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1997년05월29일 제 159호 한겨레21

‘대선자금’에 스트레스 팍팍

(사진/"앞으로 갈 길이 더 멀다." 김현철씨 사건 수사를 맡고 있는 이훈규 대검 중수3과장.)

 김현철씨 구속으로 검찰은 일단 한숨을 돌렸다. 현직 대통령의 아들에 게 쇠고랑을 채우는 데는 일단 `‘성공’했기 때문이다. “마피아의 총대 로 만든 잣대… (검찰) 당신들을 해고한다.” 한보사건 1차 수사 직후 쏟 아졌던 국민과 여론의 질타를 떠올리면 “살아났다”는 표현이 적당할지 도 모른다.

물론 성과가 없지 않았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세간에 떠돌던, 문민 정부 ‘소통령’을 둘러싼 숱한 의혹 가운데 일부를 사실로 확인하는 개 가를 올렸다. 특히 수십억원의 ‘떡값’에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한 것은 검찰의 비리척결 의지를 담은‘도전적 시도’로 읽힌다.


수사는 하되 발표는 않는다?

하지만 검찰이, 짊어졌던 모든 숙제를 완벽하게 해결한 것은 아니다. “ 밝혀진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말도 들린다. 특히 검찰의 가장 큰 고민은 대선자금의 실체 규명 문제다.

`‘김현철 비자금’으로 흘러든 큰 수맥 두개 가운데 하나가 대선자금 잔 여분이라는 사실을 검찰이 확인한 것은 이 사건 수사초기인 것으로 알려 져 있다. 박태중씨 계좌와 그 연결계좌를 열어보는 과정에서 93년 1~3월 사이 1백32억원의 뭉칫돈이 빠져나가 그중 일부가 김기섭(70억원), 이성 호(50억원)씨에게 맡겨진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물론 검찰은 대선자금의 역추적이 ‘뜨거운 감자’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 고 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더 들어갈 수도, 그냥 되돌아나올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말로 그런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서 덮자니 여론이 걸 리고,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서자니 정권의 안위가 위태로워질 형국이다. 검찰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은 그러나 “결국 대선자금은 수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쪽으로 기운다. “수사는 은밀히 해놓되, 발표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세상의 운명을 검찰이 모두 짊어지라는 말 이냐”는 심재륜 중수부장의 푸념은 검찰의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비자금의 전체적인 규모를 밝히는 것도 검찰의 과제다. 지난 3월15일 대 검 중수3과(과장 이훈규 부장검사)에 김현철씨 사건 수사가 정식 배당된 이후 꼬박 두달을 파고서도, 심 중수부장은 “총규모는 계좌추적이 끝나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검찰의 추론은 `최소 ‘2백억원선’이다. 현철씨가 관리했을 대선자금 잔 여분이 최소한 1백20억원(김기섭 70억+이성호 50억)을 넘고, 업체들로부 터 걷은 비자금이 영장에 기재된 것만 65억5천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검 찰에 잡히지 않았을 `‘+α’를 고려하면 2백억원은 넘을 것으로 보인다.

비자금의 용처도 문제다. 현철씨는 검찰에서 이성호씨에게 맡겼던 50억원 을 찾아 “전액 활동비로 썼다”고 진술했다. 고교 동문들한테서 끌어모 은 65억5천만원의 사용처도 같은 것으로 돼 있다.

김씨가 더이상의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확인이 어려운 상태지만, 검찰은` ‘활동비’의 대부분이 총선 준비와 사조직 관리 등 정치적 용도에 쓰였 을 것으로 본다. 지자체 선거가 실시되고, 총선이 한해 앞으로 다가온 95 년에만 현철씨는 기업들로부터 17억2천여만원을 끌어모았다. 이성호씨를 통해 세탁한 25억원과 그에게 맡겼던 50억원을 찾아간 것도 95년이다. 그 러나 검찰이 수사결과 발표 때 용처까지 밝힐 것인지는 미지수다.


‘사법부에 영향력 행사’ 수사결과도 주목

사법부나 수사기관의 업무에 현철씨가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드 러날 경우 인사개입 의혹보다 훨씬 강력한 파문을 불러올 전망이어서 이 부분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도 주목의 대상이다.

검찰이 대가성 없는 돈으로 분류한 33억3천만원이 모두 ‘단순 `보험금’ 에 지나지 않는지도 해석상 이견이 없지 않다. 재계에서는 특히 한솔그룹 이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로 선정된 시점과 이 그룹의 조동만 부회장 이 김씨에게 15억원을 건넨 시기(94년 6월~96년 12월)가 겹치는 부분을 놓고 “대가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또`‘2천억원 리베이트’ 의혹의 내사종결 처리에도 불구하고, 한보쪽의 92년 대선자금 제공설이 여전히 잠복해 있는 상태여서 상황에 따라 김씨 의 ‘한보 몸통설’이 다시 불거질 공산 또한 배제할 수 없다. 해외 은닉 자금 의혹에 대한 석명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김씨 비자금의 총규모와 출처, 사용처 등 제기된 모든 의혹을 남김없이 규명하겠다”는 심 중수부장의 비장한 약속이 얼마 나 실현될지 궁금하다.

강희철 기자/ 한겨레 사회1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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