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1997년05월15일 제 157호 한겨레21

전경련의 반란!

(사진/95년 말 전.노 비자금사건이 터지자 대국민 사과문으로 얼버무리던 전경련 회장단. 그런 재계가 "뒷돈을 대지 않겠다"는 충격선언을 준비중이다.)

정치자금과 관련한 재계의 응어리가 꿈틀거리고 있다.

“이제 더이상 선거 뒷돈을 대지 않겠다!” 재계가 대선을 앞두고 폭탄선 언(?)을 준비중인 것이다. 재계의 본산 전경련 산하 자유기업센터(이사장 송자)는 고비용 정치구조 타파를 위한 공청회를 시민단체인 한국유권자운 동연합과 손잡고 오는 5월16일 열 계획이다. 공청회 주제는 `‘정치부터 저비용구조로’로 잡았다. “음성적인 정치자금을 주고받는 것이 관행화 되어 있는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원칙을 세울 때가 됐습니다.” 자유기업 센터 공병호 소장의 목소리는 결연하다. 자유기업센터는 공청회 반응이 좋을 경우 시민단체와 연합해 범국민적 캠페인, 관련법 개정을 위한 국회 청원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정치자금에 대한 언급 은 아예 금기시됐던 재계의 사정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일이다.

전경련은 95년 말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이 터지자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우리 기업인은 떳떳하지 못한 정치자금 문제와 관 련한 최근의 사태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와 충격을 끼쳐드린 데 대해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 없으며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나 정치자금을 앞으로 제공하지 않겠다는 말은 감히 하지 못했다. 전 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좀더 공정하고 깨끗한 기업경영을 해나가겠다고 얼 버무렸을 뿐이다.

자유기업센터의 대선자금 공청회 개최건은 지난 4월10일 전경련 회장단회 의에 정식보고됐다. 자유기업센터에는 최종현 전경련 회장(선경그룹 회장 ),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장치혁 고합그룹 회장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 “정치권과 경제계는 악어와 악어새 같은 관계였다. 기업들은 정치자금 을 일종의 보험료로 제공하고 절대권력에 기생해 왔다. 그러나 전직 대통 령 비자금사건에 이은 한보사태는 재계에 큰 충격을 던져줬다. 이제 금기 를 깨야 한다.” 전경련 한 간부의 말이다.

재계의 이런 움직임은 벌써 두번씩이나 대선자금으로 그룹 총수가 사직 당국에 불려가 조사를 받고 또 전·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해서는 사법처리까지 당했던 경험은 이들의 이런 ‘반란’을 재촉한 것으로 관측 된다. 돈 주고 사법처리까지 당할 바에야 차라리 밉보이는 편이 속편하다 는 판단인 것이다.

그러나 주먹은 법보다 앞서는 게 세상 이치. 재계가 얼마나 이같은 혁신 적인 발상을 실천에 옮겨나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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