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1997년04월17일 제 153호 한겨레21

통신원리포트

브라질 거물들 ‘욕망의 질주’

대선후보를 비롯한 거물급 정치인들과 중앙은행의 고위직 공무원이 포함 된 부정비리사건으로 브라질이 몇달째 들끓고 있다.

이번 부정비리의 요점은 상파울루 지방정부가 공채발행의 허점을 이용해 실제보다 많은 공채를 발행했다는 것이다. 현행 브라질 법률에 따르면, 시나 주정부는 상원의 승인만 있으면 해당 액수만큼 공채를 발행할 수 있 다. 우선 지방정부는 법원의 판결문에 근거해 작성된 공채발행계획안을 연방 중앙은행에 제출한다. 중앙은행은 이를 조사·분석한 평가서를 상원 에 제출한다. 상원은 소위를 구성해 서류를 검토하고 공채발행 여부를 결 정하게 돼 있다.

그런데 이때 공채발행 권한을 가진 지방정부 관리들이 중앙은행 고위직 공무원·상원의원과 결탁해 허위문서를 작성한 뒤 실제보다 많은 공채를 발행한 것이다. 이번 부정비리는 특히 최종 배후자로 군사정권 당시 상파 울루 주지사를 지낸 말루피가 지목되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상파울루 의 전 시장이기도 한 말루피는 극우파로 분류되는 ‘브라질 진보당’의 실질적 지도자로 차기 대선 출마를 노리고 있었다.

또 상파울루 시정부는 다른 주정부들을 부추기고 그 판매에까지 개입해 커미션을 챙긴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시 정부가 93년 초부 터 지금까지 자체의 공채발행만으로 올린 수익금은 자그마치 13억달러이 다. 이중 5억달러만 법원이 상환을 명령한 공공부채에 쓰고, 나머지 8억 달러는 선거자금 조달, 개인 치부, 해외 유출 등에 전용한 것으로 드러났 다.

대형 부정비리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배후로 지목되곤 했던 말루피가 이 번에도 검찰의 수사와 의회의 조사를 피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거리 다. 지금 브라질 국민들은 세자리수 인플레를 잡은 현 페르난도 카르도조 정부가 부정비리도 잡아줄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상파울루=김학유 통신원



“이웃의 불행은 나의 불행”

이웃을 잘 만나야 편안히 살 수 있는 건 국제사회에서도 철칙인가 보다. 알바니아 난민문제로 나라 전체가 속앓이를 하고 있는 이탈리아를 보면 더욱 그렇다.

지난 3월 초부터 이탈리아 북부는 조국을 버리고 바다를 건너 넘어오는 알바니아 난민들로 차고 넘친다. 몇천명 규모이던 전체 난민 규모는 이제 1만5천여명이 넘었다. 규모가 예상 밖으로 커지면서 난민에 우호적이던 이탈리아 국내여론이 냉담해지고 있다. 이탈리아는 보스니아 사태 등 국 제 구호가 필요한 나라들에 대해 민간차원의 구호 등으로 호응해왔다. 하 지만 북부 브린디지에 쏟아지는 대규모 알바니아 난민들에는 혀를 내두르 기 시작하고 있다.

3월 중순을 고비로 이 소식을 전하는 언론의 태도는 미묘한 차이를 보이 기 시작했다. ‘국가적 위기상황’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 이미 브린디지와 이탈리아 북부의 많은 도시들은 알바니아인들을 받아 들일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베네치아만이 예외일 뿐이다.

“우리는 이 사태를 통해 발가벗겨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 유럽과 함께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홀로 알바니아인들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가제티노' 3월19일자) “우리에게 몰려오는 것은 단지 굶주리고 가련한 알바니아인들이 아니다. 알바니아의 마피아들도 함께 오고 있다….”(`가 제티노' 3월22일자) “이익이 있다면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도 좋은 일이 지만, 알바니아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가제티노' 3월23일 자)

물론 이렇게 부정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알 바니아 난민 3가족을 돕겠다고 지난 4월1일 발표했다. 교황도 정식성명을 발표해 다각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역시 주류는 난민 과다 유입에 따른 나라 걱정이다. 사회당 정부 는 “사회당이여! 어디에 있는가?”라는 언론의 비아냥 속에서도 모호한 태도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높은 실업률을 보이고 있는 남부지역에서는 난민 허용을 발표한 베네치아를 비난하는 성명도 채택했다. 이탈리아인들 의 부정적인 태도에 실망을 했는지 4월2일에는 이탈리아로 들어온 일부 알바니아인들이 다시 알바니아로 돌아갔다.

베네치아=김선아 통신원



소련의 부활?

(사진/소련 해체 5년 만에 이뤄진 옐친(오른쪽)과 루카센코의 연방규약 가조인으로 새로운 연합 출현의 길을 열었다.)

소비에트연방공화국이 해체된 지 5년 만에 새로운 형태의 연방이 러시아 에 나타났다. 지난 4월2일 크레믈린의 블라디미르홀에서 옐친 러시아 대 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로루시 대통령은 러시아-벨로루시 연방규 약 가조인식을 가졌다. 물론 연방규약에 대한 보충작업기간을 5월15일까 지로 잡아 아직 연방이 법적으로 인정받은 상태는 아니다. 하지만 전세계 는 이 행사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로 대표되는 서방세계에 대항하는 ‘힘있는 러시아’를 위한 새로운 출발로 해석했다.

이번 연방 탄생은 러시아와 벨로루시 모두에 필요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러시아에게는 나토의 동유럽확대에 대한 견제와 ‘위대하고 강력한 러시아’를 바라는 국내여론을 무마하는 효과를 내고 있으며, 벨로루시에 는 고질적인 경제난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

국제정치학자들에 따르면, 나토의 동유럽 확장정책, 이른바 ‘동진정책’ 은 한동안 기세가 꺾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통합비용으로 러시아가 한 해에 짊어져야할 비용이 10억달러 안팎이라고 밝힌다.

한편 루카셴코에게는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연방공화국의 초대대통 령은 옐친에게 양보하더라도 옐친이 물러나면 바로 자신이 대러시아의 대 통령이 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벨로루시 연방 가조인식에 대해 러시아의 전문가들은 대부분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들은 특히 주도권을 잡은 쪽이 옐친이 아니라 루카셴코라고 주장한다. 러시아에 벨로루시식의 정치가 나타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최근에 몇몇 정치인들이 보인 모습은 이 우려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모스크바 시장인 루시코프는 “벨로루시에서 인권침해를 볼 수 없다”고 했으며, 차기대통령으로 가장 유력시되고 있는 알렉산드르 레베드도 “루카셴코에게서 나쁜 점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는 그러나 러시아 국내 공산주의자들의 환호성에 묻히고 있 다. 겐나디 주가노프 러시아공산당 당수는 기자회견장에서 “여러분들 축 하합니다. 우리는 다시 연방에 살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공산당쪽 은 연방의 깃발을 옛 소련의 국기로 할 것을 성급하게 제안하기도 했다. 망치와 낫은 일하는 사람 모두를 의미하는 것이며 붉은 색은 악을 물리치 는 뜻이라는 게 그들의 새로운 해석이다.

연방 성립의 파장은 국제정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만 그것이 곧 옛 소련의 부활이나 사회주의로의 복귀로 귀결되리라고 보 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모스크바=강완구 통신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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