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1997년06월05일 제 160호 한겨레21

“견우, 직녀 만드는 법은 없애야지요”

신혼부부인 김병일(31·외국어대 경영학과 박사과정)·김성란(27·이대부 속병원 간호사)씨는 동성동본이다. 7백만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 성씨인 김해 김씨들이다. 2년 전 동성동본 사실을 몰랐던 친구 소개로 만난 뒤 점차 사랑이 싹트면서 이들이 겪었던 마음고생과 흘린 눈물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난 4월 집안과 친구의 축복 아래 결혼식도 올렸지만 법적으로 이들은 남남이다. 그래서 저축, 보험, 연금가입, 가족수당 등에서 불이익 을 받는다. 여기에 가슴에 돌덩어리 하나가 항상 매달려 있는 듯한 느낌 이 이들 부부를 짓누른다. 앞으로 태어날 2세가 사생아가 된다는 점 때문 이다.

지난해 결혼 전 이들은 동성동본 금혼법 위헌소송이 가정법원에 의해 받 아들여지자 잠시 들뜨기도 했다. 그러나 소송당사자였던 9쌍의 동성동본 부부에 대한 구제책으로 혼인신고를 받아준 뒤 소송은 흐지부지됐고, 헌 법재판소 위헌심판도 언제가 될지 모른다. 지금까지 동성동본 부부에 대 한 한시적 혼인신고 허용은 지난 77, 87, 96년 단 세번뿐이었다.

남편 김씨는 “동성동본 금혼법은 헌법이 보장한 행복추구권과 혼인의 자 유를 막는 엄연한 위헌법률”이라면서 “동성동본과 직접 관계가 없는 대 다수 사람들이 동성동본 금혼법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음에도 이 법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보수층의 표를 의식한 정치적 이유 밖에 없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인 김씨도 “동성동본 금혼은 어머니쪽 성에 대해선 아무런 문제도 삼지 않는다. 동성동본 금혼의 이유 로 내세우는 생물학적 열성인자 유전부분도 증명된 바 없다”며 “동성동 본 연인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이별을 해야 했으며, 동성동본 부부들 이 또 얼마나 많은 가슴앓이를 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래서 이들은 모임을 만들기로 했다. 동성동본 부부들이 함께 모여 법률 철폐 운동을 벌여나가자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지금은 동성동본 부부나 연인 또는 뜻을 함께 하고픈 사람들을 찾는 중이다. 김 씨 부부는 자신들의 구제와 상관없이 동성동본으로 인해 눈물짓는 연인들 이 더이상 없도록 법률폐지 때까지 힘쓸 것이라고 손을 맞잡았다. (02)35 3-2731, 015-8461-2731.

권태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05일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