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리뷰 |
1997년05월29일 제 159호
|
|---|
이광수 지음/ 도서출판 녹색그룹 펴냄/ 값 5천5백원
오는 6월부터 광릉수목원에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다. 이 세계적인 규모의 수목원 안에 서식하는 수많은 생물종들을 ‘인간’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궁여지책이다. 울타리 안의 수목원이 이럴진대 야생의 자연은 어떠할까. <종의 종말- 저항할 줄 모르는 생물종들을 위하여>는 심각한 멸종과 파괴 위기에 직면해 있는 지구상의 생물종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책 이다. 저자는 환경부 공무원으로 케냐 ‘유엔환경계획’(UNEP)에 파견근 무를 한 경험과 각종 UNEP자료를 토대로 인류가 지구상의 생물들을 왜 보 호해야하는지 알기 쉽게 서술했다.
산업혁명 이후 생태계 파괴 극성
생물의 멸종위기로 이끈 ‘주범’은 두말할 나위없이 인간이다. 이에 비 해 인류는 자신이 일으킨 전쟁과 기아 환경파괴에도 개체수가 60억에 육 박할 정도로 유례없는 극성을 누리고 있다. 인류는 그러나 지구상에서 맨 나중에 등장한 존재에 불과하다. 약 46억년인 지구 나이를 1년으로 가상 한다면 1997년 현재는 ‘지구 시계’로 12월31일 자정이고, 인류의 나이 를 약 5백만년에서 1천만년으로 볼 때 인간의 탄생은 지구시계로 12월31 일 오후이거나 빨라야 아침쯤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바로 불과 ‘몇 시간 전’에 탄생한 인류라는 종은 두뇌를 사용하여 단시 간에 모든 지구 생명체를 압도하는 ‘제왕’으로 군림해 앞서 출생한 다 른 종들을 가혹하게 지배했다.
인류가 생태계의 조화를 결정적으로 깨트리기 시작한 것은 3백년 전의 산 업혁명 때부터. 3백년은 지구시계로 2초. 1년 동안 지구상의 생물종들이 합심하여 만든 조화로운 지구 생태계는 불과 2초 만에 제6의 대멸종기에 들어서고 말았다. 특히 20세기 들어 지구의 열대림과 습지, 산호초 등 주 요 생명 서식지는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물론 생물의 멸종과 생성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지구상에 처음으로 생 명체가 생겨난 지 38억년동안 5억종에서 10억종 정도의 생물종이 지구에 등장했다가 그중 90%는 다른 종으로 진화하거나 멸종해 갔다. 지구는
이 기간에 대멸종을 다섯차례 겪었으며 그 마지막이 6천5백만년 전의 공 룡의 멸종이었다. 이런 멸종기에는 전체 생물종의 3분의 2가 일시에 사라 진다. 과학자들은 현재 인류에 의해 초래되고 있는 생물종의 위기를 ‘제 6의 멸종기’로 보고 있다. 더욱이 멸종은 매우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앞 으로 현재의 추세가 1백년정도 계속된다면 전체 생물종의 50% 이상이 멸 종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것은 지구와 운석의 충돌에 버금가는 ‘대 재앙’이다.
그러면 생물종의 멸종 실태는 어떤가. 생태학자들의 조사에 의하면 1975 년 한햇동안 수백종의 생물이 지상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불과 10년 뒤인 1985년에는 수천종이, 1990년경에는 최소한 1만종 정도가 멸종된 것으로 추정한다. 앞으로 2000년경에는 한해에 최소 2만종에서 최고 5만종 정도 가 멸종될 것으로 보고 있다. 25년 만에 멸종속도가 1백배 이상 증가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하루에 약 1백종의 생물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시 대에 살고 있다.
