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1997년05월15일 제 157호
|
|---|
세상에 널린 게 거짓말이다. 우리는 매일 거짓말의 바다에 둘러싸여 허우 적거리며 살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세상의 거짓말에는 8백69가지의 형태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은, 거 짓말의 스펙트럼이 워낙 다양해 모든 거짓말을 포괄하는 간단한 분류법을 만들 수 없다는 뜻의 ‘애교있는 거짓말’이기도 하다.
중세 신학자 토머스 아퀴나스는 이 무진장한 거짓말을 목적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눴다. 악의적인 거짓말, 이타적인(유용한) 거짓말, 그리고 선 의의(익살스런) 거짓말이 그것이다. 우리가 도덕시간에 배운 거짓말의 분 류도 이 방법에 기초한 것이다.
악의적인 거짓말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목적으로 한다. 평소 밉보았 던 친구에게 도둑 누명을 씌우는 따위다. 반면, 이타적인 거짓말은 다른 사람을 돕거나 어려움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하는 거짓말이다. 강도가 누 군가의 집 주소를 물어봤을 때, 엉뚱한 주소를 가르쳐 줬다면 이타적인 거짓말이다. 선의의 거짓말은 남을 유쾌하게 할 목적으로 하는 하얀 거짓 말(White lie)이다. 아내가 정성껏 만들어 준 반찬이 입에 맞지 않아도 “맛있다”고 하는 것은 하얀 거짓말에 속한다.
그러나 거짓말이란 이런 식으로 쉽게 나눠지지 않는다. 악의적인 거짓말 이라도 그 결과는 천양지차다. 치명적인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고, 남에 게 아주 사소한 해를 입히는 데 그칠 수도 있다. 히틀러의 거짓말은 2차 대전을 불러왔을 만큼 아주 치명적이었다. 반면, 총각선생님을 골려주기 위해 아이들이 “와이셔츠에 여자 머리카락이 붙어 있어요”라고 하는 것 은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정도에 그친다.
일말의 진실에 기초를 두고 있지만, 허풍, 과장 등을 통한 조직적인 왜곡 을 거쳐 유포되는 거짓말도 있다. 완전한 진실도, 완전한 거짓말도 아닌 애매모호한 거짓말이다. 이런 거짓말은 어떤 특정인에게 해악을 끼치려는 것은 아니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특수한 목적을 주입시키려는 의도를 갖 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일종의 상징조작인 셈이며, 아주 큰 거짓말에 속 한다. 대표적인 것이 통계이다. 정부의 공식적인 물가지수는 늘 우리의 장바구니 물가보다 낮게 나타나게 마련이다. 광고도 마찬가지다. 어떤 화 장품인든지 바르기만 하면 모두 미인이 된다.
거짓말의 외연을 좀더 확장하면, 무지에서 나오는 ‘거짓말 아닌 거짓말 ’도 있다. 소설, 영화, 연극, 쇼 따위도 넓은 의미에서는 거짓말이나, 애초 출발부터 허구를 전제로 한 거짓말이다. 이 두가지의 거짓말은 ‘양 심에 위배되는’일반적인 거짓말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이용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