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1997년06월05일 제 160호 한겨레21

희망마저 강도당한 북한주민의 편지 ①


찬란한 21세기 앞두고 ‘저단백’이라니

(사진/"이 아이들은 지켜야 한다." 아이의 먹거리를 위하여 도끼를 휘두를 수밖에 없는 이야기는 기근에 허덕이는 우리 동포의 현실이다.)

인간은 과학이 발전하여 영광찬란한 미래 21세기를 내다보며 아름다운 꿈 을 꾸고 있다. 내가 자라 ○○○ ○○○○ 이때까지 저단백이란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고 여생을 보내다 (이제) 현실을 목격하니 철없다 할까.

아직 의학계에서 저단백이란 진단을 내려 본 적 없는 이때, 하필이면 인 민대중 중심 사회주의 보루라고 하는 조선에서 만민이 저단백에 걸려 허 우적거리니, 사람들이여 상상해보라. 저단백에 걸려 퉁퉁 부은 체질, 걸 음마저 할 수 없어 지팡이에 의지하여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불쌍한 이 들. 주린 창자를 끌어안고 살길 찾아 방랑하는 어린 것과 거칠어진 녀인 들. 언제 한번 세면했던가 싶게 거무틱틱한 얼굴.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 첫인사에 “살아있었구나” 하는 애통한 목소리( 를 낸다).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주체의 철학 왕국이라 자칭하는 북조 선 사람들의 아우성과, 생활의 빈구석에서 허우적거리는 만민은 “살지 말라고 하는데 사는 게 우둔하지. 지금 세상이 어디 살라는 세상이야. 죽 으라는 세상이지.” 개탄의 소리는 이곳저곳에서 울리며 공포와 질식에서 허덕이고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5년간에 식량공급이 ○○○ ¼도 못했 으니 그 인생이 어떠하였는가를.

96년도 신년도 먹을 것이 없어 때식을 건넌 인 얼마이며 대소한에 얼어죽 은 이 얼마인가. 소위 민족의 수도라고 호칭하는 평양도 12월에 식구에 관계없이 5k 밀가루를 공급하더니, 1월1일 설 명절 식량도 설 지나 2일에 주었으니, 아 원통하구나.

이 세상에 배급제도가 있는 나라 어디에 있는가. 만민이 고루 살라는 공 급제도가 선(세워진) 조선이라 불러도 빈부의 차이는 극도에 이르러 관직 을 가졌다 관직으로 치부하고, 당권을 가졌다 당당하게 치부하고, 안전부 는 안전하게 치부하고, 보위부는 보이지 않게 치부하니 만민의 평백성들 어찌 살아야 하는가.


사살된 두 로인

(96년) 12월 초순 ○○리 외딴 마을에서 두 부처간 로인(노인 내외)이 사 살된 기막힌 사건이 발생하여 뭇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였다.

저녁 5시경 아랫마을에 사는 30대의 젊은이가 찾아와서 서로가 아는 사이 라 인사말이 오고갔다. 생활상 이야기가 오고가다가 젊은이가 “내집의 아이가 4일째 굶어 이렇게 왔다. 아무 것이나 좀 주어주시오”하면서 애 절하게 부탁하였다. 안로인(할머니)은 정상이 가긍하고 불쌍하였으나 자 기도 몇끼 못 먹을 것을 주면 인차 받을 수 없기에 “없어서 못 주겠소” 라고 잘라 말했다.

젊은이와 로인들은 달라거니 없다거니 하다 부엌 바닥에 있는 손도끼를 들고 “아이가 죽어가서 그런데 못 주겠소?”하면서 강압적으로 위협하자 로인 내인분은 겁이 나서 근근득신으로(어렵게) 채마전에서 수확한 강냉 이를 독에서 퍼서 얼마간 주었다.

몇되의 강냉이를 퍼서 받은 젊은이는 자기행동이 강도적이었다는 것이 걸 렸든지, 아니면 독에 얼마간 있는 강냉이가 욕심이 나서였든지, 아니면 강도 행위가 발로되면(탄로나면) 법적 추궁을 받는다는 것을 알았든지, 들었던 손도끼로 (두 노인을) 타살하였다. 젊은이는 타살한 직후 강냉이 를 주머니에 채워가지고 철수하였다.

이웃집에 사는 녀인이 저녁과 아침에도 인기척이 없고 연기가 나지 않아 혹시나 해서 문을 열고 보는 순간 비린내 나는 냄새와 쓰러져 있는 두 내 외 로인, 피로 물들린 광경은 말 그대로 수라장이었다. 범인은 4일 만에 붙잡혔다.


