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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05월29일 제 159호 한겨레21

흔들리는 오토바이 천국

베트남 정부가 오토바이를 대신해 대형 시내버스를 대중교통수단으로 도 입하기로 하면서 베트남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당장 오토바이 가격이 떨 어질 것을 걱정하는 국민들의 저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오토바이는 베 트남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재산품목이다. 그도 그럴 것이 노동자의 최저 임금이 45달러인데 오토바이 1대의 가격은 2천6백달러(현재 베트남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혼다사의 ‘드림Ⅱ’ 기준)나 된다. 그래서 지금 베트남에 서는 “시내버스를 도입하는 정권은 망한다”거나 “버스를 도입하게 되 면 폭동이 일어난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일본 합작업체 공급물량으로 충분하다”

현재 베트남 전역에는 4백만대, 호치민시에만 1백20만대의 오토바이가 보 급되어 있다. 지난 96년중 베트남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분야는 가 스, 통신, 오토바이와 건축자재로 그중 오토바이는 지난 한해 동안 22%의 매출증가율을 보였다. 오토바이의 연간 수요는 35만~40만대. 이런 추세라 면 2000년에는 75만대까지 늘 전망이다. 게다가 오토바이는 일정 정도 소 득이 안정된 사람들이 가장 먼저 구입하는 필수품이기 때문에 현재 7천5 백만명에 육박한 인구수와 베트남의 경제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앞으로 그 수요는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올해초 베트남 총리실은 97년 수출입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오토바이 수입쿼터는 35만대, 12인승 상용차는 3천대, 수출용 오토바이 및 자동차 부품 수입량은 무제한 허용하고, 내수용 CKD·IKD 부품도 제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베트남 상무성에서 무역적자 축소 를 위해 조만간 오토바이와 12인승 상용차 등 일부 품목에 대해 수입금지 조처를 내릴 것으로 전해져 혼선을 빚고 있다. 아직 상무성 차관의 서명 을 남겨놓고 있어 공식 발효된 상태는 아니지만, ‘계약서 기준으로 97년 5월10일 이후, 입국 통관시기 기준으로 7월1일 이후부터’라는 구체적 적 용시기까지 언급되고 있어 그 시행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지난해 베트남의 무역적자는 90년 이래 최고치인 40억달러에 이른다. 이 는 국회에서 통과된 경제운용 목표치를 무려 28억달러나 초과한 액수로 베트남 전체 수출의 58%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미 수입쿼터까지 공식 배 당해 ‘한치앞도 예측못하는 정책운용’이라는 비판을 무릅쓰면서까지 수 입중단이라는 극약처방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일본의 스즈키베트남과 대만의 VMEP가 이미 베트남에 진출해 조립생산중에 있고, 야마하베트남과 혼다베트남도 생산계획을 세우고 있어 당분간 오토바이의 공급에는 차질이 없으리라는 판단도 수입중단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체시장의 70~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혼다의 합작사인 혼다베트남은 1억4천만달러를 투자해 1백cc·1백25cc급의 혼다드림을 연 간 20만대씩 생산할 계획이며 공장 가동은 97년 말께로 예정돼 있다.


어렵사리 뿌리내린 한국 업체 큰 타격

혁신적인 교통정책의 변화가 없는 한, 이후로도 오토바이의 수요는 계속 급증할 것으로 보여, 이번 수입중단 조처가 단기적인 처방에 그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혼다 텃밭에 어렵게 뿌리를 내려온 한국의 대림이나 효성, 베트남 중고오토바이의 70~80% 이상을 담당해온 한국의 수입중개상들에게는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어쨌든 베트남 오토바이 시장은 당분간 일본 브랜드 사이의 치열한 경쟁의 전장으로 압 축될 전망이다.

호치민=구수정 통신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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