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1997년05월29일 제 159호 한겨레21

프랑스영화의 자존심 구겨졌다

알랭 들롱과 장 폴 벨몽도가 50주년을 맞은 세계최고의 칸영화제를 비난 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두 배우의 분노는 브 루스 윌리스, 조니 뎁과 같은 할리우드 인기배우들은 초청하면서 정작 자 신들에게는 초청장을 보내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화가 난 두 배우는 칸 영화제 시작에 때를 맞춰 공동 영화촬영에 들어가 항의를 표시했다. 분이 풀리지 않은 이들은 영화제를 비난하는 공동인터뷰까지 따로 마련했다. 프랑스 최대의 대중잡지 <파리 마치>와의 독점인터뷰에서 알랭 들롱은 “ 프랑스 영화축제에 파멜라 앤더슨까지 초청했는데도 장 폴 벨몽도를 부르 지 않은 것은 뭔가 한참 잘못된 것”이라며 칸영화제 주최쪽을 비난했다. 또 장 폴 벨몽도 역시 “이런 처사는 미국의 영화축제에 로버트 드 니로 나 알 파치노를 초청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 들의 분노는 올해 칸영화제가 50주년을 맞아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이례 적으로 직접 참석하는 등 여느 해와 달리 성대하게 치러지는데도 자신들 이 소외됐다는 데서 더욱 커졌다.

신기하게도 40년의 경력을 가진 두 배우는 칸영화제에서만은 유독 단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좋은 인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벨몽도만 해도 영화제 초창기인 56년 관객으로부터는 절대적인 환호를 받았으나 정 작 심사에서는 수상에 실패해 심사위원석을 향해 팔뚝을 걷어붙이고 야유 를 했던 씁쓸한 기억도 지니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상을 받는 배우들 보다 대중들이 더 사랑해주기에 상에는 미련이 없다”고 밝혔다. <파리 마치>의 표지는 육순의 두 배우가 나비넥타이를 하고 나란히 손을 잡은 채로 트램펄린 위에서 광대짓을 하는 사진을 실었다. 칸에 대한 신경질적 인 야유를 표시한 것이다.

파리=최연구 통신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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