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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
1997년04월17일 제 1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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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가와공원은 도쿄도 공원협회가 관리하는 대표적인 공원이다. 인공을 배제한 자연미를 자랑하는 노가와공원은 자원봉사자들이 주도적으로 관리한다.)
이웃나라 일본은 알기 힘든 사회다. 일본의 전철은 항상 붐비지만 경로석 에 젊은이가 앉아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는 노인공경 사상이 투철해서 라기보다는 낯선 사람과 살을 맞대고 앉아있기를 싫어하는 철저한 개인주 의 탓이다. 전철에서 빈 자리가 생겨도 잘 앉지 않는데 경로석이 비워지 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모든 게 신기한 이방인이 열심히 좌 우를 두리번거려도 도쿄시민들과 눈길을 맞추기란 쉽지 않았다. 이렇듯 철저한 개인주의가 팽배한 이 사회에 자원봉사 제도가 빛나는 건 또 무슨 조화일까? 연수단은 도쿄에서 도쿄도 공원협회, 나가와 공원, 스기나미 구청, 도쿄도 청사 등을 방문했다.
도쿄도 공원협회
도쿄에는 36개의 공원이 있다. 그중 2분의 1을 도쿄공원협회가 관리한다. 공원협회는 도쿄도 산하협회로 도쿄도의 조례를 따르며 도쿄도에서 보조 금을 받는다. 공원협회 1년예산은 인건비를 제외하고 45억엔이다. 최근 2 1억엔의 기금을 조성해 식목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공원협회는 자원봉사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공원부근 주거지역에 ‘공원을 지키는 시 민모임’ 등을 주도적으로 조직하고 있다. 때론 공원으로부터 멀리 떨어 진 지역의 주민이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공원협회는 계절별로 이벤트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날에는 대나 무에 잉어그림을 그려 띄우는 일본 전통의 고이노볼 행사, 여름에는 금붕 어·미꾸라지 줍기, 가을엔 군고구마 캐기, 정월엔 인절미 만들기 등의 행사를 벌이고 크리스마스 시즌엔 공원협회가 관리하는 모든 공원에 휘황 찬란한 조명을 설치하기도 한다.
도쿄공원협회가 특히 애정을 갖고 관리하는 공원은 도쿄시 외곽에 위치한 노가와(野川)공원이다. 노가와공원의 전신은 국제그리스도대학 소유의 골 프장이었다. 지난 80년 도쿄도가 경영이 어렵게 된 대학으로부터 골프장 을 사들여 공원으로 조성한 곳이다. 노가와공원은 인공을 최대한 배제하 고 ‘자연’을 회복시키는 데 공원관리의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공원 의 분위기는 특별히 아름답다기보다는, 넓은 잔디밭만 아니라면 그저 시 골마을 뒤쪽 야산을 연상시킬 정도로 소탈하다. 테니스 코트를 제외하곤 별다른 구조물도, 그 흔한 놀이시설도 찾아볼 수 없다. 공원을 가로지르 는 강(시내라는 표현이 더 적확하다)을 경계로 북쪽 무사시노숲 지역은 자연림 그대로 내버려뒀고 남쪽 지역엔 잔디밭을 조성해 시민들이 소풍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시냇물엔 여름이면 아이들이 발가벗고 뛰어 들어가 물장구를 치기도 한다. 물론 잔디밭에도 얼마든지 들어가 쉴 수 있다.
이 노가와공원은 민(자원봉사)·관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공원 근무자는 20여명 정도이지만 자원봉사자 수는 2백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일본이라 고 해서 자원봉사자들이 모두 다 열심인 것은 아니다. 적극적으로 활동하 는 사람은 50여명에 불과한데 직장에 얽매이지 않는 노인, 주부 등이 핵 심멤버다.
이 평범한 노가와공원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반딧불이다. 노가와공원은 공해가 심해지면서 녹지공간이 사라지고 있는 도쿄에서 반딧불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공원쪽은 반딧불을 양식하는 수족관을 별도로 두 고 반딧불 유충을 다슬기의 몸에 접목시킨 뒤 다슬기 몸체에서 유충이 어 느 정도 자란 4월 초순께부터 다슬기를 하천에 방류한다. 그래서 여름밤 이 되면 어린 시절 향수를 맛보려는 시민들과 아이들로 하천 주변이 붐비 고 시냇물 위론 옅은 불빛이 반짝이게 되는 것이다.
