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야기
1997년06월12일 제 161호 한겨레21

사랑과 저항의 ‘카사블랑카’

1940년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는 히틀러의 독재를 피해 미국으로 가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카사블랑카에서는 포르투갈행 비자만 있으면 리 스본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카페 아메리카(Cafe America)는 미국 출신의 릭(Rick)이 경영하는 술집으 로 포르투갈행 비자와 각종 정보가 거래되는 장소였다. 여기서는 프랑스 의 레지스탕스 운동가들의 접선도 빈번했다. 당시 그곳의 치안은 프랑스 경찰이 담당하고 있었는데, 독일 게슈타포의 감시가 삼엄했다. 게슈타포 는 프랑스의 레지스탕스 거물이 카사블랑카에 잠입한 것을 알고 그를 체 포하기 위하여 카사블랑카로 온다.

얼마 뒤 레지스탕스 거물 라즐로와 일자 부부가 릭의 카페에 들어온다. 뒤늦게 나타난 릭은 일자를 보고 놀란다. 일자는 릭의 옛 연인이었던 것 이다. 그날 밤 릭은 위스키를 연거푸 마시며 외로움을 곱씹었다. 위스키 에 취하면서 외로움은 사라지고 파노라마처럼 옛 추억이 떠올랐다.

파리가 함락되기 전 릭은 파리에서 작은 카페를 경영하고 있었다. 릭은 그때 일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릭은 일자에게 마르세유로 탈출할 것을 제안했다. 떠나기 전날 밤 둘은 가 흐르는 카페에서 샴 페인을 마시며 결혼을 약속했다. 그러나 일자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러 다 느닷없이 다시 나타난 일자. 릭은 현실과 과거 사이에서 고뇌할 수밖 에 없었다.

술을 마시고 있는 릭의 앞에 일자가 나타났다. 둘 사이에 섬광 같은 애증 이 교차한다. 일자는 그날 왜 약속을 저버렸는지 설명하려 했으나 릭은 술만 들이킬 뿐이었다. 릭의 마음의 상처는 너무 깊고 컸다.

다음날 아침 라즐로와 일자는 포르투갈행 비자를 구하려 카사블랑카를 뒤 지고 다니다 릭이 비자를 갖고 있다는 정보를 얻는다. 라즐로는 릭의 방 으로 가서 릭에게 비자를 팔라고 하지만, 릭은 매몰차게 거절한다. 그날 밤 이번엔 일자가 릭을 찾아와 비자를 달라고 한다. 릭이 거절하자 일자 는 릭을 향하여 권총을 겨눈다. 하지만 일자는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일자는 파리에서의 상황을 털어놓는다. 릭과 같이 떠나기로 한 전날 밤 죽은 줄만 알았던 남편 라즐로가 탈옥해 자기를 찾아온 것이다. 일자는 자기밖에 의지할 데가 없는 라즐로를 버릴 수가 없었다. 릭은 술을 마시 며 그 사연을 듣고 드디어 그들을 돕기로 결심한다. 사랑과 술이 장미꽃 처럼 어우러진 카사블랑카는 영원한 추억의 영화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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