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1997년06월05일 제 160호 한겨레21

책도 읽고 ‘진짜 문화’도 키우세요

“오늘의 대학은 대중문화를 그저 소비할 뿐, 생산은 전혀 못하고 있습니 다.”

연세대 출신 동문들과 재학생들이 조합비 출자 형식으로 돈을 걷어 지난 해 말 연세대 앞에 새로 개업한 사회과학서점 ‘오늘의 책’. 최근 10여 평의 지하실을 카페처럼 단장해 문을 열면서, 이춘택(25)씨는 요즘 무척 바빠졌다. 가칭 ‘문화공간’으로 부르는 이곳 운영의 실무를 떠맡게 됐 기 때문이다.

“막상 공간을 열기는 했지만, 어떻게 운영해야 학생들에게 더 많은 도움 을 줄 수 있을까.” 이씨는 “푼돈을 모아 출자한 학생들을 생각하면 어 깨가 마냥 무거워지기만 한다”고 벌써부터 걱정이다. 이씨가 이 일에 뛰 어든 것은 대학 재학중이던 지난 94년부터 연세대 주변의 사회과학서점에 서 줄곧 아르바이트를 하다 조합 설립을 이끌었던 게 계기가 됐다. 결국 조합의 운영위원까지 맡게 된 것이다.

이씨의 욕심은 이곳을 대학생들이 중심이 된 각종 문화클럽의 이용공간으 로 정착시키는 일이다. 대학시절 안정된 모임공간이 없어 늘 아쉬웠다는 이씨는 “요즘도 모임방이 없어 카페를 전전하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기 만 하다”고 말한다. “신촌이나 홍대주변을 무대로 활동하는 록그룹이 대중음악 발전의 밑거름이 되듯이, 문학·학술·영화 등의 분야에서도 새 로운 문화를 만들어낼 아마추어 클럽들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문화공간이 그런 일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이씨의 바람이다.

그러나 이씨를 계속 괴롭히는 건 운영비 문제다. 6천5백만원의 출자금으 로 어렵게 문을 연 서점도 요즘 수익금으로는 아르바이트 학생들의 보수 만 겨우 줄 수 있을 뿐, 전문경영인의 월급은 한푼도 챙겨주지 못할 정도 로 형편이 어렵다고 한다. 이씨는 그래서 이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에게 이용료로 한사람당 2천원씩 받을 생각이다. 물론 차는 공짜로 서비스한다 .

“앞으로 각종 강연회를 열고 작은 영화를 상영하는 등 점차 공간 이용의 폭을 넓혀갈 겁니다.” 이씨는 문화공간 운영이 어느 정도 틀을 잡게 되 면 학생들만으로 동아리를 따로 만들어 이들에게 모든 운영을 맡길 생각 이다.

정남구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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