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1997년06월05일 제 160호

성기 콤플렉스, 남성들의 재앙

(사진/비뇨기과 전문의 이윤수 원장이 만성발기부전환자에게 시술하는 음경보형물을 소개하고 있다. 4백만~1천만원이라는 비싼 비용이 흠이지만, 발기부전환자들에게는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다.)

“골문 앞에서 헛볼차는 우리 남편! 문전만 어지럽히고 골 못 넣는 우리 남편!”

국가대표 축구선수 부인이 말하는 한국축구의 고질병일까. 아니다.

요즘 주택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남성 희소식’ 광고물은 꼭 이 렇게 시작한다. 이른바 남성의 성기를 크고 단단하게 해준다는 기구를 선 전하는 것이다. 광고문안을 계속 따라가보면 점입가경이다. “다음날 아 침이면 남성의 그것이 최대한 팽창하면서 마치 바윗돌처럼 우람해지고 딱 딱해지는데 이때는 평양감사도 부럽지 않은 최고의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때부터 당신은 무적함대의 선장이 된다.”그리고 이렇게 속삭인다. “ 고개 숙인 30대, 부부갈등의 40대, 귀가 공포증의 50대, 젊음을 되찾고자 하는 60대, 옛날을 그리워하는 70대 모두에게 활기찬 인생을 준다.” 장 밋빛 미래와 함께 구체적인 수치도 내놓는다. “1백일 후면 2cm 늘어나고 1.5배 이상 굵어진다.” 마지막 당부는 가관이다. “슈퍼맨이 되었다하여 가정을 떠나 나쁜 곳에 사용하지 않기를 당부드린다. 약 좋다고 남용말자 !”

무차별 광고 살포… 정말 효과있는가

‘크고 강하며 끈질긴’ 남성을 만들어준다는 이같은 기구들이 요즘 무서 운 속도로 늘고 있다. 사무실 밀집지역으로부터 주택가 깊숙이까지 급속 하게 파고드는 것이다. 이에 <한겨레21>은 한 가지 시험을 했다. 우선 광 고문구에 나오는 기구를 전화로 직접 주문해 보기로 했다. ㅈ통신판매사 업부에 전화하기가 무섭게 판매원이 달려왔다. 전화한 지 40분 만이었다. 소형봉고차를 몰고 약속장소에 나타난 판매원은 다짜고짜 손님으로 가장 한 기자를 봉고에 오르도록 했다. 넉살좋게 생긴 20대 젊은이가 제품을 내놓으며 설명한다.

“작년 말부터 일본에서 수입하는 건데요, 효과는 하룻밤만 자면 나타나 요. 요즘 이런 거 한두개 안 가지고 있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거예요.” 쑥스러워하는 손님을 안심시키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12만8천원이라는 이 제품은 은으로 고리모양을 만들어 성기 밑동에 끼우는 기구다. 발기를 지속시키고 크기를 키우는 데 그만이라는 설명이다. “손가락에 반지를 끼는 것처럼 ‘몸가락’에 반지 낀 거라고 생각하면 편해요. 순은이라 형 상기억합금처럼 수축이나 팽창이 자유롭다는 점이 옥제품과 다르죠. 하루 에 서울에서만 20여개, 한달이면 수백개 파는데 반품은 아예 없어요.” “하루만이라도 써보고 사면 안 되느냐”고 묻자 “그건 절대 안 된다” 고 한다. “부인이 반대할 것 같다”고 불안감을 표시하면 “사모님들은 겉으로는 징그럽다고 엄살이지만 속으론 얼마나 좋아하는데요”라며 능청 을 떤다. ‘강력한 성’에 대한 남성들의 스트레스를 교묘하게 자극한다.

어느덧 남성의 성적 강박관념을 이용한 정력증강 남성기구 판매가 극성을 이루고 있다. 많은 회사들은 학생들을 아르바이트로 고용해 주택가에 광 고지를 무차별로 뿌린다. 광고지에 등장하는 이름을 보면 기구의 종류도 무궁무진하다. 연옥환, 탑링, 도깨비Ⅲ, 파워맥스, 조루지오, 쿠션볼센스 , 바이오터보링, 쾌남오케이, 바이오포텐저, 핫밴드, 러브브러시, 하니봉 , 롱타임…. 이들은 대부분 성기 밑동에 끼워 발기력을 높이고 궁극적으 로는 크기를 키우는 것을 그 효능으로 내세우고 있다. 재료는 고무, 옥, 은 등 다양하다. 이들 제품은 구태여 전화구매에 의존할 필요도 없다. 서 울에만도 세운상가, 충무로 등에 가게가 널려 있기 때문이다. 싼 것은 보 통 3만원 정도지만 비싼 것은 20만원 안팎도 있다.