1976년 1백30만마리였던 아프리카 코끼리는 11년 뒤에 75만마리로 줄었다 . 종의 역사가 무려 5천5백만년된 코뿔소는 이제 수천마리만이 명맥을 잇 고 있다. 1920년대에 약 10만마리였던 호랑이는 1970년대에 4천마리로 줄 었다.1850년께에 약 20억마리가 하늘을 시커멓게 가리며 이동하는 것이 관찰되었던 북미의 나그네비둘기는 1914년 한 동물원에 남아있던 마지막 한마리가 숨을 거둠으로써 완전히 멸종됐다. 겨우 64년 만의 일이다. 고 래는 이제 3만5천마리 정도만 살아남았고,1980년까지만 해도 3백50종의 물고기가 살았던 동부 아프리카의 빅토리아 호수에는 지금 토착어 1종, 외래어 2종 등 3종의 물고기만 살고 있다.
한편 식물종은 인간의 식량자원으로 인류의 생존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인류가 먹을 수 있는 식물은 약 8만종으로 추정되며 이중 인류가 실제로 식량으로 사용한 것은 3천여종, 이 가운데 경작을 했던 식물은 1백50여종 에 불과했다. 현재는 쌀 보리 밀 옥수수 콩 기장 감자 사탕수수 등 20여 종만이 주된 식량자원이다. 그러나 이들도 불과 수백년전에서 수천년전에 는 그저 이름없는 야생식물에 지나지 않았다. 인류는 앞으로 더많은 식량 자원 확보를 위해 새 품종을 ‘발견’하고 개량해야하지만, 급속한 환경 파괴는 많은 감춰진 유용한 야생종들을 멸종시키고 있다.
이런 멸종의 원인은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눠볼 수 있다.
첫째 인간에 의한 서식지 파괴, 둘째 인간에 의한 무차별적인 사냥행위, 세번째 인간에 의한 타지역 생물종의 도입(황소개구리가 우리나라 토종 뱀까지 잡아먹고 블루길이 붕어의 씨를 말리고 있다), 네번째 인간에 의 한 환경오염(농약을 비롯한 각종 화학물질의 사용은 생물의 멸종을 가속 화시키고 있다), 다섯번째는 지구환경의 변화(산성비와 개구리같은 양서 류의 멸종위기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이다. 모두 인간에 의해 비롯된 것 들이다. 나머지 원인의 50%는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다. 다만 과학자들은 생태계의 인과관계에 따른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멸종의 최대 원인은 인간이지만, 그들 중 일부는 생물종의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간은 보다 많은 식물의 씨앗을 보존하는데 힘을 기울이 고 있으며(세계적으로 여러 나라의 종자은행이 약 2백만종의 식물 종자를 ‘저축’해놓고 있다) 야생상태의 보호시설을 적절한 지역에 가능한 많이 만들어 동식물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1989년 현재 전세계에는 약 4천5백개의 보호지역이 있으며 총면적은 지구생태계의 3.2%에 해당하 는 4천8백㎡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최근 환경부가 통일을 대비해 비무장 지대를 환경보전지역으로 설정하고 이 지역의 개발을 원천 제한토록 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구상에는 대략 3천만종(적게는 1천만종에서 많게는 1억종으로도 추정) 의 생명체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 인류가 확인한 생물종은 1백70만종으로 전체의 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인류는 자기가 살고 있 는 지구의 이웃 중 극히 일부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생물종에 대한 관심이 인류를 살린다
이 책은 이런 다양한 생물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호소한다. 오랜기간 지구의 생태계에서 조화로운 자기 역할을 해온 다양한 생물종들은 그 자체로의 가치 뿐만 아니라 인류의 생존에도 매우 중요한 존재가 되고 있 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달은 아마도 앞으로 더많은 인류의 ‘이웃들’ 을 발견하게 될 것이지만, 이들에 대한 살림은 과학이 아니라 자연과 더 불어 살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으로부터 나올 것이다. 산으로 들로 나가기 좋은 계절에 자녀들 또는 어린 학생들과 손잡고 야외로 나가보자. 그리고 한평의 숲에 둥그런 금을 긋고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인간의 친구들이 살 고 있는지 세어보자. 그러면 자연은 새로운 경이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 다. 적어도 아이들에겐 그러할 것이다.
이인우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