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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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06월05일 제 1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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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선수라면 누구나 서고 싶은 꿈의 무대, 미국 프로농구 NBA. 하지만 그곳은 누구나 공을 잡을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농구의 왕국이라는 미 국에서도 극소수 선택받은 이들만이 이 꿈의 무대를 밟을 수 있다. 미국 의 경우 1부리그에 소속된 대학팀만 3백여개고, 이들 대학에서 한해에 쏟 아져 나오는 선수는 줄잡아 1천여명이다. 그러나 한해에 NBA 드래프트 시 장에서 지명받을 수 있는 선수는 기껏해야 50여명에 불과하다.
드래프트 시장에 이름을 걸었다고 해서 좁은 문이 열리는 게 아니다. 팀 의 최종 엔트리에 오르려면 더욱 치열한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탈락한 선수는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그리스 같은 유럽무대나 남아메리카, 아시 아 무대로 살길을 찾아 떠날 수밖에 없다. 꿈의 무대 뒤에는 이처럼 냉혹 한 적자생존의 법칙이 숨어 있다.
유럽무대서 활약하다 진출하는 선수 많아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외국인이라도 기량을 인정받으면 맘껏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이 NBA이기도 하다. 실제 NBA에는 적지 않은 외국선수들이 미 국인들 사이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물론 외국선수들에게 열린 문은 지극 히 좁다. 동아시아의 스타인 중국의 마지안도 지난해 LA 클리퍼스의 훈련 캠프까지 합류했으나 끝내 최종 엔트리에 오르지 못하고 보따리를 싸야 했다.
그렇게 아득하기만 한 NBA 무대에서 96∼97시즌 동안 부와 명예를 한꺼번 에 거머쥘 기회를 잡은 외국선수는 모두 30명이다. 출신국도 다양해 모두 18개 나라에 이른다. 멀리 아프리카에서 유럽, 오스트레일리아는 물론 아 시아 출신도 있다. 가장 많은 선수를 수출한 나라는 크로아티아로, 모두 4명이 입성했다. 리투아니아와 오스트리아, 캐나다가 각각 3명씩으로 그 뒤를 잇고 있고, 아시아에서는 레바논의 로니 사이칼리(올랜도 매직)가 유일하다.
이들이 NBA에 진출하는 길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에서 활약하다 스카우터의 눈에 들어 발탁되는 경우다. 크로아티아의 토니 쿠코치(시카고 불스)나 세르비아의 블라드 디바치(샬롯 호네츠) 등 유럽쪽에서 건너온 선수들이 주로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애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무대에서 활약하다 NBA 무대에 발을 딛게 됐다.
다른 하나는 미국의 농구명문 대학에 유학와 자연스럽게 NBA에 합류하는 경우다. 얼마 전 국내에 개봉된 영화 `<에어>에서 미국의 대학농구 감독 이 아프리카 추장 아들을 데려와 돌풍을 일으킨 것처럼 이런 경우는 NBA 인력수급의 일반적인 방식이다. 나이지리아의 하킴 올라주원(휴스턴 로키 츠), 자메이카의 패트릭 유잉(뉴욕 닉스) 등이 대부분 이렇게 미국으로 건너온 ‘살레 윈탐바’(영화에 나오는 추장 아들)인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 중에는 센터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특히 하 킴 올라주원이나 패트릭 유잉, 자이르의 디켐베 무톰보(애틀랜타 호크스) 등 아프리카나 중남미 출신 흑인선수들은 한결같이 키가 큰 센터다. 리투 아니아의 아르비다스 사보니스(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와 게오르기 뮤레산(워싱턴 불리츠), 세르비아의 블라드 디바치(샬롯 호네츠), 네덜란 드의 릭 슈미츠(인디애나 페이서스)처럼 유럽쪽에서 온 선수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일단 키가 커야 선수로서 가능성을 인정받기 쉽기 때문이다.