그러면 이들 기구가 광고만큼의 효과가 있는 걸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부정적이다. 이들에 따르면, 기구 가운데 정식 의료용품인 진공발기 유발 기구의 원리를 응용한 제품을 빼면 의학적으로 입증된 기구는 하나도 없 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기구들이 크기를 키우는 데 효과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준남성 크리닉의 정정만 원장은 “운동을 통해 우람해지는 근육은 골격근이다. 이에 비해 발기에 관여하는 근육은 자율신경계의 지배를 받는 평활근이다 . 이 근육은 아무리 물리적인 운동이나 훈련을 해도 결코 커지지 않는다 ”고 잘라 말한다.

피해 커도 규제는 불가능

(사진/비뇨기과에서 쓰는 발기유발기구들과 음경보형물들. 성기에서 수술로 빼낸 이물질들. 비뇨기과 등에서 간단한 시술로 성기 안에 삽입하는 고급 실리콘 링들의 모습. )

효과는커녕 심각한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항상 차고 있 어야 하기 때문에 오래되면 피부가 진무르고 성기표피에 손상을 줄 수 있 다. 옥으로 만든 제품은 쉽게 깨지기도 한다. 옥 등 탄력성 없는 재료로 만든 기구를 사용하다 보면 지속적인 발기로 성기조직이 상하게 된다. 남 성 성기는 12시간 이상 발기를 지속하면 발기조직의 빈혈로 섬유화되어 기능이 완전히 망가질 수도 있다. 일시적으로 커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은 대단히 위험한 함정이다. 이 기구들은 발기 상태의 성기에 모인 피를 일 시적으로 모아두는 구실을 하는데, 업자들은 이것이 성기의 확대라고 속 이는 것이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심각한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기구들 에 대한 행정규제는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의료용품이 아니라 공산품으로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처벌 규정도 없다. 복지부는 이들 기구들이 의 료용품이 아니고 음란물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약사법에 따라 불법의료용 품 판매로 단속할 수 없다. 풍속사범으로만 단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러나 소비자는 의료적인 효과를 보고 산다.

이 기구들보다 더 위험한 게 있다. 최근 성행하고 있는 성기확대를 위한 이물질 삽입 방식이 그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셀린과 파라핀이다. 약국 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바셀린이나 양초의 재료인 파라핀을 주사기에 넣 어 성기의 표피와 해면체 사이에 주입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손쉬운 만 큼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다.

비뇨기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평균 한달에 10여명의 환자가 부작용을 호소 하며 찾는다고 말한다. 전문의 하태준 원장은 “이물질 삽입 시술은 주로 선후배 사이나 직장 동료들간에 집단적으로 한다. 장소는 주로 여관이 이 용된다. 비용은 한번에 3만원이기 때문에 부담없이 할 수 있고 때문에 확 산 속도가 여자들의 유방확대수술과는 비교도 안 된다”고 밝혔다.

이 시술은 최근 10대들 사이에서도 빠르게 퍼져 새로운 사회문제로 등장 할 가능성마저 있다. 서울 잠실에서 이른바 ‘삐끼’를 하고 있는 박아무 개(17)군은 “겁이 났지만 친구들이랑 함께 해서 괜찮았아요. 친구들도 부러워해요. 삐끼 하는 친구들은 안 한 아이가 별로 없어요. 10명 중에 7 명은 했어요”라고 고백한다.

이물질 삽입의 후유증은 심각하다. 특히 금방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고 몇 년이 지난 뒤에야 나타나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크다. “대부분의 경우 이물질을 삽입한 지 3년에서 10년 사이에 부작용이 나타난다. 먼저 성기 피하조직에 고착반응이 일어나 조직이 썩거나 섬유화하고 육아종이라는 일종의 종양이 생긴다. 또 이들 물질이 주입 부위에서 다른 부위로 옮겨 다니기도 하며 임파선을 침범하거나 색전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물질이 혈관을 눌러서 피가 제대로 통하지 못하는 혈류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물질이 한쪽으로 몰려 기형으로 변하는 때도 있다. 결국 발기시 통증, 상처 감염 등으로 성기 결합이 어려워지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액체 실리콘 주사, 평생 두고 후회할 일”

전문의 이윤수 원장이 전하는 부작용의 실상은 섬뜩하기조차 하다. 수십 년 동안 그대로 있다가 노년에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20대 후반에 넣었다가 70대 할아버지가 되어 병원을 찾은 이도 있다. 부작용이 워낙 심해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액체 형태의 이물질 삽입은 ‘시술’(施術)이 아니라 ‘사술’(邪術)이라고 표현한다. ‘범죄행위’라는 것이다. 최근 에는 바셀린이나 파라핀을 대신해 액체 실리콘을 주사하는 이도 많다. 그 러나 액체 실리콘도 이런 부작용은 똑같다.