스기나미구
일본은 노령화 사회다. 여자의 평균수명이 83세, 남자는 79세다. 50만명 이 생활하는 도쿄 스기나미구는 그중에서도 노인인구의 비율이 특히 높다 . 스기나미구는 시내 중심가와 인접해 땅값이 비싼 탓으로(24평 정도의 단독주택이 7천만~8천만엔(5억5천만원 정도)) 젊은 층이 이곳에서 집을 갖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스기나미구의 1년 예산은 1천3백45억엔이다. 이중 복지비가 30%를 차지한다. 구는 핵가족화의 영향으로 고령자들만 사 는 집이 늘어나자 노인주택인 ‘미도리노사토’(초록의 고장)를 계속 짓 고 있다. 현재 5곳인 노인주택은 2003년까지 25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우 리의 경로당 형태인 노인클럽은 1백군데가 있고 혼자 사는 노인이나 몸이 약한 노인을 위한 식사배달, 홈헬퍼 파견 등의 서비스도 구청에서 주관하 고 있다. 식사배달이나 홈헬퍼 요원은 주로 자원봉사자를 통해 확충하고 있는데 자원봉사자는 봉사대가로 구청으로부터 일정액의 돈을 받을 수도 있지만 헌혈카드와 비슷한 방식으로 나중에 자신이나 자기 가족이 봉사한 시간만큼의 서비스를 받는 방안을 선호한다.
자원봉사 이용회원의 자격은 65세 이상, 심신장애, 병약, 혼자 사는 가정 등 4가지 중 한 조건을 충족하면 된다. 자원봉사를 이용할 때마다 비용의 4분의 1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가사원조의 경우 시간당 7백 ~8백40엔, 배달식사는 8백50~1천엔, 목욕서비스는 7천엔 등을 이용 때마 다 지불해야 한다. 올해 자원봉사 이용회원들을 위한 구의 보조액은 2억7 천만엔에 이른다. 스기나미구의 노인복지 상황은 스기나미구의 독특한 현 상이 아니라 일본내의 일반적인 형태다.
도쿄도 청사
(사진/도쿄도의 새로운 상징물로 자리잡은 도쿄도 청사는 48층 규모의 건물로 도민을 위한 공간이 여러 곳에 있다.)
도쿄도 청사는 도쿄의 새로운 상징물이다. 91년 3월 완공된 도쿄도 청사 는 터 면적 4만2천9백40㎡, 건축면적 2만7천㎡의 엄청난 규모로 직원만 1 만3천명이다. 48층(높이 2백34m)의 제1청사, 34층(1백63m)의 제2청사, 7 층 건물의 도의회의사당 등 3동으로 이뤄진 도청사 건물 사이의 도민광장 에는 간이무대가 설치돼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으며 청사 주변으론 산 책로도 나 있다. 또 제1청사 45층에 도쿄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갖추고 있다. 맑은 날엔 후지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도쿄시는 도청사를 단체견학코스로 개발했는데 하루 2만여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하지만 도쿄도 청사는 이러한 하드웨어적인 측면보다 소프트웨어가 더 강하다. 1~4층은 도민을 위한 공간으로 배치했는데 제1청사 3층에 위치한 도민정 보실에는 도에서 발간한 각종 자료가 진열돼 있다. 도정 간행물의 열람, 대출, 판매 외에 사진·비디오의 시청, 각종 데이터 베이스의 검색이 가 능하다. 도공무원 명부까지 비치돼 있다. 도민은 물론 외국인까지 자유로 운 이용이 가능하다. 1층과 2층엔 도행정구조 및 도시 모습을 소개하는 자치전시홀, 역사전시홀이 있다.
도민들은 또 대민창구뿐 아니라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에 올라가는 데 에도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는다. 각 사무실 입구에는 안내탁자가 놓여 있는데 전화기와 업무별 담당자의 이름이 적혀 있어 관계자를 찾기 위해 온갖 눈치를 다보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보는 과정을 생략해도 된다 . 도민뿐 아니라 직원들의 업무편리도 상당하다. 인텔리전트빌딩답게 사 무자동화기기의 단말기는 4명에 1대 이상 설치돼 있다. 각동과 각층을 연 결하는 문서반송시스템이 갖춰져 어디서나 문서를 최대 20㎏까지 자유롭 게 이송시킬 수 있다.
한편 지진이나 풍수해 등의 재해시 정보수집활동의 거점이 되는 9층 방재 센터에는 대형 컴퓨터와 2백인치 스크린 등 영상정보시스템을 갖추고 있 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청사 내 모든 엘레베이터의 버튼에 점자표시가 돼있고 도의회 개최를 알리는 공고문을 마치 무슨 영화 포스터처럼 도민 들이 주로 왕래하는 곳에 붙여 널리 알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매머드급의 도쿄도 청사에 대한 비난도 없진 않다. 지나치게 큰 건물을 지어 예산을 낭비했을 뿐 아니라 교통정체 유발, 도시 스카이라인 파괴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최근 도쿄도 청사에 자극받은 도쿄시내 각 구 청이 너도나도 거대한 구청을 짓는 데 혈안이 돼있다는 점도 이런 비난을 키우고 있다.
도쿄=권태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