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1997년05월15일 제 157호 한겨레21

권불유착이 부활한다?

조계종은 오는 5월9일 롯데호텔 크리스탈 볼룸에서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원법회’다. 불교계 일각에서는 이 행사가 여당 의 논리를 펴면서 대선주자들을 소개해주는 자리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높다. 94년 개혁종단 출범 이후 이런 이름의 행사가 한번도 열리지 않은 것도 이런 지적과 우려 때문이었다. 한 스님은 “총 무원이 왜 대선이 있는 올해 다시 이런 행사를 부활시키는지 모르겠다. 집권당의 손을 들어주고 정부의 논리를 선전해주기만 하는 자리가 될 수 는 있어도 정치집단에 대한 고언을 하는 자리는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선거 때만 되면 부산해지는 불교계의 바로 현실이 정 치권으로 하여금 불교계를 ‘가장 표를 얻기 쉬운 종교집단으로 얕잡아 보게 했다는 것이다.

얼마전 조계종 중앙신도회(회장 송재건) 명의로 중앙일간지에 실렸던 성 명서를 두고도 그 정치적 배경에 의혹의 시선이 쏠렸다. 4월 중순께부터 거의 모든 일간지에 실린 이 광고는 “지금까지의 북한동포 식량돕기운동 은 수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등 8개 단체는 성명을 통해 “2천만 종도의 이름을 빌려 망신을 자초한 이번 성 명서에 분노를 넘어 슬픔을 감출 수 없다”며 “그간 항간에 떠돌던 신도 회장의 정치적 배경과 행보에 대한 우려에 의심을 더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신도회가 북한동포의 아픔을 같이 하고자 한다면 구체적으 로 어떠한 복안을 갖고 있는지, 직접전달의 통로 개설을 위해 어떤 구체 적인 활동을 준비하고 있는지 밝히라”고 촉구했다. 불교계에서는 불교신 도들의 여론과는 관련없이 일부 정치권과의 교감 속에서 이뤄지는 이런 행보가 불교계를 옹색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이번 불교방송 횡령 사건 수사에도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다 는 게 불교계의 중론이다. 불교계의 한 인사는 “조해형 전 사장과 학교 동기인 여당의 한 대선주자가 불교방송국의 경영진을 봐주고 있어 불교방 송에 대한 수사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불교계엔 파다하다” 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이번 횡령 사건이 정치자금 조성과정에서 빚어진 것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소리없이 그 설득력을 키워가고 있다. 92년 대 선때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한 불교계로서는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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