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1997년05월15일 제 157호 한겨레21

`착한 여자'의 작가 공지영씨 인터뷰

-주인공 오정인의 홀로서기를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은.

=한국사회에서 특히 여성은 고등교육을 받지 못하면 거의 사회적 효용가 치가 없는 존재로 치부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은 대부분 결혼과 동시에 가사노동에 매여산다. 출산 육아 가사 등의 사회적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 지 못하는 한 여자는 남편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다. 오정인이라는 평범한 여성이 남자가 아닌 같은 여성과 더불어 홀로서기를 하는 과정을 통해 가 사노동의 진정한 사회화, 그리고 여성적인 일들에 대한 가치를 재확인해 보고 싶었다.

-제목이 왜 <착한 여자>인가.

=착한 여자는 내 인생의 화두이기도 하다(웃음). 내 자신이 착한 여자가 되고 싶었다. 잘 안 되기는 했지만….

-여자에게 ‘착하다’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착하다, 얌전하다, 부드럽다 등의 여성 이미지는 남성이 만들어 강요한 ‘신화’다. 그것은 의당 거부돼야 할 이미지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내 가 어머니로서, 여자로서 ‘굴곡’을 겪으면서 점차 ‘어머니’라는 여성 성의 의미가 조금씩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남성중심사회가 고정화시킨 ‘ 착한 여자’라는 이미지를 부정하고 도달한 것은 괴테의 말처럼 세상과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힘의 본질이 바로 여성의 생명성, ‘어머니’의 사랑 같은 것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내가 말하는 착한 여자는 바로 자신 의 여성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자립하는 여성상이다.

-소설의 결말에서 완전탁아시설이 등장한다. 완전탁아시설이 여성 자립의 대안인가.

=`착한 여자'는 한편으로 가족과 가족 안에서의 여성 의미를 반성적으로 생각해보는 이야기다. ‘가족을 생각하는 모임’이라는 소설 속의 완전탁 아단체는 일종의 ‘대안가족’이다. 오정인과 변호사 이인혜라는 두 여성 이 한 가족을 이루며 각각의 아이를 함께 키우는 관계는 성관계가 없는 가족 결성의 가능성을 생각해본 것이다. 폭력과 종속으로 왜곡된 가정을 벗어나 홀로서려 하는 여성들과 자녀들에게도 따스한 가정이 필요하다. 완전탁아는 그 구체적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독자들은 어떤 점을 주의깊게 읽어야 하나.

=오정인의 사랑 방식이다. 어렸을 때 그녀는 엄마에게 엄마, 내가 엄마를 이만큼 사랑하니 엄마도 나 좀 사랑해줘라고 호소한다. 그리고 어른이 돼 서는 남자에게 똑같이 호소한다. 이건 거래이고 흥정이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내 자신도 이걸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착한 여자'는 거래가 아니라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여자 자신에게 묻고 확인하는 소설이란 점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이 소설은 여러 면에서 이전의 작품과 변화를 보이고 있다. 작품이 마음 이 드나.

=마지막 결말 부분을 탈고한 뒤 비로소 내 자신에게 주고 싶은 소설을 가 지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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