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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야기 |
1997년06월05일 제 1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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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빈들교회 양희찬(36) 전도사는 일주일에 두어번 서울을 찾는다. 주 로 새벽기차를 타고 올라와 그날 밤기차로 내려가는 빡빡한 일정이다. 기 차가 서울역에 닿으면 곧장 지하철을 타고 강남역 부근의 작은 사무실로 달려간다. 통일 강냉이 모임.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동포를 돕기 위해 결성된 기독청년들의 이 모임에서 그의 절박한 신앙고백이 펼쳐진다. “ 동포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더 빨리, 더 많이 식량을 보내야 합니다.”
‘통일 강냉이’는 요즘 부쩍 늘어난 여타 북한동포돕기 단체와 조금 다 르다. 성금을 모으기도 하지만, 정작 힘을 쏟는 분야는 북한 식량난의 실 상을 정확히 알리는 일이다. 그러다보니 조선족이 많이 사는 중국의 동북 3성 및 북한과의 접경지대가 주된 활동무대다. 이곳에서 탈북자나 북한을 오가는 조선족들의 증언을 수집해 <북한기근 정보>라는 보고서를 내놓는 다.
양씨도 지난 4월 중국에 다녀왔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 이 미어진다. 굶주림에 쫓겨 두만강을 넘어와 하염없이 이국땅을 떠도는 탈북자들, 두고온 자식과 부모를 그리워하며 눈물짓는 사람들. “81년 대 학에 들어가 광주항쟁의 진상을 듣고 충격을 받은 이후 그렇게 충격을 받 은 건 처음”이었다고 한다.
양씨는 8년째 부랑인들과 살고 있다. 교회에서 함께 먹고 자며 세상에서 버려진 이들을 보듬는다. “제 앞가림도 못하는 사람들이 미운 정 고운 정에 묶여 산다”고 한다. 그들의 북한돕기는 그래서 거짓이 없다. 자원 봉사자를 합쳐 30여명에 불과한 교인들이 주머니를 털어 성금을 냈다. 아 이들은 용돈을, 엄마들은 아이의 돌반지를 팔았다고 한다. 그렇게 모은 게 1천2백여만원이다.
양씨는 요즘 부쩍 조바심이 난다. 그동안 모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오는 6월이면 북한동포들이 한계상황에 이를 것 같아서다. 그때를 넘기면 굶주 림으로 망가진 몸을 회복하기란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런데도 창구 일원 화 논리를 고집하는 정부는 밉다 못해 안타깝다. 굶주린 사람들을 상대로 정략을 흥정하는 심보가 못내 아쉽다. 군량미 전용설만 해도 그렇다. 양 씨는 “국제기구의 감시로 쌀이 전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한다 .
양씨는 이제 시민들이 정부를 깨우쳐야 한다고 믿는다. 동포를 살리는 데 창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메말라버 린 우리의 인간성을 회복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쪽에선 음식쓰레기가 넘쳐나는데 한쪽에선 굶어 죽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것도 한핏줄을 나 눈 형제자매가요. 밥상의 한쪽을 비워주는 사랑이 그토록 어려운 건지…. ”
유강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0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