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하는 재벌
1997년04월17일 제 153호 한겨레21

대우의 한탕주의를 경계하라

대우의 세계경영을 바라보는 경제계 시각은 뚜렷히 대비된다. 한쪽에서는 “발빠른 해외투자로 시장선점에 성공했다”고 높은 점수를 준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곡예를 보는 듯 아슬아슬하다”고 한다. `계속 달리지 않으면 쓰러지는 자전거'에 비유하기도 한다.

재벌그룹의 한 간부는 “대우의 해외시장 진출방식은 그동안 전형적인 한 탕주의였다”면서 “대우가 한번 거쳐간 지역을 다른 업체가 진출하려면 몇배의 힘을 들여야 하거나 아예 포기해야 한다”고 꼬집는다. 통상산업 부의 한 관리는 “기술축적으로 국내시장에서부터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 기보다는 해외진출로 탈출구를 찾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해외진출이 총수 1인의 결단에 의해 추진되고, 기술력보다는 영업력이나 금융기법에 주로 의존한다는 우려도 있다. 대우 세계경영은 가히`‘김 회장의 1인쇼 ’로 불러야 할 정도라는 것이다. 국내 산업공동화를 심화시킨다는 우려 도 많다.

대우는 이에 대해 “대우를 시기하거나 세계경영의 실체를 잘 모르는 데 서 나온 오해”라고 일축한다. 회장비서실의 백기승 이사는 “해외진출기 업의 경우 현지 정부와 국민들에게 이익을 주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면서 “폴란드 자동차공장의 예를 보더라도 현지 정부의 전폭적인 협조 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대우는 또 2000년까지 매출액의 5%선인 6조9천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하 고, 국내외에서 2만명의 연구인력과 30여개의 글로벌 연구시스템을 구축 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해외투자액이 너무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걱정할 게 없다는 설명이다. 백 이사는 “향후 10년간 해외투자규모가 3백억달러로 예상되지만 생산설 비 수출 등을 제외한 실제 자본금은 20%인 60억달러 수준이고, 합작파트 너의 투자지분 50%를 빼면 30억달러 선”이라며 “대우 같은 규모에서 매 년 3억달러의 투자액은 큰 것이 아니다”고 자신한다. (주)대우의 한 임 원은 “해외투자자금 조달은 자기자금, 은행차입, 해외증권발행, 프로젝 트 파이낸싱 등 다양한 방법을 조합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투자금 전액이 국내에서 조달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해외사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철수하게 됐을 때의 부담은 누가 져야하나 하는 반 문은 여전히 가능하다.

대우는 또 고용효과를 특별히 강조한다. “2000년까지 목표로 하고 있는 1천개 해외사업장의 운용을 위한 핵심인력은 어차피 국내에서 나가야 한 다. 우리 인력을 꼭 국내에서 고용하는 것만 국가경제에 도움을 주는 것 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 공장이 내수만 치중할 때 그 규모는 자연 줄어 들 수 밖에 없고 고용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때문에 일각의 제조업 공동 화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현실적인 문제다.

곽정수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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