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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읽기 |
1997년06월12일 제 1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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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인 연구업적을 내는 과학자는 어떤 사람들인가? 대학시절 교수에게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아인슈타인은 어떻게 금세기 최고의 독창적인 물리 학 이론을 내놓을 수 있었는가? 수많은 과학 영재를 길러냈고, 또 지금도 길러내고 있는 우리는 왜 해마다 연말만 되면 ‘이런 교육과 연구 체계로 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에 아직도 요원하다’는 자조 섞인 한탄만 해야 하는가?
창조성의 본질, 또는 무엇이 창조적인 사람을 만드는가에 대한 관심은 고 대 플라톤부터 있어 왔지만 창조성의 생물학적 근원은 아직도 상당부분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최근엔 아인슈타인의 소뇌(小腦)를 40년간 보관하 면서 연구했던 의사가 이 뇌에서 아인슈타인의 창조성의 비밀을 찾아내는 데 실패했다고 발표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면 과학사학자·인지과학자·심리학자들은 창조적인 정신활동이 담고 있는 다양한 과정과 요인을 사례연구에 바탕해서 분석했으며, 그 결과 우 리는 창조성에 대한 몇 가지 새로운 이해를 얻게 되었다. 이중 하나가 창 조성과 지능(Intelligence)의 차이이다. 20세기 초엽 지능(IQ) 테스트를 개발하고 보급했던 일군의 과학자들이 IQ 테스트의 보편성을 강조하는 한 방편으로 이미 죽은 유명한 과학자, 예술가들의 IQ를 (뉴턴의 IQ가 190이 니 하는) 엉성한 자료에 근거해서 만들어냈고, 그 결과 창조적인 과학자, 예술가는 지능지수가 높다는 생각이 상식으로까지 받아들여졌다.
그렇지만 IQ 140이 넘는 1천5백명의 학생을 20여년간 추적·관찰한 미국 의 한 연구는 이 학생 중 단 한 사람도 높은 수준의 창조적인 업적을 내 지 못했음을 지적하며 창조성이 지능과는 다른 차원에 존재함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트랜지스터를 처음 발명해서 1956년 노벨상까지 수상한 쇼클 리가 IQ가 140이 안 된다고 해서 이 학생 집단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은 유 명하다).
또한 창조성에는 개인적인 차원과 더불어 창조적인 업적을 고무하고 높게 평가하는 사회적인 차원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1 980년대 일본 과학자들이 일본과 같은 위계적·권위적인 연구 풍토하에서 는 선진기술을 베끼는 것을 바탕으로 한 기술 혁신은 가능할지 몰라도 진 정으로 독창적인 과학 연구는 어렵다고 역설한 것도 이러한 사회적 창조 성의 한 단면을 감지한 결과였다.
작년에 프랭크 설로웨이라는 과학사학자는 <거역하기 위해서 태어난 자들 >(Born to Rebel)이라는 책에서 코페르니쿠스 혁명, 뉴턴의 새로운 물리 학, 다윈의 진화론, 아인슈타인의 상대론 등 혁신적인 이론을 둘러싼 수 백명의 과학자들과 그들의 장남·차남 여부의 연관을 제시했다. 그의 주 장은 혁신적인 이론을 주장했거나 계승한 과학자들의 대다수는 둘째나 그 이후에 태어난 아들이었음에 비해, 이런 혁신적인 이론을 거부했거나 좀 더 보수적인 이론에 안주한 과학자들의 대부분은 맏아들이었다는 것이다.
설로웨이는 이 차이를, 부모의 관심과 지원을 차지하기 위한 형제들 사이 의 경쟁에서 유리한 입장인 맏아들이 부모를 닮아 가는 기득권자였음에 비해, 둘째 이후의 자식은 이에 ‘반역’하는 거역자로 클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설로웨이의 주장은 매우 논쟁적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창조 성은 주어진 문제만을 잘 푸는 능력뿐만 아니라 중요한 문제 자체를 인지 하고 만들어내는 능력을 포함하며, 이는 전자와는 다른 종류의 훈련과 사 고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중·고교, 대학의 과학교육이 어떤 종류의 과학자를 훈련시키고 있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이다.
홍성욱/ 캐나다 토론토대학 과학기술사 철학과 교수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