장모는 왜 죽어야 하는가

찌는 듯한 (96년) 6월의 한낮에 있은 일이다. ○○구 ○○○아바트(아파 트)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모두다 입가진 사람들은 저저마다 자기 의 식대로 판단하고 왁자지껄하였다. 조금 있더니 안전부에서 차를 타고 와 서 검사하기 시작하였다.

인민반장이 2층에 올라가 문을 여니 사람들이 깨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불 속에 있었다. 인민반장은 혹시 가스에 취했는가 하면서 유별나게 긴장 과 겁 속에서 이불을 들추는 순간 기겁하여 쓰러졌다. 그가 쓰러지자 같 이 갔던 여인이 인민반장이 나오지 않아 재차 들어갔다가 피비린내와 쓰 러진 반장을 보고 튀어나와 “사람 죽었소 사람 죽었소” 고함치면서 야 단법석이었다.

안전부에서 검열한 결과, 둘째 사위가 (자기 장모를) 죽였다. 둘째 사위 는 생활이 곤란하여 장모에게 몇되의 쌀과 현금을 요구하자 거절하였다. 수차에 걸쳐 제기하여도 거절당하자 하루저녁에 도끼를 들고 들어가 장모 와 처제를 죽이었다. 장모와 처제 조카는 왜서(왜) 죽었는가. 둘째 사위 는 남의 돈을 꾸어 쓰는 것이 재촉되자 수차에 걸쳐 사정하여도 린색한 장모는 주지 않고, 거절을 당하자 죽였다.


세습정치가 인간을 동물로 만든다

(사진/하루종일 들녘을 헤매도 쑥 한소쿠리도 못 채우는 북한의 노인들은 때때로 손주와 자식을 위햐여 스스로 죽음의 길을 걷기도 한다. )

빈부는 누가 선사하는가. 길가에 거리지는 범람하고 살판치는데, 허울좋 은 이 땅에 리조 봉건으로부터 내려오는 종속정치 세습정치로 백성은 귀 감고 듣지 말며, 눈뜨고 보지 말며, 입가지고 말못하는 고등동물(이 되었 다).

법관과 간부는 우(위)에서 내려다주고 밑에서 절취하여 먹으니 피둥피둥 살만 쪄 거들먹거리는 모습 어찌 본단 말인가. 사기와 협작으로 머슴이나 다름없이 직권과 관권으로 부려먹으니 어찌하랴.

빈곤한 백성은 가산을 팔고 집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지만, 치부로 살찐 자는 늘어만 가누나.

돈 있는 자는 없는 자의 물건을 헐값으로 사 사치하니 빈부차는 늘어만 간다. 없는 자는 오늘의 때식을 위해 가문의 가보도 헐값으로 팔지만 돈 있는 자는 때를 놓칠새라 눅값(싼값)으로 사들이니 어찌된단 말인가. 멋 있는 장식함 수천원짜리를 몇백원에 사서 치부하고, 장을 독점하니 어찌 하랴.

례를 들어보자. 고급모포 1천3백원짜리를 7백원 팔고 3천원짜리 장식함도 1천원에 파는가 하면 텔레비도 만원짜리를 6천원에 파니, 살 한k(kg)에 1 백20원이면(이나 하는데) 며칠을 살아야 하는가. 비통하여 통분하여도 하 소연할 곳이 없는 이 나라 백성은 어찌되랴.

신혼생활도 생활의 빈곤으로 부부간의 입이 줄어야 한다는 생존방식에 서 로들 갈라져 살아야 하니 어찌하랴. 간난이 낳아도 감싸줄 옷 없고 태어 나도 입고다닐 포단(포대기)이 없이 병원도 못 가니 죽음밖에 또 무엇이 랴. 죽음을 ○라는 이 나라 백성. 자살했다고 나라와 민족에 대한 역적으 로 몰아 가문의 종자를 말리니 어떻게 한단 말인가.


내일을 망치는‘꽃제비’

나는 ‘꽃제비’가 무엇인지 모른다. 민가에서 종종 꽃제비라 말하기에 종종 꽃제비가 무엇인가 문의하여도 아는 이 없다. 나는 지금도 이 시각 도 잘 모르고 필을 들어 쓰니 널리 량해하여 주기 바란다.

버림받아 방랑하는 어린 것들, 식량을 공급하지 않아 방랑하는 자, 가산 팔고 집 팔아 떠돌이하는 자들이 수없이 많아 공공장소 대합실에 때흘러 다니니 민가에서 이들을 꽃제비라 한다. 만민은 누구나 빈궁하여 제 살 길이 암담하여 (꽃제비들을) 보살펴 주지 못하여 날과 해를 따라 불어가 니, 홍수가 범람하듯 골목을 에워싼다.

