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의 독자 |
1997년06월05일 제 160호
|
|---|
(주)엑센탐구교육에서 이벤트 플래너로 일하는 이재희(25)씨는 요즘 일에 파묻혀 지낸다. 초등학생들의 여름방학 때 실시할 과학과 자연 캠프 ‘야 , 자연이다’를 기획·제작하고 있다. 밤샘작업이 이어져 집에 들어가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여도 피곤을 모른다.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기 때문이다. 이벤트 플래너는 그가 바라는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충족시켜 주었다. 스포츠 즐기기, 인간적인 관계 맺기, 상상력 발휘하기, 끝없는 일욕심….
그는 신명을 좇아 산다. 스스로의 의지와 무관한 그 무엇에도 길들여지지 않는 체질이다. 애시당초 그에겐 ‘마땅히 그래야 하는’ 여성에 대한 신 화는 존재하지 않았다. 딸 셋을 둔 부모님의 가르침에 금녀의 벽이 없었 던 것이다. 하지만 성직자를 바라는 모친과 직업군인을 바라는 부친 사이 의 줄다리기도 자유롭고자 하는 그의 고집 앞에 허사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그가 무조건 ‘튀는’ 성격의 여성인 것은 아니다. 평발임을 알 면서도 하사관 시험에 응시해 보기좋게(?) 낙방을 한 것은 부친의 바람을 마냥 거부할 수 없었던 까닭에서다. 그런 그이기에 요즘 몇날을 집에 들 어가지 못해도 부모님이 사정을 넉넉히 이해하는 것이리라.
“어떤 식으로든 묶이고 규정되는 건 견딜 수 없어요. 여성으로서 세상과 인간을 구원하겠다는 등의 거창한 욕심은 없지만 나름대로 인간적 삶에 대한 열정은 놓고 싶지 않습니다.” <한겨레21>은 그의 바람을 이어가는 힘이 되고 있다. 더불어 산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고, 잊어서는 안 될 사람들을 새롭게 기억하게 하는 <한겨레21>인 것이다. <한겨레21> 에서 따라 배우고 싶은 사람을 발견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기쁨이다. “고정란은 <한겨레21>의 얼굴입니다. 고정란을 보고 싶어 <한겨레21>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도록 더욱 알차게 꾸몄으면 합니다.” 그는 만 화 시사SF에 대해서도 한마디 덧붙였다. “시사주간지에서 만화를 기획한 것 자체가 놀라웠어요. 실험성이 돋보이는 <한겨레21>이기에 가능했던 일 이라 생각합니다. 만화는 재미와 상상력이 중요할 텐데, 썩 재미있지 않 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아요.”
그는 아이들과 함께 할 여름이 다가오는 게 때론 걱정스럽다. 하지만 영 화를 찍고, 인터넷 화상회의 등을 할 생각을 하면 벌써 여름을 살고 있는 느낌이란다.
김수병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0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