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997년05월15일 제 157호 한겨레21

거짓말 탐지기도 안 되더라

거짓말은 인류의 탄생과 더불어 나타났다. 사람이 두명 이상이었을 때부 터 거짓말이 있었다고 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거짓말과 참말 사이에 서 인류의 역사는 뒤틀리기도 하고, 발전하기도 했다. 그만큼 거짓말을 밝혀내려는 역사도 뿌리깊다.

고대에선 주로 심리적, 생리적 방법을 이용해 거짓말인가 아닌가를 판별 했다. 성경에 나오는 솔로몬의 심판은 심리적 판별의 대표적인 경우다. 한 아기를 두고 서로 제자식임을 주장하는 두 여인에게 솔로몬은 명령한 다. “서로 어머니임을 주장하니 아기를 잘라 반반씩 가져가도록 해라.” 솔로몬이 노린 것은 명확하다. 진짜 어머니라면 모성애 때문에 아기를 포 기할 것이다. 과연 진짜 어머니는 어머니임을 부인했고, 가짜 어머니는 계속 어머니임을 주장했다.


거짓말 탐지기, 종업원 성실성 측정도

인도에서도 비슷한 방법이 쓰였다. 이른바 ‘신의 당나귀’를 이용한 거 짓말 판별법이다. 당나귀 꼬리에 먹물을 칠하고, 어두운 마굿간에 매어둔 뒤, 범죄용의자들을 들여보낸다. 그리고 넌지시 귀띔을 한다. “마굿간에 는 신의 당나귀가 있다. 죄가 있는 자가 꼬리를 잡으면 손이 검어질 것이 고, 죄가 없는 자가 잡으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물론 손에 먹물이 묻 지 않은 이가 진범이다. 진범이라면 꼬리를 잡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쌀을 씹게 해 거짓말 여부를 가려내는 수도 있었다. 용의자들에게 쌀을 입속에 잔뜩 넣고 씹다가 토하게 하는 방법이었다. 그때 쌀에 묻은 침의 정도를 가지고 거짓말쟁이를 잡아냈다. 침이 거의 섞이지 않고, 가루만 나온 이가 거짓말쟁이로 찍혔다. 사람이 극도로 긴장하면 침이 마른다는 생리현상에 착안한 것이다.

1895년 이탈리아에서 최초로 거짓말 탐지기가 개발되면서, 거짓말 판별의 역사는 새로운 장이 열렸다. 혈압과 맥박, 그리고 호흡의 변화 따위를 추 적해 거짓말 여부를 판단하는 거짓말 탐지기는 이후 계속된 개량을 거쳐 탐지의 정확성을 높여갔다. 국내 거짓말 탐지 전문가로 구성된 ‘폴리그 라프(Polygraph) 협회’의 한 관계자는 “거짓말 탐지기는 2차대전 당시 첩보의 진위를 가리는 수단으로 널리 쓰이기 시작해, 현재는 과학수사의 기법이나, 기업체에서 종업원의 성실성을 측정하는 목적으로 활용된다” 고 말한다.

거짓말 탐지기의 원리 역시 심리학과 생리학을 기초로 한다. 사람은 누구 나 대답이 요구되는 질문을 받게 되면, 그 질문이 갖고 있는 의미와, 대 답이 자신의 이익에 끼칠 영향을 충분히 생각하게 마련이다. 이때의 대답 은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자신의 이익과는 관계없이 진실을 말한다. 둘째, 진실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앞세워 거짓말을 한다. 셋째, 긍정도 부정도 아닌 채 명확한 대답을 보류한다.


거짓말 탐지기의 4가지 조건

이 가운데 둘째와 셋째는 넒은 의미에서 진실을 숨기려는 태도로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정상인이라면 심리적인 갈등을 겪는다. 갈등은 거짓말이 밝혀졌을 때 치러야 할 책임과 겹치면서 불안을 부르고, 불안은 인체의 생리활동에 변화를 일으킨다. 맥박이 증가하고, 혈압이 오르고, 땀이 흐 르는 것이다. 거짓말 탐지기는 이런 생리적 변화 가운데 호흡, 피부전류, 저항, 혈압 및 맥박의 변화를 도표에 기록해 진술의 진위를 평가한다.

그러나 거짓말 탐지기가 거짓말 여부를 완벽하게 판별해준다고 한다면 그 것은 거짓말이다. 거짓말 탐지기는 사람의 생리변화를 체크할 뿐이지, 말 자체의 진위를 판별하는 게 아니다. 생리변화를 근거로 거짓말 여부를 추 론하는 건 역시 사람이다. 더욱이 거짓말 탐지 기록이 추론의 근거로 유 효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경찰청 감식과의 한 간 부는 “거짓말 탐지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4가지 조건이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거짓말 용의자가 진실이 드러나는 걸 두려워 해야 하 고, 검사장소의 온도와 습도가 적당해야 하고, 방음이 철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조건에서 어느 하나라도 어긋나면 검사치를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유감스럽게도 거짓말 여부는 역시 거짓말을 한 사람만이 확실히 아 는 것이다.

유강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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