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터를 바꾼다 |
1997년05월15일 제 157호
|
|---|
일하는 사람은 서너명밖에 안 되는데, 공장 전체에 전등불이 환하다. 왠 지 남아서 잔업하기가 눈치보인다. 일과가 끝난 뒤, 잠깐 짬을 내 직장동 료들과 한쪽 구석에서 장기라도 두고 싶지만, 머쓱하기만 하다. 공장 내 부에 설치된 전기스위치가 몇개 안 돼, 서너명만 남으면 어쩔 수 없이 공 장 전체에 불을 켜야 하기 때문이다.
전기스위치의 위치도 엉망이다. 스위치는 공장 안 여기저기에 무질서하게 붙어 있었다. 원하는 곳의 전기스위치를 한번 찾으려면 이곳 저곳의 스위 치를 모두 올려봐야 했다. 그러다 보니, 낭비가 이만저만 심한 게 아니었 다. 전등과 전기스위치는 전기세를 잡아먹는 작은 괴물이었다.
대성그룹 산하 (주)창원기화기공업은 최근 작업장을 10~15평 단위로 잘게 쪼개 전기스위치를 다시 설치했다. 전기스위치를 재설치하기 전까지만 해 도 1천2백여평에 이르는 공장 2개 동에 전기스위치는 고작 13개였다. 공 장 1백여평당 전기스위치가 하나씩 있었던 셈이다.
전기스위치도 새로 설치했다. 두달 동안의 작업 끝에 공장의 전기스위치 를 13개에서 78개로 6배 이상 늘렸다. 이곳저곳 널려 있던 전기스위치를 모두 경비실 옆으로 모아놓아 직원들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
공장을 이렇게 바꾼 건 주조부서 김창태(47) 직장의 제안이었다. “전기 세가 아깝다는 건 누구나 느끼는 문제점이었지만,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 았습니다. 전기세를 아끼라는 윗사람들의 독촉도 쇠귀에 경읽기였죠. 설 계가 애초부터 잘못돼 있었으니까요.”
직원들도 전기세 절약운동에 나섰다. 회사 간부를 비롯해 관리직 사원, 현장 근로자로 합동순찰조가 구성돼 수시로 공장과 사무실을 돌며 전등불 이 제대로 꺼졌나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이 덕분에 공장 전기세가 매달 1 천9백만원에서 1천8백만원으로 줄었다.
“사실, 1백만원이 그리 큰돈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절약의 미덕은 돈으 로 살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전기나 수도물 같은 작은 것을 아끼는 습관이 몸에 배야 다른 것도 아낄 줄 알게 되잖아요.”
이용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