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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1997년05월15일 제 1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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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삼성에서 분리된 지 6년 만에 재계 16위로 성장한 한솔그룹. 개인휴대통신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김기섭 전 안기부 차장에게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솔은 무엇으로 크는가?”
각종 이권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현철씨와 그의 측근인사들에 대 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무서운 속도로 성장을 거듭해온 한솔그룹이 또한번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한솔PCS 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로 선정 되는 과정에서 김씨 최측근인 김기섭 전 안기부 차장에게 로비를 벌였다 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솔, 업계 질시가 낳은 뜬소문 불과
검찰은 이와 관련해 이미 한솔PCS의 고위 관계자를 비공개리에 불러 조사 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한솔쪽이 누군가에게 돈을 건넸 는지, 김기섭씨가 관련됐는지에 대해서는 “수사 결과를 지켜보라”며 일 체 입을 다물고 있다.
한솔의 로비의혹이 처음 불거져나온 것은 이미 지난해부터였다. 당시 증 권가에는 현철씨를 등에 업은 김기섭씨가 한솔을 강력히 밀고 있다는 설 이 파다하게 나돌았다. 김씨가 서울대 재학시절 삼성 가문의 맏아들인 고 이맹희씨 집안에서 가정교사로 일한 것으로 알려지고, 안기부에 특채되기 전까지 신라호텔 임원으로 근무한 것이 의혹을 더욱 부채질했다.
김씨는 이에 대해 “안기부에 근무하는 동안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은 사 실은 결코 없다”며 항간의 의혹을 부인했다. 한솔쪽도 한마디로 “억울 하다”고 항변한다. 김씨가 신라호텔을 떠날 때 삼성과의 관계도 썩 좋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런 김씨에게 로비를 벌일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한솔쪽은 또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는 것도 와전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 한솔PCS의 한 관계자는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조동 만 부사장에게 확인한 결과 소환조사를 받은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 다”며 “이런 악소문은 한솔이 급성장한 데 대한 업계의 질시에서 비롯 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솔그룹의 성장사는 사실 `‘신화적’일 만큼 눈부신 면이 있다. 고 이 병철 회장의 큰딸인 이인희 고문이 이끄는 한솔그룹은 지난 91년 삼성그 룹에서 분리해나온 지 5년 만인 지난해 재계서열 22위로 급부상했다. 올 해는 다시 16위로 6계단을 뛰어올랐다. 효성(17위), 코오롱(20위) 등 내 로라 하는 그룹들을 단숨에 제친 것이다.
그러나 한솔쪽은 이런 해명에도 최근 “PCS사업권이 장비업체와 비장비업 체로 나뉘게 된 것도 한솔의 로비에 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다시 거론되자 크게 당혹해 하고 있다. 한솔쪽은 “사업자 선정과정은 당시 언 론에도 투명하게 공개된 만큼 이제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못 느낀다”면 서, 최근 사내 게시판에도 “사원들은 동요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의 글 을 정용문 사장 이름으로 내걸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한솔쪽은 이처럼 로비의혹이 집중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지 난해 2차례나 고위관료를 낙마시킨 로비 전력 때문”임을 인정하면서 그 룹 이미지가 나빠질까 크게 걱정하고 있다.
한솔관련 고위관료 두번씩이나 쇠고랑
지난해 3월 검찰은 기업체 대표로부터 기업합병 심사과정에서 편의를 봐 달라는 부탁과 함께 돈을 받은 공정거래위원회 독점국장 이종화씨를 구속 해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때 로비 기업으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한솔이었다. 검찰은 지난 94년 7월 구형우 한솔제지 대표가 한솔이 동창 제지와 영우화학을 인수한 것과 관련해 “잘 봐달라”며 이씨에게 3천여 만원을 건넸다고 밝혔다.
백원구 증권감독원장이 구속됐을 때도 한솔은 뇌물을 준 기업 가운데 하 나로 다시 거론됐다. 특히 이때 검찰에서 확인된 뇌물기업들 가운데는 개 인휴대통신 사업권 경쟁에 나선 정보통신업체들이 대거 끼어 있어, 백 원 장 구속이 개인휴대통신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업계의 알력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솔그룹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이와 관련해 “당시 로비를 하려 하지 않았 다면 바보 아니냐. 우리도 궁한 대로 로비를 하려고 했지만 별로 못 했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김기섭씨와 관련된 로비의혹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아직 “수사중”이다. 그러나 검찰주변에서는 김현철씨 수사에 매 달리기도 벅찬 검찰이 이 부분에 대해서까지 철저히 수사를 벌이기엔 역 부족일 것이라는 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검찰이 한솔의 혐의를 벗겨 준다고 해도, 이미 두번씩이나 고위관료에게 쇠고랑을 채운 한솔이 로비 의혹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정남구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