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를 바꾼다
1997년06월05일 제 160호 한겨레21

동양생명

“대출해 가셔서 잘 쓰셨습니까. 대출해 가신 돈의 이율은 ○○%고, 이자 를 내시는 날은 매달 ○○일입니다.”

동양생명에선 지난 3월부터 돈을 대출해 간 고객들에게 일일이 안내전화 를 걸어준다. 대출받은 돈의 종류를 비롯해 대출기간, 이자내는 날, 심지 어 통장의 계좌번호까지 차근차근 챙겨준다. 생활에 쫓겨 이자내는 날을 까먹는 바람에 연체료를 물기 일쑤인 사람들에겐 꼭 필요한 정보다.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돈을 빌린 뒤 이 자를 내는 것도 그에 못지 않다. 이자를 제때 마련하는 것도 일이지만, 꼬박꼬박 날짜를 맞춘다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자 내는 날을 깜 빡해 하루라도 넘기면 칼같이 연체료를 물어야 한다. 금융기관에선 손가 락 하나 까딱않고 이자에 연체료까지 받아 챙긴다.

동양생명 자산운영팀 김태형(30) 대리는 이런 금융기관의 고자세를 낮춰 야 한다고 생각했다. 돈을 대출해 간 고객들에게 이자율과 이자내는 날을 알려주는 안내전화 ‘해피콜’은 그렇게 탄생했다. 선의의 고객들이 사소 한 부주의로 손해를 보지 않도록 금융기관의 눈높이를 낮춘 것이다.

해피콜은 회사 안에 구축한 온라인 화면에 고객의 대출사항이 떠오르면서 작동한다. 회사는 화면을 통해 고객의 신상을 확인한 뒤, 전국 5백50여개 영업소에 리스트를 내려보낸다. 그러면 영업소에서는 고객에게 전화를 걸 어 채무자의 권리와 의무, 연체이자율 등 중요한 안내사항을 상세히 설명 해준다. 전화로 부족한 부분은 편지를 띄워 보충한다.

직원들은 처음에는 이 전화를 반기지 않았다고 한다. 없던 일거리가 새로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자를 갚는 건 돈을 빌려간 사람의 책 임이므로, 금융기관으로선 나설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반론도 만만찮았다 .

그러나 이 전화의 효험이 빛을 발하면서 그런 목소리는 수그러들기 시작 했다. 고객들의 이자가 제때 꼬박꼬박 들어오면서 회사의 돈운용이 훨씬 부드러워진 것이다. 특히 고객과 직접 전화통화를 하다 보니 주민등록증 을 위조해 불법으로 돈을 대출해 간 사람을 신속히 가려낼 수 있어 회사 의 손해를 줄일 수 있었다.

물론 사전 안내전화에도 이자를 제때 내지 않으면 해피콜은 이자를 독촉 하는 전화가 될 수밖에 없다. 김씨는 “해피콜이 언해피콜이 되고 안 되 고는 순전히 고객의 몫”이라며 웃는다.

유강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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