꽃제비는 끼리끼리 무리를 지어 개인집을 털어내고 국가재산을 탕진한다. 민심은 소란하고 백성은 공포에 떨려 직장 출근도 못한다. 때를 지은 꽃 제비는 한푼두푼 모으는 녀인들의 장사품을 덮치고, 한밤중에 소를 잡아 진탕치니 동방례의지국의 명성높던 조선의 명성은 어디로 갔는가.

하여 중국 거주자 조선인 사사려행자(조선족 무역상인)가 자기돈 4만원을 내여 ○○땅에 꽃제비들 일부를 옷을 해주었으니 그거나마 다행이라 할 것이다. 한창 배워야 할 어린 것이 사탕 몇알 지고 팔러 다니는 그 정상( 모습), 나라의 미래를 떠메고 나가야 할 청춘들이 실업(자가) 되어 장마 당 출입하니, 앞날은 과연 어디로 갈까.


누가 인민을 ‘멍멍이’로 몰았는가

사람들은 멍멍이라 하면 기르는 개를 련상할 것이다. 허나 김정일시대 조 선당시대 그것도 찬란한 21세기를 눈앞에 둔 이 나라 백성은 멍멍이라 호 칭을 받고 있다.

멍멍이. 생각해보시라. 파산파국된 조선은 식량 공급이 안 되어 모두다 굶주림과 쓰리 절도 강도에 떨려 한발자국도 자기집 밖으로 나가지 못한 다.

왜냐구요. 생의 막다른 골목에 이른 이 나라 백성들은 인간의 리성마저 잃고 자기의 그림자도 믿지 못하여 고함과 외면으로 살판치는데 한알의 쌀, 한포기의 풀이라도 얻을까 하여 안주인들 쪽바가지 차고 장거리로 구 걸 떠나거나 산으로 초근목피 얻으러가면, 한순간도 비워선 안 될 집에 바깥주인을 직장에 출근시키지 않고 집을 지키게 한다. 집을 지키는 멍멍 이. 자기의 사랑하는 남편이요, 귀여운 자식인 것이다. 사람마다 장거리 에서 만나면 “너희집 멍멍이는 요즘 뭘 하니?”라는 인사가 례사로운 것 으로 되었으니 무엇이라 대답하여야 하는가.

귀여운 자식과 사랑하는 남편을 멍멍이라 하니 그 민족 그 나라가 혼란에 빠진 지 수년세월일 것이요. 멍멍이마저 없는 가정은 가산 팔고 집 팔고 자식은 길가에 내던져 떠다니는 꽃제비(가 되고 만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쪽바가지를 들고 동냥하는 늙은이, 여기저기에 파산 에 몰려 물고 뜯고 싸우는 이웃과 가정들, 먹지 못하고 입지 못하고 집마 저 팔아 의지가지 없는 로련자(나이 많은 이)들은 그 얼마나 얼어죽었겠 는가.

구호랍 밑에 쓰러져 죽은 55세 좌우의 부처간 기골장대하고 힘골이 쓴다 하여 장수라 하던 김아무개. 빚에 몰려 집마저 팔아 일저녁 술먹고 자폭 했으니 그 아니 불쌍한가.


남을 속여 먹는 자는 과연 누가 시켰는가

(사진/무언가 가득한 보따리를 인 여인네들에게 다가간 북한 공안원들. 관리들의 부정부패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원성이 높다. )

장마당은 사람들로 붐비었다. 모두다 한끼의 때식벌이를 위하여 서로 물 고 뜯고 눈을 속이기 위하여 이모저모 재간을 피우고 있다. 눈을 속이기 위하여 저울 추돌을 구멍 뚫어 꺼내어 파는 놈, 저울 고리에다 핀을 끼워 저울자를 고정시켜 속이는 놈, 강냉이 가루나 밀가루에 석회나 활석분을 섞어 파는 놈 등등이 허다하다. 그런 중 25세 좌우의 젊은이는 중국공민 조선인 사사려행자의 눈을 속여 낙지에서만 6만3천원을 횡재하는 사건이 벌어져 물의를 일으켰다. 저울대에다 핀을 끼워 가름대를 고정하여 10k에 2k씩 리익을 보아 90k를 리익을 보고, 이들은 간곳마다 횡재하여 별세상 처럼 살고 있다.

