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997년06월05일 제 160호 한겨레21

왜 오른손이 지배했는가

(사진/최근 교육적 필요성에 따라 다시 왼손능력이 주목받고 있다. 왼손으로 가위질하는 어린이.)

10 대 1. 남녀의 비율이 전체적으로 5 대 5를 중심으로 유지되듯 인류는 10명 중 1명이 왼손잡이다. 이 비율은 유사 이래 크게 변하지 않고 유지 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래서 인류학자들은 이 10 대 1이란 비율을 인류사의 작은 수수께끼라고 말한다.


맹수와 싸울 때 유리했다?

어쨌든 90% 이상이 오른손잡이인 인류는 오른손잡이 중심의 사회를 만들 었다. 현존하는 가장 유명한 왼손잡이인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도 취임 선서는 오른손으로 했다. 왼손으로 하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지만, 오른손으로 하는 것이 오른손잡이 사회의 전통이자 ‘법’이다.

역사적으로 늘 소수파인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 사회로부터 늘 ‘재수 없 는 존재’로 기피되고, 심지어 집단에서 배척되거나 죽임을 당하기까지 했다. 왼손잡이를 기피하는 터부(금기)는 전세계가 공통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가 예외없이 가진 공통의 금기를 들라고 한다면 그것이 바 로 왼손잡이 기피증일 것이다.

인류가 언제부터 오른손 중심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인류 최고의 문 명 중 하나인 고대 이집트 사회는 오른손잡이 사회였다. 전설적인 파라오 람세스2세는 왼손잡이였다고 전해지지만, 이집트 전체 사회와 문화는 왼 손을 터부했다. 시저도 왼손잡이였지만 황제가 된 뒤에는 로마시민들에게 오른손을 사용하도록 포고령을 내렸다. 그 이전으로 거슬로올라가면 인류 가 오른손 중심의 사회였다는 확정적 증거는 없다. 그러나 캐나다의 심리 학자 스탠리 코렌은 석기시대부터 1950년대까지 약 1만개의 예술품을 조 사한 결과 왼손잡이 비율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한 가계의 50대에 걸친 왼손잡이 분포를 조사한 결과도 여전히 10 대 1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인류와 가장 가까운 침팬지나 원숭이는 거의 양손잡이에 가깝다. 그런데 역시 좌우대칭의 존재인 인류가 유독 손 사용에서만은 대다수가 오른손잡 이라는 것은 결국 진화의 결과인가?

인류학자들은 인류가 진화의 일정 단계에서 오른손을 지배적인 손으로 사 용하기 시작했으며, 이로부터 점차 종교적 문화적 이유로 왼손 금기가 생 겼을 것으로 추론한다. 왼손잡이였던 토머스 카알라일은 이런 상상을 했 다. 원시인들이 도구를 사용해 사냥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적이나 맹수와 싸울 때 오른손에 창을 들 경우 적의 왼쪽 심장과 창이 최단거리에 놓여 공격하기 유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같은 원리로 방패를 발명 했을 때 왼손으로 방패를 드는 것이 자기 심장을 보호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왼손에 방패를 들고 오른손에는 적을 공격하는 창을 드는 행위가 수만년 또는 수십만년 계속되면서 오른손의 지배적 사용 경 향은 인류의 유전자에 깊이 각인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모성애에서 오른손잡이 우세의 근거를 찾기도 한다. 즉 갓 태어난 아기는 어머니 뱃속에서처럼 어머니 심장의 박동을 들어야 편안하다. 그래서 어 머니들은 아이를 왼손으로 안게 되었고,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오른손으로 열매를 따거나 노동을 했다. 당연히 오른손의 활동이 더욱 발달하게 되었 고, 먹이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어머니의 자식들의 생존확률이 더 높았을 것이다. 오른손잡이는 이런 모성애를 통해 우세한 유전적 경향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악마성의 상징’으로까지 공격받아

이 이론을 역으로 생각하면 왼손잡이는 생존경쟁에 불리한 존재다. 그래 서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 사회에서 각고의 생존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정공법이 아닌 변칙의 방식이 자주 사용됐을 것이고 , 그것은 오른손잡이 들에 의해 비겁하거나 나쁜 것으로 간주되었을 것이다. 결국 이런 ‘역사 ’는 오늘날까지 왼손잡이를 “불길하고 불리한 존재”로 인식하게 만들 었는지 모른다.

영어에서 왼손잡이를 뜻하는 sinister의 어원은 ‘불길한’, ‘사악한’ 따위의 의미로 쓰였다. 왼쪽을 뜻하는 left는 약하고 힘없는 등의 어원에 서 출발했고, 그냥 쓰지 말고 내버려두라는 뜻도 담고 있다. 중국어에서 도 좌족은 서자 혈통을 가리키는 등 나쁜 뜻에 주로 사용됐다. 이렇게 왼 손을 천시하는 어원은 거의 모든 언어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우리 말에서도 오른손은 올바른 손이란 뜻이고 왼손은 그 반대다. 더 나아가 오른손을 아예 바른손이라고 하기까지 했다.

왼손잡이 기피증이 강화된 데는 사실 기독교가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 구약성서에서 요셉의 아들 므낫세는 오른손으로 축복받지 못했기 때문 에 이스라엘의 적자가 되지 못했다. 더욱이 신약성경이 ‘예수가 하나님 오른쪽에 앉아 계시다가 심판하러 올것’‘심판의 날에는 구원받을 양은 오른쪽에, 심판받을 염소는 왼쪽에 있을 것’이라는 등의 기록을 남긴 이 래 왼손은 불길한 존재가 되었고, 근본주의자들에게는 ‘악마성’의 상징 으로까지 공격받기도 했다. 동양에서는 음양사상이 기독교와 같은 구실을 했다. 해와 달이 양과 음으로 나뉘고 남자와 여자가 양과 음이듯, 음양설 은 오른쪽을 양으로 왼쪽을 음으로 삼았다. 여기서 남존여비사상이 나왔 다. 힌두교에서도 왼쪽은 부정한 것이다. 오른손은 먹는 손이고 왼손은 뒤를 닦는 손이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도 음양설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소학> 은 밥먹고 글쓰는 일과 어른에게 물건을 올릴 때 오른손을 써야 한다고 가르쳤다. 하지만 오른손을 높이긴 해도 왼손을 천시하거나 비하하지는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성균관제례위원회 이승관(65) 위원장은 “오른손 을 높인 것은 사실이나 왼손을 천시하라는 기록도 없다. 오히려 경우에 따라서는 왼쪽이 중요할 때도 있었다. 제사 때 왼쪽이 상위인 것과 벼슬 에서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높은 게 그런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왼손억압’은 일제교육의 영향

그러나 한국사회에서도 왼손 금기는 상당히 강한 편이다. 왼손으로 밥먹 다가 손등을 맞거나, 아예 왼손을 묶어놓는 경험을 한 한국인들이 많다. 한 전문가는 이를 일제교육의 영향으로 보기도 한다. 일제 때 우리보다 왼손터부가 강한 일본식 학교교육을 받으면서 강화되었던 것은 아닐까 하 는 추측이다.

어쨌든 금기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최근 교육적 필요성에 의해 다시 왼 손 능력이 주목되는 것이 그런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수천년 아니 수만 년을 유지해온 금기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금기가 어떤 이 유로 인해 생성되고 해소돼가는지, 그 한 단면을 ‘왼손잡이’는 보여주 고 있는지 모른다.

이인우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05일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