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1997년06월05일 제 160호 한겨레21

8룡, 낮은 포복!

신한국당 경선전이 본격적으로 불붙었다.

지난 5월21일 당무회의에서 당헌·당규 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경선틀이 정해진 데다가 예비 후보군도 최병렬 의원이 23일 경선 출마 선언을 하고 김윤환 의원이 불출마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8명으로 압축됐다. 전당대회 시기도 7월 중순쯤으로 당내 의견이 모아짐에 따라 8룡들의 움직임은 바 빠졌다.


일제히 지구당 순방 나서

대선 주자들은 우선 당내 경선은 ‘민심보다는 당심, 당심보다는 `대심’ 즉, 투표권이 있는 대의원들의 마음에 승패가 달렸다고 보고 대의원들을 향한 구애작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번 경선에서는 지구당 선 출 대의원이 전체 대의원(1만2천6백여명)의 70%인 8천8백여명에 달해 지 구당 대의원에 대한 각축전이 치열하다. 지구당별로 과거 7명이던 대의원 이 35명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식 당무 수행이 곧 선거운동인 이회창 대표를 제외한 각 주 자 진영은 ‘대심’을 잡기 위한 지구당 순방에 일제히 나섰다. 대의원들 과의 직접 접촉만이 확실한 표가 된다는 판단에서 맨투맨식 선거운동에 착수한 것이다.

‘대심’잡기 활동에 가장 먼저 착수한 주자는 이한동 고문 이다. 지난 4 월 중순부터 지구당 순방에 나선 이 고문은 그동안 경기, 충남·북, 전남 ·북 등 70여개 지구당을 이미 돌았다. 김덕룡 의원도 `김덕룡 ‘희망 투 어’라는 이름 아래 5월20일 인천을 시작으로 2백53개 전 지구당에 대한 순방 활동에 들어갔다. 박찬종 이홍구 고문도 지구당 방문에 나서고 있으 며, 이인제 경기지사도 이달 안으로 지구당 순회 활동에 착수할 예정이다 . 최병렬 의원도 강원도를 시작으로 전국 지구당 방문길에 나섰다.

이한동 고문의 한 측근은 “뭐니뭐니 해도 대의원들을 직접 접촉해 홍보 하는 것만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대의원들이 확정되고 나면 다시 한번 지구당을 돌면서 대의원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의원들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의원이나 지구당 위원장에 대한 공들이기 경쟁은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당연하다. 의원이나 위원장들 에게 전화하거나 이들을 초청해 식사대접하는 것은 어느 주자나 다 하는 평범한 일이 돼버렸다. 따라서 좀더 감동을 주는 각종 방법을 찾고 있다. 박 고문이 시간이 날 때마다 의원회관을 불시에 찾아 의원들에게 ‘직접 `인사’하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이와 함께 이들 주자는 개인 홍보물과 편지 등을 기존 대의원들이나 장차 대의원이 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 유지들에게 발송하는 등 간접 접촉도 강 화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또 개인 사무실을 확대 이전하고 보좌진을 보강하는 등 대 선 캠프 정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대표 진영은 여의도 부국증권 빌딩에 통합사무실을 내어 외곽에서 활동하던 각종 사조직을 이흥주 전 총리비서실장 아래로 통합했다. 이 사무실에서는 공조직과는 별도로 이 대표의 사적인 활동이나 경선 전략, 그리고 홍보 업무 등을 담당할 계획 이다.

이한동 고문도 21일 대선 캠프를 서소문 변호사 사무실에서 인사동 태화 빌딩으로 확대 이전했으며, 이인제 지사도 22일 여의도 정우빌딩에 `‘비 젼 한국21’이라는 이름의 캠프를 마련했다. 이수성 고문은 26일 광화문 동원빌딩에서 사무실 개소식을 가졌다. 이 고문은 이를 계기로 정치인들 과의 접촉도 자연스럽게 시작했다.

김덕룡의원은 지난 22일 18명의 핵심 의원들로 `‘21세기 국가경영연구 회’ 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킴으로써 정발협과의 결별 이후 독자계보 구축 에 나섰다. 김 의원은 국가경영연구회에 원내 40명과 원외 위원장 40명 등 80여명의 지구당 위원장들을 참여시켜 6월초 공식 발족시킬 계획이다.

8룡들의 이미지 고양 경쟁도 치열하다. 이 대표는 다른 대선 주자들의 반 발에도 25일부터 28일까지 3박4일간 공식 중국 방문길에 나섰다. 강택민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는 것을 지도자로서의 이미지 부각에 최대한 활용한 다는 계획이다.


후보등록조차 못하는 후보 나올 수도

이수성 고문도 29일부터 6월2일까지 독일 방문에 나선다. 헬무트 콜 독일 총리를 만나 분단국 통일에 대한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대외 이미지를 높 일 수 있다는 이점이, 대의원 접촉 시간 낭비라는 손실을 보상하고도 남 는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덕룡 의원도 세계상공회의소 일본 지부의 초청으로 조만간 일본을 단기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4월 말 에서 5월 초까지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이홍구 고문 은 국가운영 시스템 개조 등 다양한 정책비전 제시로 다른 후보와 차별화 전략을 사용하고 있 다. 즉, 권력분산론, 책임 총리제, 한은 독립론 등이 이 고문이 제시한 정책이다.

최병렬 의원도 금융실명제 보완책과 정치개혁 방안, 경제난 극복 및 국가 경쟁력 제고 방안 등 10개항의 정책을 토대로 `‘정책 대결’에서 승부를 건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주자들의 각개약진과 함께 주자간의 합종연횡 움직임도 더욱 다양 한 형태로 나타날 전망이다. 특히 전당대회 일정이 대체로 7월 중순쯤으 로 의견이 모아짐에 따라 주자간 사전 막후조정작업도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

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대의원이 대폭 늘어났더라도, 후보 등록 요건 이 8개시도 50명 추천 규정이 남았기 때문에 자칫 후보 등록조차 못하는 주자가 나올 수 있다”며 “그런 창피를 당하기 전에 자연스런 합종연횡 을 통해 주자가 정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종철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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