때문에 요즘엔 부작용이 드러나기 전에 이물질을 제거해 달라고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많다. 이들은 대개 총각 때 삽입한 것이 결혼 뒤 부인에게 들통나 문제가 된 경우다. 한 전문의는 “삽입물을 너무 많이 넣어 결혼 첫날밤부터 부부관계를 하지 못하자 부인이 이혼을 요구해 어쩔 수 없이 빼러 오는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의 경우 지름이 10cm 이상이었다”고 귀띔한다. 그러나 이런 때도 이물질이 피부 곳곳에 숨어 있거나 흡착되어 있어 남김없이 제거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제거했더라도 제거된 부분에 피부가 모자라면 피부이식수술을 따로 해야 한다. 최근에는 진피 지방이식술이라는 좀더 진보된 수술방법이 개발되어 이전보다 쉬워졌지만 , 남성 성기라는 것이 이완과 팽창을 계속하는 기관이라 이식피부가 이식 된 장소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생착률이 낮다는 어려움도 있다. 어쨌 든 액체 이물질 삽입은 평생 후회할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충 고다.

액체 이물질 이외에 병원에서 공식적으로 시술하는 성기확대술이 있다. 이른바 실리콘 링 삽입이다. 이는 고체 실리콘으로 성기의 둘레를 감싸 크게 만드는 것이다. 왜소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남성 중에는 이 수술을 받아서라도 콤플렉스를 이겨내려 한다. 이 수술은 시간이 적게 걸리고 국 소마취로 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에 다른 것보다 선호되고 있다. 비용도 20 만~30만원으로 싼 편이다.

그러나 비뇨기과전문의들은 이 방법도 “교과서적인 시술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사이코 서저리’(psychosurgery)일 뿐이라는 것이다. 사이코 서저리란 기능에 문제가 없는데도 환자 자신의 열등감이나 심리적 갈등으 로 기능상의 장애가 생길 때, 심리적 부담감이나 중압감을 없애기 위해 시행하는 수술이라는 것이다. 하태준 원장은 “이 수술을 원하는 이들을 보면 보통 성기의 크기가 일반인들보다 오히려 크다”고 말한다. 순전히 성적 허영심과 자기과시의 수단으로 원한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이 시술 이 조루예방에 좋다는 소문이 퍼져 수술을 원하는 이들이 급증하는 추세 다. 이물질로 인해 민감성이 누그러질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에 따른 것 이다.

실리콘 링도 안전 장담할 수 없다

(사진/취재진의 전화문의에 즉각 달려온 성기구 판매상이 흥정을 벌이고 있다. )

전문의들은 실리콘의 특성상 별로 해가 없고 싫으면 언제라도 뺄 수 있다 는 점을 들어 시술에 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실리콘 링도 그 부작용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실리콘은 아직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 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또 실리콘에는 공업용과 의료용이 엄연히 구분돼 있으나 사용에 대한 규제나 감시가 엄격하지 않아 공업용을 쓰더라도 막 을 재간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고분자연구부 박기동(40) 박사는 “의료용 실리콘이라면 재료상의 문제는 없겠지만 공 업용을 마구잡이로 쓴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액체상태를 고체상태 로 바꿀 때 쓰는 가교제나 첨가제에 독성 물질을 사용했을 때는 인체조직 과 반응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혀 부작용의 가능성을 경고한다. 그럼에도 이 수술이 널리 성행하는 것은, 영세한 병원들이 이 수술을 주 요한 수입원으로 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어쨌든 다양한 방법으로 성기에 뭔가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한국남성들은 대단히 많아졌다. 비뇨기과 전문의 중에는 성인 남성의 20% 정도라고 보 는 이도 있고, 10% 안팎이라는 의사도 있다. 그야말로 한국남성의 성기 수난시대라 할 만하다.

성기에 대한 이런 집착은, 궁극적으로는 왜곡된 성구조와 성문화에서 비 롯됐다. 남성들이 여성을 사로잡을 수 있는 남성다움의 상징으로 성기를 떠올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성관계 역시 남성이 일방적이 고 시혜적으로 여성에게 주는 관계로 설정된다. 남성들은 성적으로 여성 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크기 콤플렉스나 정 력제 문화는 여기서 생긴다. 이런 풍토에서 정작 중요한 ‘애정과 정서적 친밀감’은 실종된다.

성기중심의 성문화는 환상

한편 여성계는 이런 성문화는 남성중심 사회가 빚어낸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남성들의 크기와 성만족도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전문가 들은 증언한다. 여성의 질은 아이를 낳을 수 있을 정도로 신축성이 있고 감각이 둔해 성기의 크기는 오르가슴과 거의 관련이 없으며, 성적 흥분은 음핵과 연결된 소음순의 마찰로 빚어진다는 것이다. 또 여성들은 성관계 를 통해 물리적인 마찰에 탐닉하기 보다 서로에 대한 애정의 확인을 중시 한다는 게 중론이다.

“성행위는 남성과 여성을 연결해주는 언어이며 사랑의 표현이자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는 신으로부터의 선물이다. 성행위는 단순히 본능을 충족시 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간의 심오한 결속을 가능케 하는 메시지다. 이를 통해 남성과 여성은 서로 상대방에게 평등하고 보완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요한 바오로 2세가 ‘생식만을 위한 섹스’라는 가 톨릭의 보수적 섹스론을 깨고 성관계를 새로이 정의한 이 구절은, 평등한 성관계를 유지하려는 모든 남녀가 귀기울여야 할 경구일 것 같다.

김창석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