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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를 바꾼다 |
1997년05월29일 제 1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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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중 일의 능률이 최고조에 오르는 시간은 오전 시간대다. 그러나 기업 에서의 오전 시간은 얼렁뚱땅 흘러가기가 일쑤다. 대리, 과장, 부장순으 로 결제맡는 데만도 한번에 10~20분씩 걸린다. 게다가 팀회의, 과회의, 부서회의, 실무자회의, 부서간 회의 따위에 참석하다 보면 진이 다 빠진 다. 거래처에서 걸려오는 전화도 대개는 오전에 집중된다. 어영부영하다 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오후가 되면 책상에 잔뜩 쌓여 있는 밀린 업 무가 짜증을 불러온다.
고합종합건설은 지난 4월부터 ‘집중 근무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1시간30분을 집중 근무시간으로 정한 것이다. 이 시간 동 안에는 일체의 회의와 결제 따위를 하지 않는다. 경영진이나 부서장도 긴 급한 사안이 아니면 호출을 자제한다. 외부에서 걸려오는 협력업체의 전 화도 되도록 이 시간을 피하도록 협조를 부탁했다. 보험모집인 등의 외부 인 출입도 엄격히 금지한다.
집중 근무제를 제안한 사람은 이 회사 박덕문 이사(46)다. 그는 인사·관 리 부문에서 잔뼈가 굵어 누구보다 업무 메커니즘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 한다. “결제나 회의가 많으면 부산하기만 하지, 일하는 것은 거의 없어 요. 가장 업무효율이 높은 시간이 그냥 낭비되는 것이죠.”
애초에는 사원들 설문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오전 9시부터 11시 사이를 집 중 근무시간으로 정하려고 했다. 사원의 절반 가량이 이 시간대에 하루 업무량의 30~40%를 처리할 수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관행 의 벽에 부딪혀 시간대를 약간 조정해야 했다. “전체 토의를 벌인 결과, 외부업체와의 전화통화 시간이 오전 9시부터 10시 사이에 몰려 있다는 거 예요.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그냥 밀어부칠 수는 없었습니다.”
사원들의 호응은 상당히 좋다고 한다. 일을 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이 명 확히 분리돼 있기 때문에 차리리 속이 편하다는 것이다. 또 집중 근무시 간만큼은 상사의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집중 근무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회사 간부급 사원들의 이해가 우선해야 한다. 그렇지만 수시 호출과 수시 결제에 익숙해진 간부들에게 는 아직 낮설기만 하다. “완전히 정착되려면 2~3개월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정착이 되면 오후에도 2시간 정도를 집중 근무시간 으로 정할 예정입니다.”
이용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