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1997년06월05일 제 160호 한겨레21

97자유

(사진/97자유 준비위원회는 대중음악의 올바른 정립을 위한 요구사항을 발표한다. <자유> 공연에 참가하는 그룹 산울림. )

지난해 6월7~9일 가요·음반 사전심의제 폐지를 기념한 <자유> 공연이 서 울대에서 열렸다. 무려 63년이나 존속했던 음반 사전심의가 폐지되는 6월 7일에 맞춰 시작했던 공연에는 정태춘·박은옥, 안치환, 양희은, 장사익, 노래를 찾는 사람들, 시나위, 꽃다지, 신성우, 한영애, 조동진, 넥스트 등 사흘 동안 16팀이 자발적으로 출연했고 1만5천여명의 관객들이 모여들 어 ‘자유’를 노래했다. 이런 성원은 그해 9~11월까지 지방도시 순회공 연인 <자유2>로 이어져 5만명의 관객이 또 모여들었다.

그 <자유>가 오는 6월4~8일 고려대 노천극장에서 다시 자유인들을 찾는다 . <자유> 공연이 일반적인 합동공연과 다른 점은 흥행이나 팬서비스 차원 의 콘서트가 아닌 한국 대중음악의 혁신을 소리높여 외친다는 점이다. 이 번에도 마찬가지다. 전 출연진을 대표하는 ‘97자유 준비위원회’의 이름 으로 이들은 6월4일 첫 공연 직전 ‘한국 대중음악의 올바른 정립을 위한 7대 요구’를 발표하고 이를 관계당국과 각 정당 대통령 후보들에게 공개 서한으로 전달한다. 무슨 시민운동단체의 회견장 같다. △대중음악 전용 극장 건설 △라이브 클럽 합법성 보장 △음반사 설립 자유 보장 △방송사 의 공정한 대중음악 순위 통계 △FM라디오 편성방침 혁신 △방송 사전심 의제 개선 △표절 예방책 마련 등이 이들의 요구다.

하지만 <자유> 공연에 이런 주장만 있다면 우린 공연장을 찾을 필요가 없 다. 립싱크와 표절, 댄스뮤직으로 얼룩져 대중음악의 진정성이 사라진 오 늘 수많은 뮤지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최대, 최고의 라이브 공연이라는 점이 <자유>의 매력이다. 록과 펑크에서 포크와 블루스까지, 오버그라운 드에서 언더그라운드까지, 70년대에서 90년대까지 한국 대중음악의 과거 ·현재·미래는 물론 좌·우를 종횡으로 대표하는 축제가 <자유>다. 본공 연 24개팀과 식전 공연 16개팀이 참여하는 <97자유>는 출연진에서도 지난 해 <자유>의 2배를 넘는 대규모로 ‘한국판 우드스탁’ 또는 ‘라이브 에 시드’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지난해 참석했던 윤도현밴드, 안치환, 조동진, 넥스트(이상 4일), 삐삐롱스타킹(지난해 삐삐밴드), 한영애, 꽃 다지, 시나위(이상 5일), 장사익, 강산에(8일) 이외에 새로이 ‘자유’진 영에 진입한 뮤지션들은 리아(4일), 이스크라, 블랙홀, 동물원, 패닉, 산 울림(이상 7일), 노이즈가든,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조용필(이상 8일) 등이다. 신중현씨도 5일을 포함해 이틀간 공연에 참여할 예정이다. ‘조 금 의외다’ 싶은 조용필씨의 경우 처음에는 고사했으나 그의 음악에 대 한 애정과 음악역정이 <자유> 공연의 이미지와 부합한다는 측면에서 주변 사람들이 적극 교섭한 결과 수락했으며, 그 뒤론 홍보에 적극 앞서고 있 다는 후문이다. 또 이한철(4일), 크라잉너트(5일), 황신혜밴드(7일), 어 어부 밴드(8일) 등이 특별한 사회가 없는 <자유> 공연의 ‘말뚝이’로 막 간을 이끌어 나간다. 이외에도 공연장 바깥에서 펼쳐지는 무료공연에 허 벅지밴드, 노브레인, 옐로우키친 등 홍대 앞 록밴드들이 대거 참여한다. <97자유> 입장료는 1만8천원(예매 1만5천원, 중고생 1만2천원)이고 지방 공연을 포함, 모든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자유이용권은 4만원이다(02-32 6-1275). 한편 이 공연의 수익금은 북녘 동포돕기에 쓰여질 예정이다. <9 7자유>는 또 7월 초까지 대구, 수원, 대전, 인천, 광주, 전주, 부산, 제 주 등으로 전국 대장정에 돌입해 지방팬들을 소외시키지 않는다. 이 공연 을 기획한 ‘뮤직센터 21세기’의 김종휘 정책실장은 “이번 공연은 현 시기 오버그라운드의 주류질서에 대한 상징적인 안티(anti)로서 우리 라 이브문화를 살찌우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97자유>의 의의를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97자유>는 텔레비전(공중파) 중 계도, 제대로 된 협찬도 따내지 못했다. 이유는 ‘무언지 모르는 껄끄러 움’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엔 ‘자유’를 두려워하는 이들이 많은 걸까? 그럴수록 ‘자유’의 날갯짓이 함성으로 울려퍼질 6월의 밤하늘이 기대된다.

권태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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