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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06월05일 제 160호 한겨레21

‘된장농구’ 이명훈의 도전

(사진/세계 최장신 농구선수로 NBA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이명훈은 북한 농구의 대들보 노릇을 했다.)

북한 농구의 간판스타 이명훈(28)이 NBA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키 2백35 cm에 몸무게 1백28kg으로 제자리에 선 채 덩크슛이 가능하다는 그의 꿈이 이뤄지면 NBA의 역사에 새로운 기록 하나가 추가된다. NBA에서 가장 키가 큰 선수가 되는 것이다. 현재 NBA의 최장신 선수는 워싱턴 불리츠 소속의 게오르그 뮤레산(2m28cm)이다.

이명훈은 현재 캐나다에서 프로선수로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시험을 치르고 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그는 ‘마이클’이라는 영어이름을 갖 고, 캐나다 농구대표팀 단장을 지낸 잭 도너휴의 기술지도를 받고 있다. 이미 전반적인 의학 및 건강테스트를 거쳤으며, 조만간 운동능력과 체력, 특성 등을 파악하기 위한 3주간의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한 다. 그의 NBA 진출은 시험 결과가 나오는 6월 중순께 윤곽을 드러낼 것으 로 보인다.

평양체육대학에서 신체생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이명훈은 함경남도에서 광 산기술자로 일하는 아버지 이창균(57)씨와 어머니 정신복(53)씨 사이에서 2남1녀 가운데 맏이로 태어났다. 인민학교 시절인 11세 때까지는 친구들 과 키가 비슷했으나, 평양고등중학교에 들어가면서 해마다 8~10cm씩 쑥쑥 자랐다고 한다. 학교를 마쳤을 때는 이미 2m를 넘어섰고, 23세 되던 해인 92년부터 키가 더이상 자라지 않아 지금의 2백35cm를 유지하고 있다.

이명훈은 그동안 큰키와 정확한 슛으로 북한 농구의 대들보 구실을 했다. 특히 지난 96년 8월 대만에서 열린 존스배 국제농구대회에서는 미국팀을 맞아 발군의 기량을 뽐냈다. 경기는 비록 67 대 89로 미국에 패했지만, 혼자 27점을 따냈고 자유투 12개 가운데 11개를 성공시켰다. 미국의 스카 우트 전문업체들이 그를 주목한 것도 이때였다. 현재 뉴욕 닉스·필라델 피아 세븐티식서스·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유타 재즈·미네소타 팀버울 브스 등 NBA 7~8개 팀이 그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명훈이 NBA에 입성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미 국무부는 최근 이명훈의 NBA 진출에 따른 법률적 검토를 한 결과 ‘불가’판정을 내렸다 . NBA도 소속 29개 팀에 정부의 허가가 없는 한 이명훈과 입단계약을 체 결할 수 없다는 점을 통보했다. 북한은 미국의 ‘적성국 교역법’(TWEA) 에 따라 상업거래를 할 수 없는 적성국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이명 훈의 NBA 진출길이 열리려면 미국 재무부 외국자산통제국의 특별허가를 받는 수밖에 없다.

이명훈의 NBA 진출에 대해 북한은 꽤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 제 그의 캐나다행은 북한 당국의 정식허가를 얻어 이뤄졌고, 최근 잇단 그의 망명설에도 일정을 바꾸지 않고 있다. 미국도 관련 법률의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북한 과 미국의 정치적 절충을 점치기도 한다. 적성국 교역법의 취지가 적성국 으로 달러가 들어가는 것을 막자는 것이기 때문에, 법운용에 탄력이 있다 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북한의 워싱턴 연락사무소 개설논의와 이명 훈의 NBA 진출을 연결시켜 보는 ‘정치적’ 시각도 있다.

유강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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