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프 |
1997년05월15일 제 157호
|
|---|
(사진/의사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운영하는 집단개원 병원은 경제적인 면에서 효율적이다. 의료장비의 현대화 등으로 질 높은 서비스를 실현할 가우치과의 진료 모습.)
“뭉쳐야 산다.”
의사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운영하는 이른바 ‘집단개원 병원’이 늘고 있 다. 얼마 전까지 안과나 산부인과 분야에 머물던 이런 형태의 병원은 최 근엔 정신과, 치과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재벌의 병원사업 진출 과 의료개방 등 갈수록 치열해지는 병원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의사들이 뭉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4년 문을 연 광혜병원은 신경외과·정신과 등 각과 전문의 10명이 출자해 설립됐다. 이들은 각각 디스크클리닉·레이저관절클리닉·대장항 문클리닉 등 10개 전문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첨단장비와 입원실(80병상) 을 함께 사용한다. 특히 공동출자를 통해 자기공명촬영기(MRI), 엑스선촬 영기, 전립선 초단파치료기 등 대학병원급의 장비를 갖췄다. 겉 보기엔 하나의 병원이지만 각 클리닉은 독립채산제로 운영된다.
중복투자 피해 고가의 의료장비 구입
이런 집단개원은 최근 치과 분야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치과가 포화상태 에 이르러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관련 분야의 통합적 치료의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집단개원 형태의 치과는 전국적으로 10여곳에 이른다.
지난 3월초 개원한 가우치과병원은 치과 전문의 3명이 함께 출자해 세웠 다. 지하 1층, 지상 5층으로 된 아담한 건물이 모두 병원으로 쓰인다. 주 택가 상가건물에 세를 든 이른바 동네치과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 병원에는 조헌제 병원장과 서봉현 공동원장을 포함해 모두 7명의 치과의 사가 있으며 교정, 보철, 치주, 보존, 소아치과 등 5개과가 개설돼 있다.
집단개원의 이점은 무엇보다 경제성이다. 공동출자를 통해 고가의 의료장 비에 대한 중복투자를 피하는 대신, 절감된 비용을 치료 전문화와 환자 편의시설 등 서비스에 투자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실제 이 치 과는 개인병원에서는 갖추기 힘든 시설을 고루 갖추었다. 각 과마다 상담 실과 연구실을 따로 마련했으며, 유니트체어(치과치료용 의자) 1대를 설 치한 개별 진료실도 있다. 공동회의실에서는 매주 수요일 의사들이 모여 환자에 대한 진료정보를 교환한다. 조헌제 원장은 “공동개원한다고 해서 돈이 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엑스레이촬영기, 자동현상기 등 값비싼 의료장비를 공동으로 사용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 한다.
지난해 1월 문을 연 에이플러스치과는 4명이 똑같은 금액을 출자하고, 수 익도 똑같이 분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각 과별로 의료보험적용 방식 이 달라 수입도 다르게 마련이지만, 공동개원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공동 분배라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김욱동 공동원장은 “단독개업 때는 의사 들이 여름휴가 한번 가기도 힘들고, 환자도 증상에 따라 이곳저곳 전문병 원을 찾아다녀야 했다. 그러나 집단개원의 경우 의사나 환자 모두에게 인 간적이고 효과적인 의료환경을 꾸밀 수 있다”고 말한다.
연중무휴·야간진료 등 서비스 다각화
지난 92년 8월 문을 연 예치과는 집단개원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대학 동문 4명이 공동출자한 이 병원에는 공동원장 7명, 고용의사 8명 등 15명의 치과의사가 일하고 있다. 예치과는 95년 바로 옆에 별관을 지은 데 이어 경기 분당과 서울 여의도, 목동 등에 프랜차이즈 형태의 분원을 낼 정도로 전문병원으로서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예치과의 성공 비결은 환자 중심의 병원 운영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집단 개원을 하다보니 환자들에게 연중무휴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이 병원은 휴일마다 당직의사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환자를 맞는다. 화요 일과 목요일에는 직장인과 학생들을 위해 10시까지 저녁클리닉을 운영한 다. 박인출 대표원장은 “공동개원을 하면 개인의원이 구입하기 힘든 고 가장비 구입 뿐 아니라 교대근무로 야간이나 휴일에도 병원 문을 열 수 있어,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제 의사 들도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바쁘게 뛰고 있는 것이다.
지창은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