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1997년05월15일 제 157호 한겨레21

재벌-시민단체 합심했다?

(사진/시민단체의 공명선거운동을 재벌이 지지하게 됐다. 지난해 4.11총선 기간중 한 시민단체의 `불법선거운동 후보' 낙선 켐페인 모습.)

 재벌과 시민단체가 함께 손을 잡았다?

그동안 소 닭보듯 냉랭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재벌과 시민단체가 정치자금 문제를 매개로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한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자유기업센터와 한국유권자운동연합이 5월16일 공동 개최하는 정치자금 문제 토론회가 그것이다. 자유기업센터 공병호 소장은 “자유기업센터가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정 치자금문제에 대해서는 재벌이나 시민단체가 같은 입장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유권자운동연합의 진영우 정책실장도 “정치자금문제와 선거제도 등에 경제계가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며 “경제계가 자성을 바탕 으로 시민단체와 협력해 깨끗한 정치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 다. 이와 관련해 공 소장과 유권자운동연합의 김형문 상근공동대표는 지 난 5월3일 회동을 갖고 돈 안들고 깨끗한 정치를 위한 제도마련에 두 단 체가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유권자운동연합은 김민하 교총회장과 김진현 서울시립대 총장, 민병천 서경대 총장, 이연숙 여성단체협의회장 등이 상 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시민단체 ‘사법처리 강화’ 내세워

16일 ‘깨끗한 정치를 위한 제1차 국민대토론회’에선 주로 정치자금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를 주제로 삼고 있다. 학계와 시민단체, 정당 대표자 들이 발제자와 토론자로 참석한다. 앞으로 두세차례 주제별로 토론회를 더 개최할 예정이다. 유권자의식개혁을 위한 방안 등이 다뤄질 예정이다.

유권자운동연합쪽에서는 토론회를 통해 수렴된 의견들은 정치자금법 개정 과정에 적극 반영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재벌과 시민단체들이 구 상하고 있는 정치자금 개혁안에는 큰 차이가 없다. 시민단체들 가운데도 유권자운동연합뿐 아니라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이 정치자금 개선방안을 내부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그것은 돈 안드는 선거에서 출발한다. 재벌들도 전적으로 동감하는 부분 이다. 이를 위한 방안이 완전한 선거공영제 도입이다. 장외유세를 줄이고 텔레비전 연설회나 토론 등을 대폭 늘리는 것 등도 선거비를 줄이는 대안 으로 제시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조달하는 정치인에 대한 사법처리 강 화를 내세우고 있다. 정치인 개인이 받는 정치자금에 대해서는 ‘대가가 없는 한’ 처벌할 수 없는 현행법의 맹점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 업체의 정치인 후원회활동 지원 및 정치자금 기탁행위에 대해서도 시민단 체들은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또 지정기탁금제 문제도 권력형비리의 근원으로 보고 시민단체들은 폐지 또는 개정을 적극 주창하고 있다. 여당에만 편중되고 야당에는 전혀 기탁 되지 않는 현행 제도는 정경유착 심화와 함께 정당정치 발전에 오히려 장 애를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정기탁금제는 완전 폐지하거나 분배방식을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정기탁금제, 재벌은 우물쭈물

지정기탁금제와 관련해 재벌은 당사자여서인지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 고 있다. 공병호 소장은 “돈 안들고 깨끗한 정치를 위한 대의명분에는 재벌들도 같은 생각”이라며 “정치자금법이나 선거제도 등과 관련해 구 체적인 방안까지 재벌의 입장을 입법과정에 반영할 필요도 없으며 국민여 론과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따른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재벌과 시민단체의 의욕적인 공동작업이 정치자금문제의 획기적 개선을 요구하는 여론의 힘을 업고 결실을 맺을 것인지, 매번 되풀이되는 또한번 의 시도에 그칠 것인지 주목된다.

김성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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