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야기 |
1997년04월17일 제 153호
|
|---|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인천모임’ 회장 정천수(42)씨는 스스 로 좋은 아버지가 못된다고 평한다. 그래도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노 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좋은 아버지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 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섭니다 . 요즘처럼 고개숙인 아버지가 많아서는 가정이나 사회나 힘을 잃을 수밖 에 없습니다. 아버지들이 먼저 힘을 내야 합니다.”
정씨는 지금 한국의 아버지들이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한다. 직장에선 명 예퇴직이다 감원이다 하여 기를 꺾고, 가정에서도 정당한 권위가 사라진 형국이라는 것이다. 집에서 돈만 벌어다주는 기계취급을 받는다고 하소연 하는 아버지를 만나면 안타까움이 더하다. 정말 아버지란 말만 남고 아버 지는 사라진 것일까. 정씨 역시 아버지이기에 요즘 세태에 힘이 빠진다. “이제 아버지의 권리를 회복해야 합니다. 의무만 지고 살아가는 존재가 돼선 안 되죠. 그럴려면 가족의 사랑이 필수적입니다.”
그는 가족끼리 솔직한 대화를 나눠보라고 권한다. 그래서 서로에 대한 기 대와 불만을 확인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문제가 뭔지를 알게 되고 해결책 도 떠오른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 바로 세우기는 곧 가족 모두가 바로 서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정씨는 요즘 어버이날 행사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강당 같은 곳에서 기념 식만 열고 끝나는 그런 의례적인 행사에서 벗어나고 싶단다. 놀이가 있고 , 대화가 있는 잔치 같은 어버이날 행사를 꿈꾼다. 아버지의 권위 역시 내세워서 되는 게 아니라, 가족들의 진정한 동의 위에서만 생긴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천=허종식 기자/ 한겨레 사회2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