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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1997년04월17일 제 1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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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난 3월26일 교육개혁위원회가 개최한 `과외감소 및 사교육비 경감 방안' 공청회. 전면허용, 전면금지 및 현제도 보완 등 3가지 방안이 제시됐다.)
자녀의 과외비 마련에 등골이 휘는 학부모들이 과연 허리를 펼 수 있을까 ?
‘과외공화국’의 굴레를 벗기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위원장 김종서 전 덕성여대 총장)가 표류하고 있다.
교개위는 지난 3월26일 ‘과외감소 및 사교육비 경감방안’에 대한 공청 회를 열고 과외 전면허용, 전면금지 및 현행체제 보완 등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입시철만 되면 거의 나라 전체가 몸살을 앓는 우리 상황에서 과외는 전국민적인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만큼 과외문제는 섣불리 손 대기 힘든 뜨거운 감자다. 잘못 건드리면 안하느니만 못할 수도 있으며, 이 경우 교개위의 위상에도 큰 타격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교육개혁은 정치권 정략 대상 아니다
그런데도 교개위가 이런 위험부담을 안고 과외 수술을 위해 메스를 들고 나선 것은 엄청난 사교육비를 줄여야 한다는 국민과 정치권의 목소리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가 곤두박질하면서 실업 및 임금동결 등 어려움에 처해 있는 국민가계에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는 사교육비를 줄 이지 않고서는 정부의 고통분담론도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고 판단하는 정부쪽과의 교감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교개위의 교육개혁방 안 마련 과정에는 박세일 청와대 사회복지수석이 정부쪽 간사로 깊숙이 관여해왔다.
그러나 공청회 이후 교개위가 제시한 방안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교개위 자체의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 전면허용안에 대한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신한국당이 개인 및 학원의 고액과외를 금지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나선 것이다. 신한국당은 이어 이영탁 교육부 차관과 과외개혁방안 마련의 주무를 맡았던 이돈희 교개위 제1소위원장 등을 불러 당내에 별도의 ‘사교육비 대책특위’를 설치했다. ‘교육대통 령’을 표방한 김영삼 정부에 큰 부담을 줄 만한 사안에 대해 당이 주도 권을 쥐고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여야도 영수회담을 가진 뒤 ‘경제난 극복을 위한 공동회의’ 를 구성해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포함한 경제난 타개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물론 과외문제가 전국민적 논의를 거쳐 풀어야 할 문제이긴 하지만 애초 과외 개혁방안을 준비해 왔던 교개위는 한참 뒤로 밀려난 듯한 느낌 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정치권의 움직임에 따라 4월14일께로 예정됐던 교개위의 대통령 보 고는 자연히 연기되게 됐다.
‘전면금지안’보다는 현실적 대안을
교개위의 한 관계자는 “개혁방안이 크게 여론화되고 아직 내부에서도 계 속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대통령 보고는 25, 26일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면서 “그러나 청와대가 날짜를 잡아줘야 하기 때문에 이것도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교개위 내부에서도 뚜렷한 대안이 부각되지 않고 있다.
교개위는 전면금지안의 경우 5공초기에 실시했다 실패로 끝난데다 전사회 적인 자율화 분위기에도 맞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개혁방안에서 사실상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전면허용안과 현행체제 보완쪽으로 논의의 가닥을 잡은 셈이다. 그러나 애초 무게를 뒀던 전면허용안의 경우 ‘과외 를 조장한다’는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아 부담이 따른다. 또 현행 체제 보완의 경우도 현재 반론이 거센 초등영어 과외금지 조처를 지속시킬 수 밖에 없는데다 굳이 개혁이라고 할 수 없는 데 큰 고민이 있다.
이와 관련해 신한국당쪽은 중고등학생 과외를 방지하기 위해 보충학습을 확대하는 한편 위성채널 2개를 확보해 교육방송을 대폭 늘리는 등 과외의 전면 금지보다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는 대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국당은 또 초등학교에서의 방과후 특별활동을 활성화하고 탁아기능을 함께 부여해 학원과외를 학교안으로 끌어하는 방안을 강구하 기로 했다.
결국 과외 문제해결은 교개위에서 정치권으로 주도권이 넘어가 교개위의 과외개혁 최종안 확정과 대통령 보고일정도 신한국당 및 청와대의 의견조 율을 거친 뒤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은 교개위가 대통령직속 자 문기구로서 근본적으로 청와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계에서 비 롯되는 측면이 있다. 교개위쪽도 이런 상황에 대해 상당히 곤혹스러워 하 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런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교개위가 그 위상과 역할에 대해 스스 로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교개위는 지난 95 년 이후 1백여개의 개혁과제를 제시해왔으며, 올 들어서도 ‘9월학기제’ 나 ‘교육전문행정사제도’ 도입 등 굵직한 제도개혁방안을 잇따라 내놓 고 있다.
정치권 논리 무게 두면 백년지대계 흔들
만약 교개위가 가시적 성과를 바라는 정치권의 논리에 휘둘려 성급한 자 세를 보일 경우 교육정책의 혼란이라는 뜻하지 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밖 에 없다. 또 지난 수십년간 축적돼온 우리 교육의 문제를 모두 풀려 하기 보다는 남은 임기 동안 이미 제시된 교육개혁안을 일선 교육현장에 뿌리 내리도록 하는 데 좀더 집중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곱씹어봐야 할 대목 이다. 교육문제는 한 정권의 정책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의 ‘백년대 계’이기 때문이다.
지창은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