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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하는 재벌 |
1997년06월05일 제 1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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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코아의 봉급지급일인 지난 5월10일 서울 반포동 뉴코아백화점 본점에 서는 소동이 벌어졌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뉴코아가 직원봉급을 못주게 됐다”는 루머를 듣고 취재기자들이 확인차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다행히 (?) 봉급은 정상적으로 지급돼 소동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뉴코아와 관련 된 악성루머는 이번만은 아니다. 지난 2월초에는 봉급을 상품권으로 지급 했다는 헛소문이 돌아 곤욕을 치렀다.
뉴코아는 그럴듯한 악성루머가 끊이지 않고 나오는 배경에는 `특정 음해 세력'이 있다고 의심한다. 의혹의 눈길을 받는 대상은 국내 굴지의 대그 룹이다. 처음에는 “신경 쓸 것 없다”는 김의철 회장의 지시에 따라 정 면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3월10일에는 드디어 “유통업체 진출 을 추진하는 모그룹쪽이 악성루머를 퍼뜨리고 있다. 건전한 기업을 음해 하려는 불순세력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포화를 퍼부었다. “문제의 그룹 은 최근 유통업을 하는 계열사가 분리해 나간 뒤 유통업에 재진출하려고 준비 중이다. 기존 유통업체들이 요지를 선점한 상태에서 미리 확보해 놓 은 부지나 유통업에 대한 노하우가 없자 뉴코아를 인수하려는 음모를 꾸 미고 있다.” 뉴코아 홍보실 관계자는 소문을 추적한 결과 확신을 갖게 됐다고 흥분한다. 그러나 이 후에도 루머는 계속됐다. 봉급날이나 거래업 체 대금지급일이 다가올 때는 특히 기승을 부린다. 지난 3월말 하나은행 이 3백억원을 대출해 주었을 때는 자사 직원들을 동원해 은행에 항의전화 를 걸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문제의 그룹은 “터무니없다”고 펄쩍 뛴다. “현재 유통업 진출을 위해 엄청난 자금을 투자하고 있어 다른 업체를 인수할 여력이 없다. 기 업인수설이 나오거나 특정기업에 불리한 정보가 돌면 무조건 우리를 의심 하는 풍토가 심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풍토가 이런 추악한 시비로 얼룩져 있는 것만은 아니다. 조선맥주는 지난 5월15일 “어음 지급기한 연장에 따른 이자를 따로 받지 않겠다”며 뉴코아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조선맥주와 뉴코아의 월 거래규모는 7억~8억원선. 연간으로 따져 뉴코아에게는 10억원 정도의 자 금부담이 덜어지게 됐다. 조선맥주는 “큰 돈은 아니지만 어려운 처지에 놓인 거래처를 돕자는 의리 차원에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맥주업 계도 치열한 경쟁으로 사정이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남들은 받을 돈 떼 일까봐 전전긍긍하는 현실에서 조선맥주의 의리는 경기불황과 기업 연쇄 도산으로 꽁꽁 얼어붙은 우리 사회에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0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