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1997년05월29일 제 159호 한겨레21

황금알 품고 타조가 온다

(사진/타조사육은 상업적 가치가 높아 축산농가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이어트 식품으로 알려진 타조고기는 쇠고기 맛과 육질이 비슷하다.)

얼마 전 서울 강남역 근처의 한 건물에서는 이색적인 투자세미나가 열렸 다. 참석자들은 주변에 전시된 큼지막한 새의 깃털과 가죽, 고기를 보며 다소 들뜬 표정이었다. 금맥을 발견하기라도 한 것처럼 기쁜 빛이 역력한 참석자도 있었다. 가축으로서 타조의 상업적 가치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자리였다.

타조사육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가고 있다.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해외 의 타조사육장을 견학하는 여행상품이 등장하는가 하면, 한국타조협회라 는 단체까지 만들어졌다. 타조의 깃털이나 가죽, 기름으로 만든 각종 제 품이 전시되고, 타조고기 시식회도 열린다. 모두 최근 한달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영화나 동물원에서 본 크고 못생긴 새가 황금알을 낳는 가 축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야생조수로 규정된 수입불가 품목

그러나 정작 가축으로서 타조는 아직까지 한마리도 수입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타조가 가축이 아닌 야생조수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타조는 조수보호법에 묶여 사실상 수입이 금지된 품목이다. 다만, 정부가 최근 타조를 비롯한 일부 가축화한 조수의 수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강구 하기로 한 게 고작이다. 산림청 박기남 사무관은 “외국산 동물의 수입은 국내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하며, 타조도 예외가 아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타조사육 바람은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타조사육을 주장 하는 이들은 “타조가 피폐한 국내 축산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강조한다. 고기에서 깃털, 알, 기름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게 없는 꿈의 가축이라는 것이다. 타조협회 양정걸 이사는 “타조는 부가가치가 높아 일단 사육이 허용되면 소나 돼지를 상당 부분 대체할 것 ”이라고 주장한다.

타조사육은 남아프리카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1986년 이전까지만 해도 남 아프리카 밖에서는 상업적인 타조사육이 없을 정도로 남아프리카는 오랫 동안 독점적 지위를 누렸다. 그러다 최근 10년새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중국 등에서 잇따라 타조사육에 뛰어들었다. 타조사육은 비교적 최근에 세계화된 축산업인 셈이다.

타조의 상업적 가치는 고기를 비롯한 각종 부산물에 있다. 고기는 붉은빛 을 띠는데, 맛은 쇠고기와 비슷하다. 저칼로리, 저지방에 저콜레스테롤이 어서 다이어트식으로 유망하다고 한다. 가죽으로는 핸드백과 신발을 만든 다. 점박이 문양과 조직이 견고해 고급 가죽제품을 만드는 데 쓰인다. 기 름으로 만든 입술연화제와 화상치료제, 관절염치료제도 최근 나왔다. 깃 털로는 목도리나 먼지털이 따위를 만들고, 알껍질로는 공예품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타조를 기르는 데는 여러가지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하다. 무엇보 다 기후조건이 맞아야 한다. 타조는 원산지가 아프리카의 초원지대여서 일반적으로 더위에 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추위에도 강해 영하 18도에서 도 살 수 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기후변화가 심한 곳에서 번식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자칫 타조사육이 장밋빛 꿈에 그칠 수도 있다. 대구대 축산과 손장호 박사는 “타조사육에 앞서 우리 현실에 맞는 사육기술을 개발하는 게 먼저”라고 지적한다.


걸림돌 많아 순간의 열풍에 머물 수도

사육장을 마련하는 것도 만만찮다. 타조는 현존하는 조류 가운데 가장 크 다. 어른으로 자라면 키가 평균 2.5m에 이르고 몸무게도 1백20kg을 넘는 다. 하늘을 날지는 못하지만 시속 70km로 달릴 수 있다. 이런 동물을 사 육하려면 그만큼 넓은 장소가 필요하다. 번식기에 접어든 타조 한쌍을 위 해 사방 40m 정도의 산란용 축사가 필요하다고 한다. 여기에 2배 크기의 가두리를 쳐야 한다.

지금까지 국내에 들어온 특수가축은 대부분 순간의 열풍으로 끝났다. 생 산량이 급증하면서 가격이 폭락하고, 사육농가가 몰락하는 과정을 밟았다 . 황소개구리처럼 농가수익에는 보탬이 안되고 국내 생태계만 파괴하는 결과를 낳기도했다. 더욱이 수입과정에서 분양을 노린 사기꾼이 끼어들기 도 했다. 타조사육이 축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이런 여러가지 걸림 돌을 넘어야 한다. 타조가 우리 곁에 오기에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 은 것 같다.

유강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29일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