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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주장 |
1997년05월29일 제 1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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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14명의 가족이 집단으로 탈출하여 이른바 ‘보트피플’의 서막이 아니냐는 소식이 대서특필되었다. 탈북의 이유는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 없지만 정부와 신한국당이 당정회의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대규모 식량난 에 의한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정부 대책은 원칙적으로 해상난민을 수용한다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없다. 세계식량계획(WFP)을 비롯한 여러 소식통은 당장 대규모의 지원이 없으면 올 7월에 가서는 북한 인구의 대 부분이 아사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심각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현재 국제기구와 국내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모금운동이 벌어지고는 있지 만 모금 액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여전히 정부는 창구단일화 원칙과 북한 의 전쟁위협을 내세워 방관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북한 어린이에 대한 민간차원의 모금운동을 방해하기도 하며, 국내 초등 학생들의 모금운동 또한 교육부 지시로 금지가 된 실정이다. 그러면서 고 작 탈북자들을 수용하겠다는 극히 소극적이고 방관자적인 정책을 내놓으 니 도대체 통일은 누구하고 하겠다는 소리인지 분노를 참을 수 없다. 대 규모 아사자가 발생한 뒤에 어떻게 화해와 협력에 의한 통일이 가능할 것 이며 살아남은 사람들의 뼈에 사무칠 원망을 어떻게 극복하여 화합을 이 룰 것인가. 또한 영양실조로 ‘한 세대의 기형화’가 이뤄져 지금의 북한 어린이들이 정신지체아나 발육부진아가 되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그러고도 통일 한국이 제대로 유지되고 큰힘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 각하는가.
국제사회가 이 일을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OECD에 가입한 한국 이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을 국제사회가 어떻게 용인하여 자신들의 희생을 대가로 대북지원을 한단 말인가. 유진벨 재단의 스티브 린튼 이사장이 밝 힌 대로 국제사회는 한국을 ‘남도 아닌 한민족이 굶어 죽는데도 나몰라 라 하는 잔인한 민족’으로 인식하고 있다. 대부분의 소식통이 전하고 있 듯이 6월 이내로 대규모의 식량이 조속히 지원되지 않으면 우리 세대는 또하나의 거대한 역사적 과오를 저지르게 될 것이다. 정부는 즉각 인도적 ·민족적 차원에서 대북지원을 할 것을 간절히 촉구한다.
고민호/ 서울시 은평구 대조동 70-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