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997년05월15일 제 157호 한겨레21

잘하면 약, 못하면 뺨

거짓말은 사람에게 가장 친숙한 낱말 가운데 하나다. 거짓말의 역사는 인 류의 역사만큼이나 유구하다.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인류 최초의 거짓말 쟁이를 석기시대의 맘모스 사냥꾼에서 찾는다. “실제로 사냥하러 나가지 않았으면서, 해질녘에 동굴에서 기다리고 있던 가족들에게 일대일로 격투 를 벌여 맘모스를 때려 눕힌 과정을 실감나게 이야기했던 원시인이 있었 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거짓말은 풍부한 속담과 격언을 낳았다. 거 짓말의 유용성을 강조하거나, 혹은 거짓말의 중독성과 폐해를 지적한 이 들 말 속에는 거짓말에 대한 사람들의 복잡한 인식이 깔려 있다.

사람들은 흔히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한다.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는 속담과 같은 맥락의 말이다. 같은 값이면 상대가 듣기 좋은 말 을 하라는 뜻이다. 거짓말도 마찬가지다. “거짓말도 잘 하면, 오려논(올 벼를 심어 놓은 논) 닷마지기보다 낫다”느니 “거짓말이 외삼촌보다 낫 다”고 했다.

거짓말의 유용성은 처세와 관련해 특히 강조된다. “사나이는 어디 가나 비옷하고 거짓말은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말은 남자가 거친 세상을 살 려면, 거짓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거짓말은 잘하 면 약”이라고 했고, “급할 때는 거짓말이 사촌보다 낫다”고도 했다. 그러나 거짓말은 항상 경계의 대상이었다. 어른들은 괴롭지만 참을 만한 상황을 “거짓말하고 뺨 맞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거짓말은 사흘 안 간다”는 말은 좀더 강한 가르침이었다. 거짓말은 오래 가지 못하고 곧 드러나므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였다.

거짓말의 중독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적됐다. 이슬람 사회에서는 “ 진담이든 농담이든 거짓말을 하지 말라. 농담이라도 거짓말을 하는 습관 을 들여서는 안 된다. 그런 습관이 발전하면 진담으로도 거짓말을 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따끔하게 가르친다. 철학자 칸트는 “거짓말은 할수록 늘고 참말은 할수록 준다”고 했다. 우리 조상들도 “거짓말도 자주 하면 버릇된다”고 했고, “거짓말 잘하는 놈은 참말을 해도 거짓말로 안다” 고 경계했다.

거짓말이 무서운 것은 그것이 언젠가는 밝혀지기 때문이다. 정신분석학의 시조 프로이트는 “볼 수 있는 눈과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지고 있는 사람 들 사이에서는 비밀이 존재할 수 없다. 입으로 침묵을 지키더라도 손가락 이 모든 사실을 떠벌이게 된다. 진실은 어디서나 흘러나오게 마련”이라 고 강조했다.

거짓말에 대한 저주도 만만치않다. 철학자 몽테뉴는 “거짓말은 실로 저 주할 악이다. 우리는 인간이며, 모든 인간은 대화를 함으로써 서로의 유 대관계를 이어나간다. 그러므로 거짓말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깨닫는다면 우리는 다른 어떤 죄를 저지른 사람들보다도 거짓말을 한 사람에게 더 무 거운 벌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강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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