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1997년05월29일 제 159호 한겨레21

꼬리잡힌 ‘다윗의 스파이’

이스라엘과 미국 사이에 치열하게 전개돼온 첩보전이 공개돼 세계의 이목 을 끌고 있다.

사건이 알려진 것은 지난 5월7일 <워싱턴포스트>가 1면 머릿기사로 미 연 방수사국(FBI)이 미 정부 내의 고위관리가 이스라엘쪽에 극비정보를 전달 해온 혐의를 잡고 이를 추적중이라고 보도하면서부터였다.

이스라엘쪽이 빼내려 한 정보는 지난 1월16일 헤브론협정 직후 이의 준수 를 보장하기 위해 당시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이 야세르 아라파트 팔 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에게 전달한 친서라고 알려졌다. 당시는 아라파트 와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가 헤브론에서의 이스라엘 철군협정에 서명한 직후였다.


양국관계 흠집내려는 세력의 음모설도

당시 주미 이스라엘대사관의 한 정보관리는 텔아비브의 상급자에게 “벤 엘리사르 대사는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이 아라파트에게 보낸 비밀서신 사 본을 입수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이것을 ‘메가’에게 요청할까”라고 전 화했다. 히브리어로 이뤄진 이 암호 대화내용은 미국 국가안보국(NSA: 미 도청전문 정보기관)의 안테나에 걸렸다.

유일한 초강대국 미국에서 조심스럽게 첩보활동을 벌이던 이스라엘 정보 요원들은 미 NSA가 어떻게 두 모사드 요원간의 히브리어 암호 통화내용을 해독했는지 놀라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들이 이스라엘 정보기관 내에 깊 숙이 침투해 들어와 있는 게 아니냐는 걱정인 셈이다. 이스라엘 정보당국 에서는 두 모사드 요원의 통화에서 드러난 ‘메가’가 자신들이 미 국무 부 내에 숨겨놓고 이용하던 정보원이 아니라 미 중앙정보부(CIA)의 이스 라엘 책임자를 지칭하는 코드였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미 연방수사국(FBI )쪽에서는 ‘메가’를 이스라엘 모사드가 이용하는 정보원이라고 보고 수 사를 계속하고 있다. 미 행정부 안에서 민감한 비밀과 고급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이라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지난 80년대 중반 세계를 떠 들썩하게 했던 ‘조나단 폴라드’ 이스라엘 간첩사건(미 국방성에 근무하 던 유대인으로 이라크의 화학무기 개발정보를 이스라엘에 제공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폴라드에게 비밀문건 목록을 전해주고 이 문 건 입수작업을 도왔던 미 행정부 내 이스라엘 고급비밀정보원을 소탕하겠 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보도하는 이곳 이스라엘 언론은 두 가지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 클린턴 대통령 집권 이후 공고해지고 있는 이스라엘-미국 사이를 이간 시키려는 음모설, 그리고 미국 정치·경제·언론·학계 등 곳곳에 포진하 고 있는 유대인이 이번 사건으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걱정 등이 그 것이다.

전문가들은 교착상태에 빠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평화협상을 되살 리기 위해 미 국무부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이 사건이 폭로된 점에 주목한 다. 또 사건을 처음 폭로한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가 레바논 출신이라는 점도 이 사건의 이익이 어디로 돌아갈지에 대해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양쪽간 중재 작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유대인 관리들의 입장이 곤란해졌다. 데니스 로스 중동특사, 마르틴 인딕 주 이스라엘 미 대사 모두 유대인이고, 미국 외교의 총사령탑 매들 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 두 사람 역시 아버지가 유대인이다. 미 국무부, CIA 등 미 행정부 요소요소에 수천명의 유대인들 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들의 입장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스라엘도 미국에 대한 방첩활동 벌여

그러나 이스라엘 역시 이스라엘 국내에서 활동하는 미국 간첩들을 꾸준히 검거해서 기소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1967년 6일전 쟁 때 시나이반도 해안에서 첩보활동을 하던 미 첩보선을 폭격해버렸고, 1970년대에만 6명의 미 간첩을 색출해냈다. 1987년에도 미국 간첩으로 기 소된 이스라엘 군 장교가 1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이스라엘 정부 는 외교관 신분으로 워싱턴에서 근무하고 있는 모사드 요원의 전화가 도 청된 것을 불쾌하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보기관도 인딕 주 이스라엘 대사와 다른 외교관에 대한 미행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이 당당한 입장인 반면, 도움을 받고 있는 소국 이스라엘은 미국의 눈치를 보는 것이 다를 뿐이다.

예루살렘=최영철 통신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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