 고학년~고등학생, 특히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좋을 것 같다. 소품을 모아놓은 <Kids Classics>는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이 듣기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한 가지 우려되는 건 혹 클래식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학부모들이 음악 을 아이의 귀에 쑤셔넣으려 하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음악은 더 자유 롭기 위해서 듣는 것이다.

권태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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