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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1997년04월17일 제 1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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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동법개악 반대집회에 참석한 전교조 조합원들. 전교조는 합법화는 이루지 못했지만 참교육에 대한 국민 지지가 높아졌다는 판단 아래 학교 중심의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전교조호’가 새롭게 출범했다. 이 배의 뱃머리는 학교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달 김귀식(62) 서울 중화고 교사를 제7대 위원 장으로 선출했다. 위원장뿐만 아니라 14개 시·도 지부장 가운데 7개 지 부장에 현직 교사가 선출됐으며, 1백67개 지회의 지회장 및 대의원도 전 원 현직에 몸담고 있는 교사로 바뀌었다. 지난 89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현직교사들로 지도부가 구성된 것이다. 전교조로서는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큼의 중대한 변화다.
“현장에서 실천에 최선 다할 것”
이런 조직 체제의 변화보다 더 눈여겨 봐야할 것은 전교조가 밝히고 있는 앞으로의 활동방향이다. 현직교사 지도부 체제로의 전환은 ‘학교현장에 서의 활동 강화’라는 대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활동의 중심을 학교 안으로 옮겨 공개적 현장활동을 전개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전임 정해숙 위원장 체제가 조직의 사수에 중점을 두었다면 새로운 체제에서는 전교조 가 추구해온 실질적인 내용을 실천에 옮기겠다는 것이다.
신임 김 위원장은 “정부의 교육개혁 정책에 적극 협조해 교육이 제자리 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학부모에 대해서도 “국 민과 학부모들께 걱정을 끼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학 생과 학부모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교 운영위원회 지원 △청소년 문제 등 학부모 고충 해결 △지식전달의 학습 에서 창의적인 학습으로 수업방법의 개선 △교사자정운동을 통한 존경받 는 교사상 정립 등을 사업방향으로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또 교육부 장관에게 대화를 제의하는 한편 학교장 등과도 협 의를 통해 교육개혁이 학교 현장에서 뿌리내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사업내용에 ‘교육계의 대화합을 통해 이를 전사회운동으로 발전시 켜나갈 것’ 등을 포함시킨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특히 교원의 사회경제적 지위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거나 단체협약안을 마련해 교육부·교육청 등 과 교섭에 나서겠다는 것은 실현가능성을 논외로 치더라도 비조합원 교사 도 적극 끌어안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전교조의 이러한 방향제시는 올해 초 노동법투쟁 국면에서 노동법 공개수 업, 조합원 명단공개 등 강경한 투쟁을 펴온 것에 비한다면 상당히 유연 한 자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수호 수석부위원장은 이런 활동방향 설정과 관련해 전교조가 합법화 노 력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전교조의 합법화는 내용상 거의 실현됐으며,이런 학교현장 활동의 강화야말로 제도적 합법화를 이끌 어내기 위한 가장 효과적 투쟁”이라는 것이다.
전교조의 이런 변신 배경에는 그동안 장외투쟁 방식에 대한 반성과 함께 전교조 위상에 대한 자신감이 함께 깔려 있다.
“더이상 교육계 이단자 아니다” 자신감
전교조는 그동안의 활동이 주로 합법화 쟁취에 맞춰져 상대적으로 현장활 동이 미약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94년 봄 해직교사들이 대거 복직한 후 법외단체로서 전교조를 이끌던 주력이 줄어듦으로써 이런 방식의 활동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교조가 더이상 탄압만 받던 교육계의 이 단자가 아니라는 자신감이다. 전교조는 이번 노동법투쟁 국면에서 합법화 쟁취에는 실패했지만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 다고 판단한다. 아울러 그동안 학교 안팎에서 전개해온 참교육 활동이 국 민들에게 점차 호응을 얻으면서 전교조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돼 가고 있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전교조의 한 관계자는 “학부모들 사 이에는 전교조 교사들은 촌지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또 학교행정이나 교육과정 개발 등 직무와 관련해서도 전교조 교사들이 실력을 인정받고 있어 교장들도 오히려 이들을 보호하려는 자세를 보이기 도 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이나 국제 노동기구의 노동법 개정 촉구 등 외부 상황변화도 전교조의 합법화에 유 리한 국면을 조성하고 있다.
전교조의 이런 방향전환이 학교현장에서 순탄하게 진행돼 갈지는 아직 속 단할 수 없다. 우선 교육당국쪽의 자세이다. 교육부는 지난 2월28일 장관 담화를 통해 ‘의법조치’ 방침을 밝힌데다 시·도교육감들도 같은 입장 을 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전교조 간부로 활동하는 교사들에게는 징계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로서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징계바람을 일으킨다는 것은 부 담스런 일인데다 민선 교육감시대에 각 시·도교육청이 앞장서 총대를 메 려 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지난 89년의 대량징계 같은 강경조처는 어려 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 전망이다.
현장활동은 침체된 조직에 활기 줄 것
이와 함께 그동안 다소 침체됐던 조직 내 분위기를 일신하는 한편 지도부 와 현장 조합원간 관계도 새로 정비할 필요성이 지적되고 있다.
이수호 수석부위원장은 “선거를 위해 지역을 순회한 결과 노동법투쟁 국 면에서 합법화라는 목표가 무산된 데 따른 실망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며, 투표참여율도 60.4%로 높지 않게 나타낸 데서 보듯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 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현장활동이 힘을 얻을 경우 신임 교사들 의 참여가 크게 늘 것”이라고 낙관했다.
지창은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