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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05월15일 제 157호 한겨레21

공기업이 가장 큰 물주였다

재계에서는 92년 대선 당시 민자당 김영삼 후보진영의 대선자금 규모가 5 천억~1조원에 달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민주당 김대중 후보는 그 1/4 또는 1/5 정도로 추정한다. 국민당 정주영 후보도 김영삼 후보에 결 코 뒤지지 않는 규모의 돈을 쓴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정주영 후보 일가가 92년 한햇동안 계열사 보유주식을 팔아 마련한 자금만 4천억원이 넘는다. 현대중공업은 6백60여억의 비자금을 조성해 정 후보 선거자금으 로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 경을 치기도 했다. “내 돈 내가 쓰는데 그게 왜 비자금이냐”는 정 후보의 항변도 있지만, 기업들 입장에서 볼 때 직 접 부담이 된 부분은 역시 여당의 선거자금이다.

재계는 여당 대선자금의 약 절반 정도를 사기업들이 부담했을 것으로 보 고 있다. “여권 대선자금의 절반은 포항제철 등 정부가 지배권을 갖고 있는 공기업 부문에서 조달된다. 김영삼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포철 경 영진을 전면 교체한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전에는 연기금의 자금 일부도 나중에 당선된 뒤 채워넣는 형식으로 전용된다는 소문이 많았다.” 대기 업 한 임원의 설명이다.

기업들이 부담하는 몫에선 30대 그룹이 그 절반을, 다시 그 절반을 5대 그룹이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대 그룹의 몫 중 절반 정도는 현 대와 삼성의 차지다. 이는 전경련이 각종 회비를 회원 그룹별로 할당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6공 때였던 지난 91년 4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민자당 의 요청으로 30대 그룹으로부터 50억원을 갹출해 정치자금으로 낸 적이 있다. 당시 삼성, 현대가 각각 7억5천만원, 엘지 대우 선경이 각 6억원, 쌍용 1억5천만원, 한화 롯데 한진 각 1억원 등이었다. 여권의 92년 대선 자금 규모를 5천억~1조원으로 보면 5대 그룹 몫으로 돌아오는 부담은 적 게는 6백여억원에서 많게는 1천2백여억원 정도가 된다. 전경련이 회비를 갹출할 때는 5대 그룹 부담분 중 절반을 현대와 삼성그룹이 맡는다. 이렇 게 계산하면 현대와 삼성은 1백50억~3백억원, 나머지 엘지 대우 선경은 1 백억~2백억원 정도가 된다. 지난 95년 말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때 드러난 결과는 이런 추정이 크게 틀리지 않음을 보여준다. 당시 5대 그룹 중 선경을 제외한 나머지 4대 그룹이 노씨 재임시절 각각 2백50억~2 백10억원의 검은 돈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 장은 6공 초기 설과 추석 때 각각 20억~30억원을 내다가 중간에 50억원으 로 올렸고 마지막엔 1백억원을 냈다고 폭로한 적이 있다. 통상적으로 내 던 정치자금에 대선용+α가 보태졌다고 보면 된다. 한보가 92년 대선에서 6백억원 이상의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풍문이 무성하지만 이는 수서사건 의 타격에서 벗어나 한보철강으로 재기하려는 특수목적이 깔린 예외적 경 우라 할 수 있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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