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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하는 재벌 |
1997년05월29일 제 1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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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LG가의 사람들. 창립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구본무 그룹 회장. 허창수 LG전선 회장. 구자학 LG반도체 회장. 이헌조 LG인화원 회장(앞줄 오른쪽부터))
LG그룹은 흔히 가족경영기업이라 불린다. 창업 반세기 동안 창업자인 구 씨와 동업자인 허씨 두 가문의 협력 속에서 그룹이 꾸려져 왔다.
구씨 가문의 총수는 구본무(53) 그룹회장이다. 그는 구인회 창업주에서 구자경(72) 명예회장으로 이어지는 구씨 가문의 장자다. 지난 75년 LG화 학에 과장으로 입사한 것을 시작으로 20년간 `‘대권수업’을 받았다. 허 씨 가문의 수장은 허창수(49) LG전선 회장이다. 허준구 LG전선 명예회장 의 장남인 허 회장은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10인 정책위원회(의장 구 본무)의 부의장으로 그룹의 2인자이다. 둘 모두 장자승계 원칙이 철저히 지켜졌다.
허 명예회장은 구 회장의 작은 할아버지인 구철회씨의 큰사위이기도 하다 . 따라서 구 회장과 허 회장은 6촌간이다. 경남 진양군 지수면 승내리 한 동네의 이웃 사촌인 구씨와 허씨 가문은 그동안 여러 건의 겹사돈을 맺은 특수관계다.
두 가문이 50년간이나 `‘한지붕 두가족’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불협화 음이 없는 것을 놓고 재계에서는 `‘불가사의’한 일이라며 감탄하는 이 들이 많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경영권 승계나 재산분배를 둘러싸고 형제 간, 심지어 모자간끼리도 다툼이 벌이지는 일이 적지 않았다.
두 가문의 `‘동거’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창업 때부터 정해 놓은 `‘황금분할’ 원칙을 서로 존중하고 지켜왔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룹 관 계자들의 설명이다. 구씨가 주(主), 허씨가 보조(補助)를 맡는 역할분담 원칙은 지난 50년간 변함없이 이어져 왔다. “LG는 집단지도체제라 할 수 있다. 두 가문이 모두 자기 역할과 분수를 철저히 지켜 왔다. 창업 때 정 한 지분율에 따라 신규투자자금도 나눠 부담하고 그에 따른 이익이나 손 해의 분배도 마찬가지다.” 그룹 한 임원의 설명이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 원칙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구본무 회장 이후 LG그룹 경영권 향배에 대한 예측은 쉽지 않다. 구 회장 슬하에 딸 둘만 있기 때문이다. 장자승계가 불가능하다. 그동안 딸이나 며느리는 그룹경영 참여가 일체 `‘금지’돼 온 것이 LG의 전통이 다. 구 회장은 밑으로 3명의 동생이 있다. 첫째동생인 본능(48·희성그룹 회장)씨와 막내인 본식(39·한국엥겔하드 상무)씨는 지난해 초 희성그룹 으로 분가해 나갔다. 둘째동생인 본준(46)씨는 LG반도체 상무로 형을 돕 고 있다. 일부에서는 본준씨로의 승계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그러나 구 회장은 사석에서 “친족승계는 내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의 한 관계자도 “재벌그룹들이 20년 뒤까지 지금 과 같은 오너중심체제를 유지하기는 어렵지 않겠나. 지분이나 혈연보다는 기업문화, 이념, 철학, 지향점 등을 공유하는 기업집단 개념으로 바뀔 가 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