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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
1997년06월05일 제 1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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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2일 밤에 열린 이회창 신한국당 대표와 서상목 백남치 의원 등 핵심 측근들의 심야 회동. `92년 대선자금 ‘공개 불가’ 입장 표명을 맡아달 라는 청와대쪽의 요청에 대한 수락 여부를 놓고 머리를 짜내고 있었다. 이 대표가 김 대통령의 총대를 메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이후 김 대통 령이 입장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청와대의 요청을 거부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받아들이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아직 유동적인 민주계 의원들을 끌어들이고 김심을 얻기 위해서는 손에 흙도 묻히고 옷 도 젖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물론 `청와대가 입장을 바꾸 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청와대쪽의 `‘약속’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대표쪽이 우려하던 상황이 사흘도 지나지 않아 현실화됐다. 김 대통령이 5월29일 신한국당 대선예비주자들과의 오찬회동자리에서 대선자 금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김 대통령이 대선자금 내용을 공개할지 말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김 대통령이 더이 상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 대표의 전언은 뒤집어진 것이다.
`‘대선자금 고백론’을 주장했던 이 대표가 말 바꾸기란 비난을 자초하 면서 `대선자금 ‘공개 불가’를 외쳤던 점을 감안하면 이 대표로서는 스 타일을 이만저만 구긴 게 아닌 꼴이 돼버렸다. 대외적인 이미지에서 손실 을 입었을 뿐 아니라 대내적으로도 김 대통령의 대리인 역을 더이상 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김 대통령이 이 대표를 궁 지에 빠뜨리려고 의도적으로 이 대표를 끌어들인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돌고 있다.
이 대표쪽은 그러나 대외적인 모양은 구겼지만, 대내적으로는 손해볼 게 별로 없다는 계산이다. 손해를 감수하면서 김 대통령의 방패역을 자임한 것 자체가 당내 최대 계파인 민주계의 이 대표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고 , 나아가 김심에 근접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점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대표의 손익표는 시간이 더 흘러야 정확할 것 같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0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