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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독자 |
1997년06월12일 제 1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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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고 싶었다. 일하고 싶었다.
서은희(33·서울시 송파구 가락동)씨는 그러나 포기했다. 엄두가 나지 않 았다. 취업제의가 온 회사에서 면접까지 보고난 뒤 말이다. 두살·한살짜 리 연년생 남매를 하루종일 맡기는 데 70만원. 시간이 초과될 때 붙는 가 산금까지 합하면 1백여만원. 동네 탁아시설을 둘러본 뒤 깨끗하게 꿈을 접었다. 아이들이 좀더 크기를 기약하며….
그는 최근 <한겨레21> 159호를 통해 그 아픈 속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 었다. 유아교육 특집기사는 늘 그가 꼬집고 싶었던 문제가 아니었던가. “하루속히 공교육체제가 돼야 한다는 주장에 너무너무 공감해요. 어린이 집마다 비싸고, 안심하고 맡길 데도 별로 없잖아요.”
일터를 빠져나온 지 만 2년. 첫째아들 상기를 출산하던 95년 6월까지, 그 는 한 중소기업에서 비서로 일했다. 10년간 다닌 직장이었다. 첫째를 낳 은 뒤엔 바로 둘째딸 세희를 가졌다. 이왕 고생할 거 연년생으로 후딱 키 우자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고민이 많다. 키우기 힘든 건 둘째 문제 다. “첫째애가 두돌도 안 됐는데 너무 어른취급을 당하는 것 같아요. 큰 애에게는 말도 심하게 하게 되고, 매도 들게 되고… 어린 나이에 벌써 남 의 눈치를 많이 보더라구요.”
그 역시 여느 주부들처럼 수다로 푼다. 아파트 이웃들과 차 한잔을 나누 는 여유는 소중하다. 물론 <한겨레21>은 그 수다의 중요한 원천이다. 학 교위원회의 진짜 취지가 무엇인지, 촌지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 한겨레21>에서 본 교육기사들을 설명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때로는 그게 딜레마가 된다. “<한겨레21> 수준으로 이야기하다 보면 이상한 눈초리를 받기도 하지요.” 북한동포돕기 이야기를 한참 할 때였다. 한 주부가 이 렇게 대꾸하는 거였다. “북한을 뭣하러 도와요? 다 군량미로 쓰인다는데 ….”
그가 정기구독하는 <한겨레21> 한권한권은 ‘남편사랑’을 담고 있기도 하다. 사실 지난해 봄까지 남편 조성현(34·미트저널 근무)씨가 한달 용 돈에서 주마다 사보던 것이었다. 용돈이 떨어질 땐 그냥 넘어가기도 했다 . 그래서 지난해 남편의 생일날 결심했다. “시사주간지 하나라도 맘껏 읽게 하자.” 올해도 어김없이 남편을 위한 생일선물은 <한겨레21> 정기 구독이었다. 물론 함께 읽지만….
"<한겨레21>이 좀더 많은 주부들에게 파고들었으면 좋겠어요.” ‘주부 가 서야 나라가 선다’는 게 서은희씨가 수다로 깨달은 신념이다.
고경태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