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야기
1997년05월15일 제 157호 한겨레21

썩지 않는 포도주 ‘포트’

11세기 중엽 왕가의 혼인으로 프랑스 영토의 일부가 영국령이 되었는데, 이때부터 프랑스의 포도주가 영국 및 유럽 전역으로 팔려 나갔다. 15세기 중엽 영국은 백년전쟁에서 패배하여 프랑스에 영토를 되돌려 주었다. 그 러나 이미 영국인들의 식단에는 보르도산 적포도주(Claret)가 단골 메뉴 가 되어 있었다. 더이상 포도주를 구할 수 없게 되자, 영국의 포도주 상 인들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찾게 되었다.

1670년 한 영국 상인의 두 아들이 포르투갈의 두로(Duro) 지역을 방문하 여 포도주를 구입하였다. 그들은 영국에 수입된 포도주가 쉰 것을 여러 차례 보았다. 그들은 배로 수송하는 동안 부패를 방지하기 위하여 포도주 에 브랜디(brandy)를 첨가하기로 했다. 영국에 돌아와 보니 포도주는 물 론 부패하지 않았을 뿐더러 단맛이 있었다. 그뒤로는 포르투갈 포도주에 는 아예 브랜디를 첨가하여 포트(Port: fortified wine)라 부르게 되었다 .

두로강 계곡을 낀 포르투갈 북부 지역의 토양은 자갈과 바위가 많은 척박 한 곳이다. 이 지역의 기후는 여름철에는 매우 덥고 겨울은 몹씨 춥다. 이런 조건에서 자란 포도는 아주 독특한 향미의 포도주를 빚어낸다. 수세 기 동안 영국 상인들은 이 유역의 포도주를 블렌딩(blending)해 포트를 만들어 팔았다.

포트는 천연적으로 만든다. 포도를 으깨어 발효조에 넣으면 포도 껍질에 있는 효모가 발효를 한다. 이때 포도당이 완전히 발효되면 와인의 단맛이 없어지므로, 당도가 적정한 수준으로 내려갔을 때 브랜디를 넣는다.

포트의 최대 장점은 다양한 블렌딩을 하여 색깔, 향, 맛, 당도 등이 다채 로운 술을 만드는 데 있다. 포르투갈에서는 이렇게 블렌딩을 하는 이들을 테이스터(Taster)라고 한다. 그들은 포도주를 잔에 넣어 향기를 맡고, 불 에 비추어 색깔을 측정한다. 포트의 품질은 그들의 오감에 달려 있다.

포트는 세 가지로 나뉜다. 향과 맛이 무거운 적색 포트를 루비포트, 약한 호박색의 포트를 토니포트, 그리고 청포도로 만든 화이트포트가 있다. 특 별한 빈티지가 있으면, 빈티지포트를 만들 수도 있다. 1975년 산이 최근 의 매우 좋은 빈티지포트이다. 포트는 단맛이 있으므로 주로 식후의 디저 트용으로 애용된다.

이종기/ 두산씨그램 생산팀장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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