플레이오프서 분루삼킨 패트릭 유잉
외국출신 선수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는 선수는 두말할 필요 도 없이 나이지리아의 흑표범 하킴 올라주원(34·2m13·1백14kg)이다. 몸 을 비틀며 쏘는 점프슛과 골밑을 파고들며 내리꽂는 덩크슛이 일품인 올 라주원은 애초 나이지리아에서 축구선수 생활을 하다 농구로 전향했다. 8 4년 휴스턴에 드래프트 1라운드 1번으로 지명된 뒤 94년 MVP의 영예를 누 렸으며, NBA 베스트 5에 뽑힌 것도 5차례나 된다. 13년 동안 정규리그 9 백78경기에 출전해 평균 24.2 득점, 12.0 튄공잡기, 2.7 도움주기 기록을 올렸다. 센터로서는 보기 드물게 트리플 더블(한 경기 동안 득점, 튄공잡 기, 도움주기 등 세 분야에서 두자리 수의 기록을 올리는 것)도 13차례나 기록했다. 올시즌 한때 심장박동 이상으로 고통받기도 했지만, 러셀, 챔 벌레인, 압둘 자바 등 전설적인 센터의 대를 잇는 대형스타로 꼽히고 있 다. 93년에는 미국시민권도 얻었다.
패트릭 유잉(35·2m13·1백8kg)도 이에 못지 않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8 5년 뉴욕 닉스에 드래프트 1라운드 1번으로 지명된 이후 정규리그 9백13 경기에서 평균 23.6 득점, 10.4 튄공잡기, 2.1 도움주기를 기록했다. 올 스타에 10차례나 뽑혔으며, 샤킬 오닐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최고의 괴물 센터로 명성을 날렸다. 올초 한때 부진해 이제 한물간 것 아니냐는 소리 까지 들었으나, 플레이오프 들어 화려하게 부활해, 콘퍼런스 결승진출권 을 놓고 마이애미 히트와 7차전까지 가는 대접전을 이끌었다. 3승1패로 콘퍼런스 결승을 눈앞에 두었지만 5차전에 집단편싸움을 벌여 6, 7차전에 그를 비롯한 주전들이 대거 빠져 끝내 분루를 삼켜야 했다.
무톰보(31·2m18·1백13kg)는 91년 덴버 너기츠에 드래프트 1라운드 4번 으로 입단했다가 지난해 애틀랜타 호크스로 옮겼다. 5년 동안 정규리그 4 백71경기에서 평균 13.0 득점을 올렸지만, 수비에 강점을 갖고 있다. 특 히 고비마다 승부를 반전시키는 슛 가로막기는 관중들에게 또다른 볼거리 를 제공한다. 슛가로막기 부문에서 올해는 2위(평균 3.30개)에 그쳤으나,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위에 올랐었다.
쿠코치(29·2m11·1백4kg)도 NBA 최고의 식스맨이라는 명성을 얻을 만큼 발군의 기량을 보이고 있다. 애초 축구를 지망했다가 너무 키가 커버리는 바람에 농구공을 만지게 됐다는 쿠코치는 96년 시카고 불스가 우승할 때 올해의 식스맨상을 수상했다. 유고와 이탈리아에서 활약하다 93년부터 시 카고 불스 군단에 합류했다. NBA 정규리그 성적은 2백94경기에서 평균 27 .6분을 뛰면서 13.3 득점을 올렸다.
자국에서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받아
88년과 92년, 96년 세차례 올림픽에 출전해 은메달을 따낸 유고의 국민적 영웅 블라드 디바치(2m16·1백13kg)도 샬롯 호네츠의 기둥센터 구실을 톡 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압둘 자바와 매직 존슨이 빠진 LA 레이커 스의 몰락을 막느라 고군분투했다. 96년 디바치와 유고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췄던 사샤 다닐로비치(1m95·90kg)나, 88년 올림픽에서 옛 소련 센터로 금메달을 목에 건 사보니스도 유럽농구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또 84년 과 92년 올림픽에 독일 대표로 출전했던 데틀레프 슈렘프(34·2m8·1백6k g)도 포워드로 맹활약하고 있다.
이 밖에 NBA 최장신 게오르기 뮤레산(26·2m28·1백36kg)과 릭 스미츠(31 ·2m23·1백20kg)는 큰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한몫하고 있고, 유일한 아 시아 출신인 로니 사이칼리(32·2m11·1백14kg)는 올랜도 매직의 센터로 샤킬 오닐의 공백을 메우며 주전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병수 기자/ 한겨레 스포츠레저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05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