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997년05월29일 제 159호 한겨레21

“이런 유치원에 보내고 싶다”

(사진/`우리나라 최초의 독립적인 공립유치원' 노일유치원은 연간예산 약 2억5천만원 가운데 3분의2 가까이를 자치단체에서 지원받는다.)

 서울 상계동 노일 유치원. 앞으로는 아파트단지가 있고 뒤로는 수락산 자락이 멀리 내다보이는 곳에 예쁘게 지어진 2층 건물이 서 있다. 이곳은 영어 따위를 따로 가르치지 않는다. 아이들을 태워오는 버스도 없다. 그 래도 학부모들은 이곳에 자녀를 보내려고 줄을 선다. 노일유치원은 우리 나라 최초의 독립적인 공립 유치원이다. 서울시교육청이 공사비 4억4천여 만원을 들여 지난 94년 9월 문을 열었다. 대부분 초등학교 병설로 운영되 는 공립유치원과 달리 완전 독자적으로 운영된다. 서울에서는 유일하며 전국적으로도 광주와 청주에 각각 한 곳씩 밖에 없다. 이 유치원은 현재 4세아 1개반(30명)과 5세아 4개반(1백60명) 등 모두 1백90명의 어린이가 다니고 있다.

입학금 1만원에 한달원비 4만5천원. 일반 사립 유치원의 3분1정도 수준이 다. 연간예산 약 2억5천만원 가운데 3분의 2 가까이를 교육비 특별회계 등 공공재원으로 지원하기 때문이다. 조금 수고스럽지만 한반 40명 가운 데 한 어머니가 돌아가며 빵과 우유 등 아이들 간식을 준비한다. 소풍이 나 견학 등 수익자부담 비용외에 잡비는 없다.

이곳의 경쟁률은 4세아반에 보통 6대 1. 5세아반도 3∼4대 1을 넘어선다. 지원자는 모두 추첨으로 뽑는다. 혹시 이사 등으로 결원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정원의 1% 정도에게는 후보자 순번을 정해준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유아반에 다니는 4살 어린이가 1년뒤 5세 유치반에 다니려면 다시 지원과 추첨과정을 거쳐야 한다. 더 많은 어린이들에게 골고루 기회를 주 기 위해서다. 원비가 싸다는 것 이외에 이 유치원이 이처럼 인기를 끄는 것은 시설과 교사진이 빼어나기 때문이다.

4백80여평의 터에 3백40여평의 2층 건물에는 교실 5개와 강당, 자료실, 참관실 등을 갖추고 있다. 놀이시설이 설치된 2백48평의 운동장과 파란 카페트가 깔린 옥상놀이공간도 1백10평이 넘는다.

25평 남짓한 각 교실에는 피아노와 텔레비전 586급 컴퓨터와 프린터, 에 어컨이 있다. 두 교실 사이에는 어린이용 변기를 갖춘 화장실과 세면대도 있다. 층마다 있는 자료실에는 각종 교재 등이 준비돼 어린이들은 크레파 스나 색종이 등 소모품만 가져오면 된다.

박영박(55)원장은 시교육청 유아담당 장학사로 30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 으며, 원감과 교사 5명도 모두 공개채용을 한 유아교육관련 전공자이다. 교육프로그램은 교육부 유치원 교육과정에 따라 자유선택 놀이활동이나, 이야기 나누기, 만들기·꾸미기·그리기 등 활동과 동화·노래·실험·음 악감상, 게임과 동극 등으로 이뤄진다. 웬만한 유치원에선 다 하는 영어 따위의 ‘공부’시간은 없다.

박 원장은 “공동체의식이나 기본생활 규범 등 인간교육을 지향한다는 원 칙에 따라 특기 교육은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반일제 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유치원이 끝난 뒤 아이들이 다시 학원에 나갈 수 밖에 없어 장기적으로는 종일반 체제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 했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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