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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1997년06월12일 제 1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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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셍-라자르 역 뒤, 파리, 1932)
‘모든 표현방식은 결정의 순간을 갖는다.’ 그것은 사진기가 발명되고 손에 사진기가 주어진 이래 모든 사진가들의 끊임없는 물음표였다. 이런 물음표를 지구의 모든 사진가들에게 던진 사람이 있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브레송에 대해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다. 하지만 그의 사진들은 지금까지 깊이있게 연구되진 못했다. 이 런 이유에서만 보더라도 서울 동아갤러리(02-778-4872)에서 6월5일부터 7 월20일까지 이 위대한 사진가의 원판사진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사진을 사 랑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행운이다.
많은 사진가들이 브레송의 사진세계를 이야기 한다. 처음 브레송을 접하 는 사람에게 그는 대단치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사진세계에는 철 학이 있다. 그의 사진을 유심히 보면 한장 한장에 강력하고 깊은 메세지 가 느껴진다. 그러므로 그의 사진은 높은 지성과 애정을 필요로 하는 건 지도 모른다. 그 결과 그의 사진은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전시된다. 그리고 교과서처럼 많은 사진가들에게 영향을 미쳐 비슷한 유형의 사진을 만들게 했다. 그의 사진이 이런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던 이유는 역사나 일상적인 삶으로부터 선택되는 주제들을 자신의 분 석력이나 비전 그리고 브레송 철학에 의해 지적인 표현을 획득했기 때문 이다. 이 고전적인 사진가는 ‘형상과 배경 사이의 변함없는 조화’라는 방법뿐 아니라 여러 가지 사진적인 방법을 사용함에 있어 경제적인 적확 함까지 정리했다.
브레송은 1908년 파리 근교 센 에 마른 지방 샹틀루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화가가 되는 꿈을 꾸며 자란 그는 성장하면서 초 현실주의 미술에 심취했고 이는 필연적으로 사진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 는 눈을 뜨도록 인도했다. 세상에 대한 진지함을 알고자 하는 욕구에서 1 935년부터 몇년간 영화에도 심취하지만 사진에 대한 그의 열정은 사진기 를 그의 몸 일부로 붙잡아 맸다. 1947년 그는 뉴욕의 현대미술관 구내식 당에서 ‘종군사진가의 전설’ 로버트 카파를 비롯, 데이비드 세이무어, 조지 로저와 함께 사진통신사 ‘매그넘’을 만든다. 이후 매그넘의 사진 가들은 전세계를 누비며 포토저널리즘의 새 장을 열게 된다. 그 또한 194 3년 프랑스의 파리 수복장면에서부터 중국, 쿠바, 인도 등 세계 곳곳을 누비며 반세기에 걸친 사진작업을 통해 수많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반세기에 걸친 그의 작품세계를 한자리에서 보기에는 방대한 장소가 필요 할 것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1930~34년까지의 초기작품 85점으 로 한정됐다. 그의 생애 전반의 작품들을 한눈에 보고픈 마음이야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브레송의 초기작품에는 그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통로 가 열려 있어 아쉬움을 채워준다. 그래도 남는 아쉬움 때문인지 1932년에 서 1985까지 작업된 인물사진(PHOTOPORTRAIT) 중 26점도 전시된다.
그의 사진에 등장하는 모든 존재의 명징한 시선은 우연처럼 이 세계의 불 확실한 윤곽을 끈질기게 찾아내려는 것처럼 보인다. 정신의 부동자세와 사물의 일시적 자세 사이의 이러한 공범관계는 자아가 외부의 세계로 확 산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외부세계가 자아 속으로 응축된다 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기도 하다.
이정용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