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1997년04월17일 제 153호 한겨레21

도쿄를 밝히는 ‘반딧불 아줌마’

기모토(木本·49)는 ‘반딧불 아줌마’로 불린다. 반딧불로 유명한 도쿄 노가와공원의 반딧불은 모두 그의 손을 거친다. 그는 공원사무실 한쪽에 마련된 반딧불 양식장(양식장이라곤 하지만 수족관 하나가 전부다)에서 반딧불 유충을 키워, 봄이 되면 공원 개울가에 방류한다. 그렇게 퍼진 반 딧불이 여름이면 공원의 밤을 은은하게 밝힌다.

겉보기엔 단순해 보이지만 반딧불을 기른다는 것은 여간 까다롭지 않다. 수족관 물을 매번 깨끗하게 유지해줘야 하고, 유충이 사는 다슬기의 먹이 가 떨어지지 않도록 개울물을 적당히 넣어줘야 한다. 겨울에는 수족관의 온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그러다보니 날이 추울 땐 밤늦게 홀로 공원을 찾는 일이 잦다. 몇년 전 겨울, 딸을 시집보내기 전날 밤에 도 그는 공원을 찾았다.

방류도 쉬운 일이 아니다. 먼저 반딧불 유충이 살고 있는 다슬기를 접시 에 조심스레 옮겨담는다. 다음엔 개울가로 가 나무젓가락으로 다슬기를 하나씩 집어 물에 담근다. 그 모든 작업 하나하나에 정성이 가득하다. 다 키운 딸을 시집보내는 엄마의 모습 같기도 하다. 그는 그렇게 9년을 보냈 다.

“반딧불을 보는 게 제겐 제일 큰 기쁨입니다. 여름밤 공원을 거닐다 반 짝이는 반딧불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어요. 반딧불이 마치 나를 알아보고 환하게 웃는 것 같아요.”

반딧불을 키우는 것 못지 않게 그가 정성을 쏟는 게 있다. 공원을 찾은 방문단에게 벚꽃을 띄운 따끈한 차를 내오는 것이다. 그의 반딧불 사랑만 큼이나 따뜻한 차였다.

도쿄=권태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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