어찌 이뿐이랴. 중국공민 조선인 사사려행자에게 낙지를 팔았다. 3명의 녀인들은 저울추 속을 구멍을 뚫어 가볍게 하여 70k의 리익을 보아 횡재 하다 걸렸으나 돈을 먹이고 뇌물을 바쳐 무사히 활개치는, ○○시의 여우 와 호랑이 패거리들.

어찌 이뿐이랴. 쌀장사들은 1k에 1백g씩 리익을 보면서 팔거나 강냉이가 루에 술 찌꺼기를 섞어 팔아먹는 등등이 례사로운 일로 되고 있다.

남을 속여 먹는 자는 과연 누가 시켰는가. 사회의 악이 판을 치고 선이 죽어가는 이 세상을 저주하면서 저승으로 가는 자 얼마이랴.


빼앗겨도 말못하는 세상은 저주받아야 한다

(96년) 12월도 다 저물어가는 어느 하루. 사람들을 경악케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모두다 설 명절을 앞두고 다소나마 명절 준비를 위해 한푼두푼 모으기 위하여 장거리는 몹시 붐비었다.

모두다 명절이라도 죽이나 밥 한그릇이라도 먹이고 싶어하는 아낙네들의 마음을 다소라도 풀어 볼까 하여 가정 집물을 내다 팔기 위하여 이고 지 고 들고 장거리로 나가 제자리에 적합장소를 서로 차지하기 위하여 올리 뛰고 내리뛰고 하였다.

매일 만나는 아낙네들이라 서로의 눈인사나 하는가 하면 “죽지 않고 그 래도 살아있구만.” 또한 어떤 여인은 “그 집은 오늘 뭘 들고 왔소” 하 는가 하면 “집에 멍멍이는 일 없소” 하는 등의 인사가 오고 갔다. 가마 를 들고 온 이, 소랭이를 들고 온 이, 식잔과 사발, 독을 이고 온 이가 있는가 하면 어린 것들이 나무를 지고 온 것도 무수히 보였다. 모두다 서 로 자기 것을 팔기 위하여 거칠어진 험상한 옷주제에도 안 나오는 웃음을 짓고 서로 자기것을 먼저 팔기 위하여 고함과 아우성소리가 고칠 새 없는 속에서 뭇 사람들이 한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저놈 잡아라, 저놈 잡아” 하는 외침과 더불어 사러온 사람들은 한곳으 로 모이는가 하면, 자기 짐 때문에 가지 못하는 (이) 모두다 외가리 목을 빼들고 건너 보았다. 일인즉 한 장사꾼이 변소 보러 밖으로 나왔을 때 세 젊은이가 앞을 막아서더니 “아주머니 살겠으면 돈을 내라, 그렇지 않으 면 오늘 죽을 줄 알라” 하면서 손에 쥔 칼을 보였다. 순간 여인은 위험 과 공포심에 질려 자기 호주머니를 털어 10원짜리 몇장을 주면서 “나에 게 돈이 이것밖에 없소”라고 하자 한 강도가 “요것밖에 없소”하면서 앞뒤에서 서서 가자고 했다.

하자 녀인은 “없는데 어쩌겠소. 저녁에 팔면 주마” 하고 애원하듯하자 한 놈이 녀인의 안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호주머니에서 잔돈 몇장밖 에 없자 호주머니를 뒤지던 놈이 “오늘은 재수없군” 하면서 가자고 했 다. 녀인은 할 수 없이 앞뒤에 포위된 상태에서 끌려가기 시작하였다. 따 라가던 녀인은 사람들이 많은 곳을 지날 때 풀썩 주저앉으면서 “사람 살 리오, 사람살리오” 하면서 죽음의 앞에서 항거하였으나 그 누구도 아니 보자 하였다.

때마침 장에 왔던 순찰 안전원이 붙들어보니 이 세 놈은 상습적으로 흉기 를 들고 날마다 강도짓하며 살아가는 강도무리였다. 신사풍의 세 사나이 의 호주머니를 뒤져보니 수천원의 지폐가 쏟아졌다. 주위에 있던 장사치 들은 어제도 누가 저놈들에게 돈을 빼앗겼다고 하는가 하면 어떤 장사치 는 돼지머리 몇k ○○○다 하면서 저주와 고함을 찌르면서 하소연하였다.

백주에 날강도짓 하여도 말못하는 세상, 자기 것을 빼앗겨도 상소 못하는 이 세상을 사람들은 저주와 원망만 할 뿐이다. 상소나 말이 나서 강도의 귀에 들어가면 기필코 상소한 치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거나 그 집은 강도질 당하기 때문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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